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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이 Mar 26. 2023

전세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았다. (3)

시간이 흘러 만기일이 다가오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는 전세계약 종료를 원할 경우 임대인에게 갱신 거절 의사를 알리라는 알림을 보내왔다. 


혹시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그때 받았던 것을 첨부해 본다. 

문자 메시지로 보내거나 전화로 하고 녹취본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었으나, 지금까지의 의사소통 방식으로는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느껴서 간단하게 내용증명을 우편으로 발송하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무료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양식이 있어서 어렵진 않았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에서 발송하면 되는데 등기 발송 하면서 몇 천원 정도를 더 내고 '배달증명'이라는 것도 추가하였다. 금전 청구인 경우 배달 증명은 사실 필수는 아니었지만, '해제·해지·취소'의 의사표시의 경우는 계약관계가 종료되고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될 수 있어서 분쟁에서 언제 해제의 효력이 발생했는지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내용 증명을 받은 이후로 골치가 많이 아플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우려와 같이 역시나였다. 첫 번째는 부동산을 통하여 요새 역전세로 인해 전세금 때문에 본인의 사업도 영 좋지 않고 집주인도 걱정이 많으니 허그를 통해 받아가라는 것이었다. 다주택자라서 대출도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여러 부동산에 제대로 집을 내놓지 않은 상황였고, 아직 이 아파트는 역전세랑 상관이 없는 곳이었으며, 다주택자로서 계속 그 많은 집을 안고 있으면서 그 피해를 나에게 전가시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단호하게 만기일에 돈을 돌려주지 않을 시 '임차권 등기명령'까지도 바로 할 것이라고 전달하였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소위 빨간 줄에 해당하는 것으로 등기에 임차권 등기명령이 그어지는 것을 집주인들은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집주인은 부동산을 통하여 자신이 알아보았는데, 통상 허그는 한 달 이후가 지나야 돈을 돌려주니까 합의하에 만기일을 본래 날짜보다 한 달 정도 당기자고 하였다. 그러면 원래 만기일에 허그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허그에서는 집주인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확인받았다고 했지만,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허그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물에 빠져도 나의 생명을 책임질 구명조끼 같은 역할을 하는 보증보험을 잘못했다가 대항력이 상실되는 등 문제를 복잡하게 하게 만들 필요는 없어 보였다. 어차피 거의 1년여의 시간이 지체된 이상 한 두 달 당긴다고 그 사이 마음이 편하지도 않았고, 허그 날짜를 조정하는 동안 집주인이 그 사이 어떤 일을 벌일지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이 역시 정중히 거절했다.  


이때부터 집주인은 심심할 때면 문자 폭탄을 보내서 협박을 일삼았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조건에 대해서 전부 들어주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이미 나에게 회사 임직원 비윤리위원회에 신고하겠다는 문자도 보냈었다. 대체 내 전세금을 전세 만기일에 받겠다는데 신고감이 될 수 있나 싶었다. 


하루는 은행에서 대출신청으로 인해 확인을 해야 한다고 연락을 받았다. 집주인에게는 대출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 했다. 혹시나 '나보다 등기 상에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아니겠지?'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내가 이사오기 전 전세대출을 받으려고 했을 때, 은행에서 전화가 갔지만 집주인이 나는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대출 거부 의사를 밝혔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을 것이다. 나는 집을 계약할 때 전세대출받을 거라는 말을 했었음에도 은행에서 확인 전화가 갔을 때 '확인해 보겠다'도 아니고, 단칼에 거절했던 것이 너무도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대출 담당자가 지금 집주인이 모르겠다고 했다고 연락을 했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무슨 일일지 은행에 알아보니 최근에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서 '임대보증금반환자금보증'이 새로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 집주인이 다주택자라서 대출이 나오지 않아서 전세금을 줄 수 없다거나 허그 날짜를 조정하자 등의 제안을 한 시점에도 이미 대출 상품은 나와있었던 것이다.. 역시나 이 사람은 믿을 수 없었다. 


임대보증금반환자금보증은 조금 조건이 까다로워서 만기일에 세입자인 내가 퇴거를 하지 않으면 은행에서 집주인에게 페널티를 준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집주인은 나에게 당일에 영수증을 써야 하니까 만기일에 부동산으로 챙겨 와야 하는 준비물을 줄줄이 나열해 왔다. 역시나 알아보니 은행에서는 영수증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하였다. 등기만 한번 떼어서 내가 퇴거했는지만 체크한다고 한다. 또 거짓말을 한 것이다. 


나는 불편한 마음에 다시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고, 혹시라도 집 주변에서 마주치더라도 나를 기억하는 것을 원치 않아서 무조건 비대면으로 하겠다고 하였다. 내가 은행에 확인했다고 하니 부동산에서는 집주인의 은행, 그 지점은 다른 것 아니냐고 하길래 그때 대출 확인 와서 거기서 다 물어봤다고 했더니만 말꼬리를 흐렸다. 


