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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랄스러운 것

by 말쿡 은영

누구는 괴랄스럽다고 했다. 박사학위까지 받은 실력 있고 떠오르는 댄스 강사 한 분의 말이다.


아이돌 시장 바로 뒤, 또는 바로 아래에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이돌 준비 학원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 학원 중 하나에 나의 딸이 다니고 있고, 거기서 꿈을 실현하려고 애쓰고 있다.


괴랄스럽다고 한 대상은 그 학원에서 매년 행사로 여는 '연합오디션'이라 불리는 것이다. 학원은 70여 개의 기획사를 초대하고 가장 앞줄 좌석들에 그들을 앉힌다. 그리고 학원에서 댄스팀, 보컬팀, 라이브퍼포먼스팀 등이 결성되고 학생들이 무대를 꾸민다. 3시간에 육박하는 시간 동안 많은 아이들이 공연을 쭈욱 펼친다.


최근 딸의 오디션 무대를 보러 갔다. 작년에도 다른 학원에서 이 같은 무대에 섰던 적이 있다. 그 이전에, 딸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뮤지컬 학원이나 댄스학원을 줄곧 다녔기에 공연을 하거나 영상을 찍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어렸을 때야 즐겁게 하는 그 모습이 좋아서 좋아하는 거 하라고 우쭈쭈 했는데, 아이돌이 되겠다고 꿈꾸기 시작한 이래로 각종 현실적인 문제들이 체감되면서 과연 이 판에 아이를 둬도 괜찮겠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그 오디션의 첫 무대를 보고 있는 순간부터 난 애들이 안쓰럽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용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좌절감은 점점 심해지고 만다.


실력이 다 고만고만하다. 눈에 띄는 2-3명은 있다. 내 딸이니까 내 딸이 남다른 매력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지 기획사들이 보기에 그 인물이 그 인물일 듯하다. 그래도 어쨌든 이런 무대가 비용을 들여 마련되었으니 기획사는 1차 합격생들을 뽑는다. 정말 뽑고 싶어 뽑는 것인지 으레 하는 만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단지 1차 합격이고 2, 3차가 있고 연습생의 과정과 데뷔까지의 시간을 본다면 1차 합격 몇 명 시켜놓는다고 큰 일 날 것 같지도 않다. 어쨌든 만들어내고 윗 단계로 일단 부어 넣어 주는 게 아니냔 말이다.


그 고만고만한 아이들 중에 뽑히는 기준이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아주 예쁘면 가능성이 급격히 올라가는 건 분명하다. 좀 예뻐야 그래도 1차라도 합격하니 쌍꺼풀 수술 등 어린 나이에 조금씩 얼굴에 손을 대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뭐가 기준인지도 분명치 않은 채, - 물론 실력이 누가 봐도 최고라면 뽑힌다 - 그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노력해야 하나? 어느 기준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워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다 아이들 정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해 보여 좋다고 주변 사람들은 우리 딸을 두고 이야기한다. 그게 다행이기도 하지만, 이 판에서 경험하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확실히 미쳐야 돌파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될 사람 안될 사람이 구별되어 포기해야 하는 사람은 포기해야 하는 시스템이어야 자원의 낭비가 없는데, 형성된 이 시장은 이미 너무 커서, 막말로 개나 소나 연예인 하겠다고 들어오고 있고, 돈을 주고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데 누가 막는가? 이 실낱같은 희망을 이용하는 이 시장이 정말 원망스럽기도 하다.


지금 바빠서 일단 대략 이렇게 써놓고 추후에 수정과 보충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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