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자만이 무대에 선다

드라마 [정년이]

by 이은희

공연이 시작되기 전, 사고가 일어났다.

구슬아기 역을 맡은 배우가 다리를 다쳐 출연이 어려워졌다.


단장이 말했다.

“구슬아기 대사를 외운 사람이 있으면 나와라. 그 누구든 기회를 주겠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연구생들은 말했다.

“제가 할 일은 없을 줄 알고 대본을 외우지 않았습니다.”


그 침묵을 깨고 정년이가 앞으로 나온다.

“제가 하겠습니다.”


누가 봐도 주연이 아닐 것 같은 사람


정년이는 원래 조연이었다.

아니지, 그보다 더 아래인 군졸 역할.

자신이 무대의 중심에 설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 자리.


그런데 정년이는 달랐다.

그저 조연으로 머물지 않았다.

극 전체를 외우고, 모든 배역을 연구했다.

혹시라도 언제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기에, 준비했다.


타고난 재능?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년이는 천재적인 감각을 지녔다.

하지만 진짜 천재는, 매일 연습하고, 몰입하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다.


남들은 출발선이 다르다며 스스로 포기했다.

“에이, 어차피 잘하는 애들이 있잖아. 난 아니야.”

이렇게 스스로를 변명하며 연습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년이는 묵묵히 준비했다.

결국 그 차이가 무대 위에서 드러났다.


‘언젠가’를 기다리지 않는 사람


이 장면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혹시 나도 ‘언젠가 누가 불러주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았는가.

기회가 없다고,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혹은 남들이 더 잘한다고 말하며 스스로 연습을 멈추진 않았는가.


정년이는 그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저 자리, 내가 할 수 있어. 준비돼 있으니까.”


결국 기회를 잡는 사람은 누구인가


드라마 속 단장의 외침이 귓가에 오래 남는다.

“이런 반푼이 같은 놈들! 기회를 줘도 못 잡다니!”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주어진다 해도, 준비되지 않은 자는 잡지 못한다.

준비란, 결국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의 문제다.


나도 언젠가 정년이처럼


정년이를 보며 깨닫는다.

인생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지금은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배움과 연습이

어느 날 내 인생의 무대 위에서 찬란히 빛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매일 연습하고, 연구하고, 몰입하는 것.

기회가 올 때

“제가 하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