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누군가에게 하염없이 앙탈을 부리고 싶었다.
그런 때는 여지없이 엄마가 떠오른다. 세상 그 어느 누구 앞에서도 제대로 앙탈을 부릴 수 없는 나니까. 유일하게 엄마에게만 그럴 수 있는 나이니.
나는 시금치나물을 제일 좋아한다. 반찬 중 나물을 제일 좋아하고 그중 단연 시금치이다. 적절히 데쳐 무쳐진 시금치나물의 식감은 아주 아삭하지도 않은 것이 그렇다고 물러터지지도 않아, 포근하고 정감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대학 진학 후 엄마와 떨어져 살았고, 이따금씩 엄마에게 갈 때면 거의 빠짐없이 시금치나물 반찬을 해두셨다. 시금치나물 반찬은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투영되어 있는 매개체이다 나에게.
내가 엄마가 되고는 초점이 늘 아이에게 가 있다. 그 세월도 벌써 만 십삼 년이구나. 나 자신에게 주의를 끌어오긴 쉽지 않고 잘 되지 않아 자주 짜증이 나곤 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엄마 노릇을 하며 살다가, 어느 날엔 자식이 괘씸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의 부족함이 크게 느껴질 때면, 그리고 화가 나서 그저 어떤 연결도 없는 나 혼자로 오롯이 있고프다는 생각이 들 때면 결국 '엄마', 엄마가 결론이다.
나도 기대어서 앙탈을 부리고 싶다. 엄마에게 시금치나물을 무쳐달라 하고 싶다. 그리고 울 외할머니도 생각나네? 울 할머니에게 단술을 만들어달라 하고 싶다. 믿을 구석은 엄마, 엄마들 뿐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