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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이 Apr 25. 2018

책에 대한 충고

텍스트에 집착하지 말아라. 독서라는 행위는 물론 나에게 가장 필요한 행위이지만 그걸 한다고 해서 내가 무슨 거대한 발전을 한다는  둥, 새로운 시각이 열릴 거란 기대는 하지 말아라. 물론 게임을 하면 실력이 느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실력을 무엇에 응용하는 일은 없다. 만약 내가 평생 동안 이 게임 실력을 응용할 일이 없다면 나는 그저 게임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뿐이다. 어떤 일이든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 일은 없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 없이 손과 눈만을 움직여 30분을 소비하느니 글자를 읽고, 생각하는 30분이 훨씬 값지다.

오히려 지금까지 내가 가졌던 이런 생각이 나를 좀먹고 있는 듯하다. 하루에 딱 30분 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다짐은 그보다 더 오래 하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책을 하루에 딱 30분이라는 다짐을 했다고 가정해보면 이것은 최소한 30분이라도 읽자라는 의미이다. 즉, 독서라는 행위는 내가 싫어하는 행위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독서는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이 행위를 지속시키기 위해선 어릴 적부터 훈련되어서 습관이 되어있거나, 자신의 의지로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는 게 과연 무엇일까. 억지로 게임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즐거워서 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실력이 상승하는 거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무엇을 배우려, 나에게 도움이 된다라는 생각으로 읽는다기 보다는 그냥 즐기려는 자세가 더욱 요구된다.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거기서 뭔가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재미를 찾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의미를 의도적으로 담아낸 작가의 책을 읽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의미를 찾기보다 재미에 먼저 초점을 맞추라는 소리이다. 아무리 좋은 의미,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재미가 없으면 아무도 읽지 않는다.

이는 아무리 시나리오, 그래픽이 훌륭한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재마가 없으면 아무도 플레이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메시지가 엄청나게 강렬하다고 해도 그 메시지를 읽으려, 찾으려 하지 말아라. 그냥 그들이 하는 대화를 읽어라. 충분히 느끼지 않았는가. 읽다가 그들이 하는 대사, 행동을 보고 웃은 적이.

즐겨라. 음미하라. 그러다가 지치면 그만 읽어라. 억지도 뭘 하지는 말아야 한다. 단지, 하루에 한 번이라도 책을 펼치고 글자를 들여다보아라.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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