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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이 May 24. 2022

법륜스님 금강경 일상에 적용하기

회사의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감정 해결해보기

회의를 마치고, 동료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다. 함께 하기로 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내가 일을 떠넘기고 있다는 게 주요 요지였다.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그 표현 방식에 있어서 내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미처 겪어보지 못한 수위였기 때문이다. 이 일의 주체는 **님이며, 관성적으로 일하는 건 아니냐는 것이었다.


 내가 실수를 한 부분은 일정을 잡을 때 회의록을 캘린더 메모에 넣지 않는 것과 약 한 달 전 전달받은 링크 주소를 잊어서 다시 요청한 것이다. 사실 이 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사실 이직 한 지 2달이 조금 넘었고 회의록을 이미 한번 공유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꼭 일정에 넣어야 하는 지도 잘 몰랐고, 아직 미숙한 점이 분명히 있었다. 그렇지만 일의 주체를 내가 아닌 동료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입사 2달 만에 관성적으로 일하는 거냐는 표현은 받아들이기에 너무도 힘들었다.


일단  프로젝트를 동료에게 제안했을 , 그분 동의했고, 그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기에 자료 준비를 도와줄 수는 있었겠지만 내가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불만을 표현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전에 미처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함께 협업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자료를 가져온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밖에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먼저 사과를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를 제안한 입장에서 더 많이 챙기지 못했노라고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나는 그 동료로부터 끝까지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는 사과받지는 못했다.


뒷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 프로젝트가 공개되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면 이전의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부담을 갖고 있는 듯했다. 게다가 준비 과정에 대한 확신도 없으니 자신이 자료를 준비하면서 불만이 점점 쌓였던 것이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이 있었지만, 내가 제안을 하니 선뜻 거절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참여하겠다고 해준 것은 고마웠고, 차라리 처음 혹은 준비 과정에서 불만이 있었다면 좀 더 커뮤니케이션을 명확히 하되 공격적이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중간이든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든 내 성격 상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 아무래도 참여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면 충분히 이해해줬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계속해서 동료가 원하는 방식, 편한 방식으로 하자고 몇 번이고 언급했었기 때문이다.


동료는 이 말을 듣고서 "하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말고"라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는데, 가장 답답한 것은 나는 일관되게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던 모든 것이 자신이 해석하기 편한 대로, 준비는 자신이 다하고 프로젝트 진행은 떠민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프로젝트는 취소하자고 제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잘한 것이다. 이 일이 없었고,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의 피드백 중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것이 섞이면 그 화살이 전부 나를 향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너무 아찔하다. 나는 프로젝트를 취소했다고 리더에게 보고했다.


문득 법륜스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 동료는 타인으로부터 손가락질받고 싶지 않고자 하는 본인만의 상() 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자 책임감 있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은 상()이 있었다. 혹은 동료도 나와 이와 비슷한 상을 짓고 있었고, 나와 동료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충돌이 생긴 것이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관점이 아니라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른다.


제삼자가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음이 여전히 무겁긴 했다. 즉, 나는 여전히 내가 일 잘하고, 관계도 좋으며,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동료와 상위 리더의 피드백을 통해서 그 상이 깨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일로 며칠간 골머리를 앓았더니 그냥 '일'을 하고 싶어졌다. 일에만 집중하는 나날들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내 일을 할 뿐이다라고 되새겨본다. 더 잘하고,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아무리 잘해도 상대는 오해할 수도 있고 좀 억울한 입장에 처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성실하게 현재 일하고 있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온전한 편안함은 아니지만 이 마음에 집중해보았다.


나는 이번 팀으로 이직하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감사하게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나 역시도 자기 효능감이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그래,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억울한 감정은 좀 내려놓자. 대신 이 일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내가 본) 사실 관계에 대해 정리는 해둬야겠다. 추후에 이 일로 인해 내가 부당한 입장에 놓이지 않도록, 그리고 나 말고 다른 팀원들이 비슷한 일에 처하면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법륜 스님은 호랑이가 어머니를 물어서, 그 호랑이를 죽이려고 하면 그것은 복수심에 의한 살생이므로 과보를 피할 수 없지만, 이 호랑이가 또 다른 할머니를 물어가려고 해서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과보를 알고도 기꺼이 호랑이를 잡으려고 하는 관점은 또 다르다고 한 적 있다.


이번 일은 내가 느끼는 억울함을 풀려고 하다 보면 더 일이 꼬일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는 동료의 커뮤니케이션 이슈가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 더 발생하지 않거나 빈도를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만 접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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