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 요약 후기 : “실망”
본론만 말하겠다.
들어봤던 수많은 포럼, 강연, 행사, 세션 등을 통틀어 가장 엉망이고 최악이었던 행사였다.
이 행사 이름에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는지, 그리고 페스타라는 즐거운 단어와 공존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행사 전반이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한다는 점에 있어서, 진정으로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행사를 기획했다면 절대 행사 참여자들을 이런 식으로 대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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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 같이 갔던 일행 그리고 여러 참여자들이 공통으로 꼽은 최악의 포인트들은 다음과 같다.
1. 이럴 거면 사전등록 받지 마라
해당 행사는 강연과 부스가 동시 진행되는 형태로 운영됐다. 보통의 행사들이 그러한 거처럼.
다만 한 가지 달랐던 건 그 강연을 라이브로 송출하지 않은 점이다. 발표자료도 제공되지 않는다. 즉, 강연을 강연장 현장에서 듣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는 게 없다는 말이다.
그럼 강연장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느냐? 어림도 없다. 강연을 듣기 위해서는 시장도 아니고 줄을 20-30분 동안 서야 한다. 줄을 서야 한다고 다 들어가냐? 아니다. 오픈런도 아니고 끊겨서 못 들어간다.
팝업스토어들도 사전신청을 받은 인원은 입장을 개런티하는 마당에, 여러 기업에서 지식을 공유하고자 모인 자리인데 오픈런에 이어 입장을 거부당하다니…
곱게 거부당하면 다행이다. 행사 스탭 분들은 어디서 끌려왔나 보더라. 아주 성가신 표정과 말투로
“마감입니다.”
“못 들어가세요”
“빨리빨리 걸으세요”
를 소리치더라. 기다렸는데, 강연은 못 듣고, 스탭 분한테는 혼나고, 비는 추적추적 오더라 이 말이다.
자, 그래서 씁쓸한 실패의 경험을 발판 삼아 이후 강연 세션은 시작 30분 전부터 줄을 섰다. 다리 아파 죽는 줄 알았다. 정말 쌩줄 이더라.
근데 여기서도 실망은 끝이 아니었다. 타임테이블대로 운영해줬으면 30분만 줄 서고 입장했지… 15분을 늦게 입장시키더라. 도합 45분을 그냥 서있던 거다. 사실상 50분짜리 강연 듣자고 사전등록을 했음에도 줄을 섰다. 그것도 너무 당연한 듯이.
어거지로 줄 서서 들어간 내 일행은 강연 내내 또 서서 들어서 또 한 번 깊은 분노가 올라왔다고 한다. 이게 진정 참여자를 위한 행사가 맞는지 다시 한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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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참여기업 선정기준에 대한 의문
오픈된 부스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이 된 건지, 그들은 단순히 기업홍보 혹은 마케팅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특히 SK가 ESG 선두기업인 것은 사실이나, 후원을 많이 한 것인지 몰라도 너무 많은 계열사가 참여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회적가치연구원도 사실상 SK 산하 연구원 아닌가. 아무리 상공회의소 주관이라지만 SK잔치여도 되는가?
또한 사회적기업들이 부스로 참여하고, 마켓에도 참여해 물품을 알리고 판매까지 이어지는 플랫폼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다만, 그 기업들이 너무 겹친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무슨 말이냐면 부스, 마켓, 강연, 메인부스 행사에 특정 기업이 모두 참여하더라. 예를 들어 나눔비타민 대표는 강연도 하고, 메인부스에서 발표도 하는 등. 물론 해당 기업의 대표님의 사례는 흥미로웠다. 그러나 행사 전반의 면에서 더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해 더 다양한 사례를 나누는 게 취지에 맞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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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번 행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래. 행사 진행보다 중요한 건 알맹이지. 라고 하기엔 알맹이도 너무 부족해서 다른 의미로 깜짝 놀랐다.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여러 부스가 운영되었고, 강연이 진행되었는데 그렇다면 행사 전반이 과연 참여자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인지 전혀 와닿지 않는다.
최근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아니,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지 싶다. ESG공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이제는 그 가치를 어떻게 정량화할 것이냐에 대해 기업이 눈을 돌리고 있다. “정량 수치”가 주는 확실함의 파워는 대단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 정량화의 힘이 왜 무섭냐고? 예를 들어 NGO가 아프리카 난민에게 100만 원을 기부했다고 치자. 재무적으로는 단순히 현금 100만 원을 기부처리하면 간단하다.
근데 이걸 사회적 가치로 환산해 보자. 이 중 50만 원은 아프리카 난민 아이들의 교육비에 활용했다면 인적자원으로 환산이 가능하다. 그리고 20만 원으로는 도서를 샀다면 인적자원 외에도 도서를 비치함으로써 오는 심미적인 효과까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30만 원으로는 물정화 시스템에 투자했다면 단순히 30만 원짜리 정화 시스템을 넘어 보건, 건강의 발전을 야기한다. 100만 원이 200 혹은 그 이상의 가치가 되는 기적의 계산법이 가능한 셈이다.
이 정도면 기업이 관심 가지기 충분한 주제이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이번 행사 참여 전, 무려 상공회의소 주관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 이길래 과연 현재 국내 기업이 인식해야 하는 사회적 가치란 무엇이며, 환산의 방식 등 실무적 내용과 함께 관련 best practice 및 여러 기업/단체의 의견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 기대했건만… 이만 말을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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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행사에 대한 내 소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
더 나은 2회 페스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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