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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 Aug 05. 2022

만5세 초등 입학- 어린이를 보는 프레임의 문제.

만5세 초등 입학을 반대합니다.


2025년부터 입학 연령을 25%씩 당겨, 만5세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학제 개편안이 발표되었다. 여론을 묻기 위한 보따리를 푼 것이 아니라, 시행 계획과 년도까지 테두리가 짜여진 계획안. 뭐가 이렇게 급했던 것일까?


만5세 초등 입학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찾아보니,

'초등학교 시기가 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나온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공교육에서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인지 능력과 교육 수준 역시 예전과 비교할 수없이 높아졌으니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쉽게 말하면, '조기 (공)교육'으로 미래의 일꾼을 양성하겠다는 것 아닌가. 미흡한 근거와 성급한 제안에 당사자인 학부모의 패닉은 물론 학교 측도 당혹감으로 들끓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어제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철회', 없던 일로 될 수 있다더니 오늘은 그 뜻이 아니라 '다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보자'는 취지였다고 해명... 그야말로 무책임한 태도에 기함하게 된다.





# 어린이를 보는 프레임

언제까지 영유아, 아동을 '교육'의 대상으로만 포커스를 들이댈 것인가?


일찍 학습 능력을 키우고, 일찍 사회에 나와 사회적 일꾼으로 제 몫을 하고, 세금을 내고 가정을 꾸려 출산율을 높여줄 재산. 왜 그 이상의 가치를 염두에 두지 않는 걸까. 실소를 넘어서, 경악할 만큼 슬픈 일이다.

영유아 시기, 학습 외에 꼭 필요한 공감 능력이나 또래 집단과의 '놀이'에서 즐겁게 배워야 할 사회성들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 '학습'을 절대 우위에 놓고 저울질하는 다급함은 왜 아직도 계속되는지 의문이다.

(이런 기회를 박탈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공감력 결여/ 집단 이기주의 해소를 바라다니. 그야말로 어불성설)


미국, 유럽의 킨더를 예시로 드는 것은 학교가 가진 인프라, 영유아 교육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르니 비교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높아진 교육 수준을 근거로 주장하는 것 또한 이미 달궈진 유아, 저학년 위주의 사교육 시장에 불을 지펴 더 빠른 사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이 모이게 되는 교실에서는 뒤처지지 않게 돕는 쪽으로 선생님의 에너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발달상 미숙한 만5세 아이들이 잃는 자존감 만큼이나, 옆에서 또 다른 돌봄 기회를 잃을 만6세 친구들 또한 존재하게 되지 않을까.





* 이 주장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어쩌면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긴 글을 줄여 수정했다. *



교육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 참여 인력이 될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이런 목적으로 아이들 교육을 바라보는 것 자체에 물음표를 던져야 하지 않을까?


고속도로를 뚫고 높은 건물을 세우며 초고속 성장만 바라보다 잃은 것을 뒤늦게 알아챘듯, 이제 교육도 학습과 경쟁에만 치우침을 반성하고 전인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인지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논리적 학습 능력이 아닌 이타적인 감정과 공감력을 어려서부터 키워야 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갈등의 해결보다 일단 배척하고 비하하는 요즘 현상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착각했다.


백년지대계의 시작인 어린이들 교육을 화두로 이런 정책을 먼저 떠올렸다니! 수적인 계산보다, 가치 있고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인가. 안타깝고 부끄럽다.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도, 뜬금포 발표와 그 정책을 수용하는 정부의 입장을 보고 있으니 영 안심할 수 없다. 설마 이 분위기로 학제 개편이 되겠어~ 싶다가도 불안한 건 모두가 같은 마음인지, 만5세 초등 입학 반대 서명이 날마다 올라온다. 관심 있는 우리도 숫자 1을 보태야 할 때인듯하여 링크.



* 국민동의청원 : 만5세 초등입학(학제 개편) 반대청원

# 이런 식으로 나라 계획을 뚝딱 정할 수 있다니

# 매일이 서프라이즈

# 본질을 꿰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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