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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선 Feb 27. 2019

UX 디자이너라는
애매한 타이틀에 대하여

UX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일까?

"선아 취업했다면서? 어디서 일해?"

"응 OO이라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하게 됐어~"

"디자인? 제품 디자인? 브렌딩?"

"음... 그게~ 앱 만드는 회사야..."




필자는 UX 디자인에 대해 고민한지 좀 됐지만 여전히 'UX 디자이너는 뭐하는 사람이다!'라고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웠던 적이 많다. 먼저 UX 디자이너에 대해 설명을 해주려면 디자이너라는 개념부터 분명하게 집고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설명을 시작하면 말이 길어지고 듣는 사람도 금방 지루해하기 일쑤였다. 사용자의 경험과 이해를 도와주는 디자이너로서 상대방에게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

디자인이란 뭘까?


요즘 들어 디자이너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세상엔 수많은 직종이 있지만 이젠 조금만 예술적인 일을 하면 너도나도 다 디자이너라 불린다. 하지만 아무나 다 디자이너라고 부를 순 없는 법! 많은 사람들이 정의(definition), 일반 관념(notion), 주장(claim)에 대해 오해를 하는데 정의란 필요충분조건이 이루어질 때 성립되는 것이다. 예컨대 라떼는 커피와 물과 우유가 일정한 비율로 섞여야 라떼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에 갑자기 밀크티가 나는 왜 라떼라고 안 부르냐 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디자이너'이라는 단어에 어느 정도 명확한 정의와 경계가 필요해 보인다.


요리사도 어떻게 보면 푸드'디자이너'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정말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디자이너 - 프로젝트 또는 구조에 대한 계획을 작성하고 실행하는 사람 (one who creates and often executes plans for a project or structure)"  -Merriam Webster-


메리엄-웹스터 사전 정의하는 디자이너다. 하지만 여전히 포용성은 넓고 알맹이는 빠져있는 듯한 느낌... (지금의 정의대로라면 일러스트레이터도 프로젝트/구조에 대한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사람이 아닌가?) 필자는 디자이너를 정의할 때 중시하는 네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이는 : '심미성', '합목적성', '독창성', 그리고 '경제성'이다. 디자이너라면 눈치챘겠지만 이들은 디자인의 4대 조건이며, 이 네 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디자인이라고 볼 수 없다. 즉 디자이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이 네 가지 항목들을 전부 수행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디자인은 단지 '어떻게 느껴지고 어떻게 보이는지'가 아닙니다. 디자인은 '어떻게 작동하는지'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 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말이다(stay foolish, stay hungry 보다 더!). 디자이너는 디자인의 심미적인 부분도 신경 써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디자인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디자인은 단지 '어떻게 느껴지고 어떻게 보이는지'가 아닙니다.  디자인은 '어떻게 작동하는지'입니다.



UX, 사용자 경험이란?


이제 '디자인'이란 대한 개념을 명확히 했으니 UX에 대해 얘기해보자. 'UX'를 풀면 'User eXperience' 즉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사용자 경험(使用者經驗, User Experience 유저 익스피리언스, 간단히 UX)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 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 경험을 말한다.  - Wikipedia-


그. 런. 데. 디자인적 관점에서 말하는 이 '경험'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또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말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경험은 사람이 어떠한 대상을 통해 가지게 되는 지식과 기억, 그리고 감정의 총합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경험했다'란 지식, 기억, 감정의 습득이다. 예를 들어 신발을 경험 대상이라고 해보자.  신발은 걸을 때 편하게 이동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다. 여기 운동화, 축구화, 피겨스케이트가 있다(전부 다 신발이다). 평범하게 걷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운동화는 비슷한 경험을 제공해 줄 것이다(물론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하지만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축구화를 신겨주거나 축구선수에게 피겨스케이트를 신겨준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에게 신발(대상)은 더 이상 좋은 경험이 아닐 것이다. UX 디자이너는 사용자마다의 '경험'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디자인*을 제공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사용자에게 적합한 디자인, 말은 쉽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는 총체적 경험은 무한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UX 디자인은 이 전부를 다 포괄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불가능하다)는게 필자의 개인적 생각이다. 프로젝트 진행 초기에 FRAMEWORK(틀)을 설정하여 리서치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왜 굳이 제한하냐 묻는다면 현실적으로 모든 것에 관여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효율을 위해 설정한 틀 내에서 리서치를 진행하고, 그 외에는 제안하는 정도로만 끝내는 것이 현명하다.


UX 디자이너라는 애매한 타이틀


지금까지 필자가 설명한 '디자인' 그리고 'UX 디자인'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자.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 분명 필자는 '디자인'을 설명할 때 심미적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고 정의했다. 하지만 'UX' 그 자체만으로는 심미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습관처럼 'UX 디자이너'를 말하지만 디자인의 정의에 따르면 'UX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라기 보단 '기획자' 혹은 '컨설턴트'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려 보인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정확한 단어 사용은 필수적이므로 분명히 할 것들은 분명히 하자. 디자이너에게 UX는 필수 역량이다. 하지만! UX만 하는 디자이너(?)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UX 디자이너를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본인이 UX/UI 디자이너라면 심미적인 부분도 다루니 계속 디자이너라고 부르면 될 것 같다. UX만 한다면? 그건 필자도 고민이다. 일단 디자이너는 아니고 분명 다른 적절한 용어가 있을 것이다. 결론은 알아서 잘하길 바란다.




P.S. 필자는 한 번도 자기소개를 할 때 UX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첫째로는 UX를 설명하기 귀찮아서, 둘째는 설명해줘도 이해를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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