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맞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by 이은희


“전 여기 안 어울려요”


앤드리아의 면접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지원한 회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섰고, 지나치게 솔직했으며, 상대방이 궁금해하지 않을 자신의 이력만 열심히 설명했다.


“비서직도 나름 괜찮을 것 같아서요. 실은… 기자가 되고 싶어 뉴욕에 왔는데, 여기저기 지원서를 보냈지만연락 온 게 여기뿐이라서요.”


그런데도 미란다는 그런 앤드리아를 뽑았다. 왜일까?


똑똑한 뚱보를 써보는 모험


“난 스타일 좋고 늘씬하고, 패션을 숭배하는 그런 애들만 뽑아. 그런데 그런 애들은 왠지 일하는 게 실망스럽고 멍청하지.그래서 네 인상적인 이력서와 소신인지 뭔지에 잠깐 혹했지. 한 번 바꿔보자. 똑똑한 뚱보를 써보는 거야.”


미란다의 선택은 계산된 모험이었다. 하지만 이 모험은 실패로 끝날 뻔했다.

앤드리아는 스스로 이 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고, 그 태도가 그대로 일에 드러났다.


“뭘 노력했는데? 징징대기만 하잖아”


나이젤의 한마디는 냉정하지만 정확했다.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싶다고? 뭘 노력했는데? 징징대기만 했잖아.”


우리는 종종 ‘노력’이라는 단어로 불평과 푸념을 덮곤 한다.

진짜 노력은 무엇일까? 앤드리아의 변화는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겉모습이 바뀐 게 아니다. 자신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이곳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이해하고,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야가 넓어질수록 멀어지는 사람들


앤드리아는 이제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도 차분히 해결해낸다.

밤낮 없는 업무, 무리한 요구, 주말도 없는 일정 속에서도 점차 적응해갔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달라진 앤드리아를 이해하지 못한다.

“거드렁댄다”, “변했다”고 말한다.


맞다. 그녀는 변했다.

경험이 쌓이면 시야가 넓어진다. 보는 눈이 달라진다.

문제는 그 변화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파리 출장은 앤드리아에게 큰 기회였다.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경험과 자산이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앤드리아는 미란다의 외로움을 본다.


이혼을 반복하고, 모든 것을 손에 넣었지만 결국 혼자가 되는 자리.

그 자리가 가진 고독을 앤드리아는 처음으로 실감한다.


“난 친구랑 가족, 내 신념에까지 등을 돌렸었지. 왜 그랬을까?”


앤드리아는 결국 원래의 삶을 선택한다.

모두가 선망하는 성공의 자리가 아닌,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으로 돌아간다.


진짜 성장의 의미


미란다가 마지막으로 건넨 추천서는 모든 것을 말해준다.

“내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비서다. 하지만 채용 안 하면 당신은 멍청이다.”


앤드리아는 실망을 안겼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제대로 해냈다.

진짜 성장은 환경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은 배우되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걸맞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까?

어쩌다 시작된 일이라도, 스스로 공부하고 배우며 성장할 때 비로소 그 자리가 나를 키운다.


성장이란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지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