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어라운드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최근에 인스타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예전엔 사진을 대충 찍었다면 이젠 사진 한 장을 찍을 때도 정성 한가득 담아 찍고 있다. 사진의 각도, 빛의 방향, 보정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니 앱 UI에 대한 분석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데, 역시 잘 나가는 앱은 UX/UI도 탄탄하게 잘 돼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필자가 가장 애용하는, 한편으론 교활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스타그램의 컨텐츠는 임시적인 컨텐츠와 영구적인 컨텐츠로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임시적인 컨텐츠, 즉 업로드 후에 시간이 지나 자동으로 삭제되는 컨텐츠이며, 영구적인 컨텐츠는 사용자가 직접 삭제하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는 컨텐츠를 의미한다. 초기 인스타그램만 하더라도 임시적인 컨텐츠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고 영구적인 컨텐츠만 존재했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이 기능을 쓸까 싶었다. 추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인스타그램에서 기록되지 않는 컨텐츠라니! 하지만 이런 임시적인 요소가 사람의 심리를 건드릴 줄은 누가 알았을까?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인싸도 있고 아싸도 있는데 필자 같은 경우 인싸랑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그렇다고 완전 아싸라는 말은 아니고). 그래서 인스타그램 계정은 있었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그런지 사진을 자주 올리는 편은 아니었다. 스토리는 그런 나 같은 유형의 사람들에게 업로드에 대한 부담감을 확실히 줄여줬다. 24시간 동안만 업로드되니 컨텐츠의 공개가 제한적이고 나중에 신경이 쓰여 삭제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스토리라는 기능 덕분에 숨어있던 잠재적 고객의 니즈가 충족되어 지금의 거대한 인스타그램으로 성장한 게 아닌가 싶다.
스토리는 뎁스(depth)가 있다(간단하지만 실로 혁신적이다). 즉 탭/클릭을 해야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인스타그램의 인터페이스를 보면 알겠지만 스크롤을 하면 무분별한 컨텐츠가 보인다. '무분별'이라 함은 팔로우한 사람들 중에서 친한 친구, 어색한 친구, 모르는 사람 등 모두의 컨텐츠가 필터링 없이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탭은 스크롤과는 다르게 사용자가 원하는 컨텐츠만 보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이 기능을 '교묘하게' 잘 활용한다.
누군가의 게시물이 궁금해서 봤다면 그 게시물을 올린 사람도 어느 누가 내 컨텐츠를 봤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브런치 작가들이 자주 통계를 들락날락거리는 것처럼).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웃긴 건 사람의 심리다. 스토리를 읽은 사람이 보이게 된 이후로 사람들이 관심 있던 사람의 게시물을 읽는 것을 망설이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난 너에게 관심이 있지만 네가 그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어! 뭐 대충 이런 심리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들의 이런 알다가도 모를 심리를 해결해주기 위해 인스타그램은 친절하게도 스토리 미리보기라는 기능을 추가해 주었다. 가끔 밑으로 스크롤을 하다 보면 스토리 미리보기가 뜨곤 하는데, 이걸 보면 굳이 게시물을 탭 하지 않아도 게시물의 내용이 뭔지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런 게 사람의 '교묘한' 심리로 발생하는 워크어라운드(workaround)가 아닐까?
스토리를 다 읽으면 자동으로 다음 사람의 스토리가 이어진다. 음? 다음 게시물이 누구의 게시물 인지도 모르는데 그러다 내가 읽었다는 기록이 남게 되면?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보고 있는 스토리의 재생이 끝나기 전에 다음에 보일 게시물에 대한 피드백을 해 줄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얍삽한(?) 인스타그램은 여기서 광고를 이용한다. 정말 광고가 나오는데 묘하게 기분이 나쁘지않고 심지어 도움마저 된다. 사람의 심리로 발생하는 워크어라운드(workaround)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인스타그램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별거 없는 인스타그램 같지만 그 안에는 틀을 벗어난 혁신적인 전략과 인사이트가 담겨있다. 아마 지금 정리한 것 이외에 더 많은 UX 인사이트가 숨어있을 것이다. 기능 하나를 만들 때 단순히 사용자의 행동 패턴만 고려해서는 안된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인간의 심리와 그 이후의 경험들까지 총체적으로 해결해줘야 하는 게 UX 하는 사람들의 태스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