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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Aug 13. 2021

2N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나의 글...

4N년차 여자 사람_취미생활


엄마 아빠의 말에 따르면 나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만화책을 읽었단다. 한글을 뗐었다는 얘기를 엄마는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얘기하신다. 요즘에야 어릴 때부터 한글을 공부하지만 그때는 국민학교 1학년 때 한글을 못 읽는 친구가 많았었고, 그런 친구들과 선생님은 나를 짝꿍으로 만들어서 옆에서 한글을 가르쳐주게 하셨었다. 


고등학교 때 나는 시문학 동아리 멤버였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긴 했었지만 시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근데 친구가 시문학 동아리에 들어간다길래 그냥 따라 들어가서 어쩌다가 멤버가 되었다. 우리는 매달 한 번씩 문집을 발행했는데, 멤버들이 모두 한 달에 한 번씩 시를 써내고 누군가는 그 시에 맞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인쇄소에 가서 그 작품들을 맡겨 몇 장짜리 시문집을 매달 냈었었다. 나는 그중에서 인쇄를 맡았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인쇄소를 선배들이 거래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20대 때 봤던 나의 시들은 너무나도 동시같고 부끄러울 뿐 자랑스럽지 못했고 어디 나가서도 내가 시문학 동아리를 했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었다. 


시문학 동아리를 하면서도 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소설의 주제는 여고에서 벌어지는 친구들끼리의 시기와 질투. 나랑 고1 때부터 찐친이었던 내 베프는 너무나도 유쾌한 친구였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도 모두 그 친구와 친해지고 싶어 했고 원래 친했던 나는 그들에게 시기의 대상이었다. 더군다나 내 친구는 마음이 착해서 차마 다른 친구들이 자기에게 다가올 때 거절을 못하는 아이였다. 1학년 때부터 매번 소풍 갈 때 항상 나와 짝꿍이었고 항상 같이 버스 옆자리에 앉았었기 때문에 나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소풍 전날 그 친구가 내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번에 다른 친구가 같이 앉자고 얘기해서 거절을 못했다고.... 갑자기 짝꿍이 없어진 나는 요즘 말로 멘붕! 그 이후 그 친구 곁에는 항상 다른 친구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나는 점점 그 친구와 멀어져 갔다. 그런 나의 감정이 모두 녹아있던 나의 첫 소설. 물론 마무리까지 하지는 못했지만 원고지 수십 장에 써 내려갔던 나의 소설을 20대 때 읽었을 때의 부끄러움이란... 


그래서 나의 시문집들과 그 원고지는.... 어딘가에 내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처박혔고 결혼하면서 챙기지도 않았으며 결혼한 지 십몇년이 지난 지금 나의 방은 현재 엄마의 냉장고와 그림 그리는 방으로 변하면서 그 아이들은 어느 박스엔가 들어가 창고 어딘가에 박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의 글쓰기는 그 후 싸이월드로 옮겨진 것 같다. 긴 글들은 아니었고 사진에 얹혀진 사실 설명이나 그때의 짧은 감정들이었다. 그중에도 여행을 좋아하던 내가 사진 몇 장과 글을 올리면 친구들은 자기들이 여행을 갔다 온 것 같다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댓글을 남겨주곤 했다. 그때쯤 만난 남편은 그 언젠가부터 나에게 여행작가 같은 것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얘기했었다. 결혼 전 그냥 내 기분 좋으라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보기에 내 글은 친구들이 아니면 누군가에게 내놓기 부끄러운 글이었으니까...


그 후 카카오스토리로 옮겨왔었지만 이후에는 글보다는 사진이 위주가 되는 SNS들이 메인이 되면서 나의 글쓰기는 거의 멈춰 있었다. 취미로 하고 있는 연극의 대본 수정을 위해 멤버들과 사연을 풀어내고 그걸 정리하고 쓰는 일 정도가 끝이었다. 


그러다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나는 내 글이 어디에 내놓기 적절하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작가의 서랍에만 몇 개의 글을 써 놓고 나 혼자만 읽고 읽어었다. 


다른 때 같으면 휴가를 맞아 여행을 갔었고 그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어 집콕 휴가 일주일을 보내면서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을 읽다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나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가 된 분들의 후기를 읽어 보았는데 이 브런치 작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았다. 여러 번의 도전을 하신 분들이 많았었다. 다시 한번, 괜한 짓을 하나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너무나도 심심하고 무료한 휴가였기에 마음을 비우고 그냥 뭐라도 한다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접수! 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오늘, 앱 로그인 인증을 위해 메일 주소 연결을 위해 메일에 들어갔는데 너무나도 놀라운 메일이 와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 마이. 갓!!! 

내 글을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누군가가 읽어 준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나름의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쁜 마음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가 브런치에 쓰고 있는 글들을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홍보하지 않겠다. 온전히 나를 모르는 분들이 읽어주시는 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작가로 등록해 주신 분들, 그리고 앞으로 제가 쓸 글들을 읽어주실 분들에게도 미리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조금 더 자신을 가지고 글을 쓰도록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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