게다가 알고 보니 꼭 밤 12시에 폭탄 문자를 보내서 협박을 하는 이유가 자기가 힘드니까 너도 힘들어 보란 심리로 퍼붓는 것이고 오타가 많은 문자라서 예상은 했지만 혼자 술 먹고 하는 짓이었다.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이때 불안한 내 심리는 말도 못 했다. 낮에는 다 설명하기에 지루하고 피곤할 정도로 계속해서  불필요한 대화가 오고 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 집주인 : 집이 파손되었는지를 봐야 한다. 

- 나 : 그전에 집에 들어와서 눈으로 다 확인한 후 그다음 날 아침 장문으로 공사해야 하니 집 비우라는 내용증명 보내지 않았나? 법적으로 보여줄 의무가 없기도 하고 본인이 비디오로 촬영하면서 집으로 들어왔으니 더 이상을 할 수 없다.


- 집주인 : 미리 계좌를 보내라. 동명이인의 대포통장을 당신이 보내면 나는 돈을 두 번 주어야 한다.

- 나 : 전날 줄 것이다. (미리 줄 수도 있었지만, 계좌 확인을 한다면서 돈을 미리 보내본다고 하니 매우 귀찮았다. 혹시나 내 계좌를 신고하여 소위 보이스피싱 기법처럼 계좌 동결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들기도 했다.)


- 집주인 : 전입신고를 다른 곳에 했기 때문에 대항력 상실했다. 가족이 왔어도 전대차라 위법이다. 

- 나 : (법적으로 알아보니 멍멍이 소리지만, 답하면 또 밤새 난리 치므로 조용히 있었다..) 당연히 가족이라 전대차 상관없었고, 전입신고 다른 곳에 했다가 바로 다시 들어왔던 기간 동안 집주인이 별도로 대출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허그, 대항력 등 아무 문제없다. 나 역시 변호사와 허그에서 상담을 다 받은 것이다. 




마지막에는 집주인이 법무법인을 통해서 내용증명을 보내왔는데, 나는 두세 번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용 중에는 만기일에 돈을 돌려주겠다는 문장이 두 번이나 써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강조하려고 서초동 변호사까지 만나야 했을까?


알고 보니 내가 계좌를 주지 않아서 돈을 받는 것을 거부할 경우 (혹은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일 경우), 이미 은행에서는 대출을 받았으므로 자신에게 어떤 페널티가 갈 것을 염려하여 전세금이 지연되는 기간 동안 공탁하고 그 이자를 나에게 청구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마 정상적으로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별로 이해가 되지 않았고, 어떤 대응도 딱히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두었다. 초조함이 극에 달한 집주인은 결국 내가 원했던 조건인 만기일에 전세금 전액을 비대면으로 주겠다고 하였다. 


아무것도 송금받은 것은 없었지만 이 말을 전달받자마자 속이 다 시원했다. 문자로 증거도 남았으니 다행이었다. 


나는 만기일에 통상적으로 하듯 이사를 할 경우 집에 찾아와 말싸움이 혹시라도 날 것을 우려하여 만기 하루 전에 이사를 하고, 경비실에 가서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을 계산해 달라고 하였다. 자기가 잘못하는 것을 내가 죄를 짓고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무슨 첩보작전을 세우는 느낌이었다. 


만기 당일에도 돈을 그래서 언제 주는 건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 돈 보냈으니 비밀번호 보내라는 말을 반말로 문자를 보내왔다. 그럼 그렇지.. 


만기일 다음날에 허그에서는 알림이 왔다. 계약 완료가 되었으니 보증이행 청구를 하고 싶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이 역시 나처럼 궁금한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첨부해 본다. 




마무리


글을 마치면서, 찾아보니 아직도 이 집은 전세 매물로 나와있다. 일부 공사를 한 것 같지만 비슷한 조건의 집들이 같이 나와 있으니 아마 쉽지는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집주인이 단 한 번이라도 집이 문제가 있어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면 본인도, 나도 이렇게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특히 금전적인 면에서도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점들이 있었는데 왜 단 하나도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다른 집으로 빨리 계약해서 나가고 싶어 했을 때 그때 나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면 세입자를 못 구해서 저렇게 매달 이자를 내야 할 일도 없었을 거다.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집을 여러 채 사놓고 그 책임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나도 이 처음 계약할 때 이렇게 집주인이 꼬여 있는 사람이라 전세금을 순순히 돌려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었다. 그나마 동아줄 같은 허그를 들어놔서 다행이었고, 천천히 받아도 괜찮다고 같이 싸워준 가족이 있어서 버틸만했다. 


절대로 부동산 시장이 좋아도 집이 팔리기 전에는 새 집을 계약해선 안된다는 것도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크게 배웠고, 작던 크던 내 집에서 사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도 알게 되었다. 


2년이라는 기간 동안 특히 마지막 두 어달은 정말 힘들었다. 내가 괴로우니 너도 괴로워보라는 식이 못된 심보를 가진 사람과도 더 이상 엮이지 않아도 돼서 평온한 주말을 되찾은 것도 정말 다행이다. 


- 전세금 돌려받은 스토리는 여기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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