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네 번
1. 2023년 4월 1일 만우절 날, 거짓말처럼 UX라이팅 컨퍼런스를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없던 때, UX라이팅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라, 잘 될 거라는 기대감은 없었죠. 그래도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어요.
2. 급하게 저를 제외한 3명의 연사에게 링크드인으로 컨택했어요. 일면식도 없었지만 흔쾌히 수락해주셨죠. 또한, 진행을 도와줄 모더레이터 1명과 스태프 1명도 섭외했죠. 이 둘 또한 '같이 하자'라는 한 마디에 주저하지 않고 참여를 결정해주었죠.
3. 바로, 이들이 지금 행사를 이끌고 함께 하는 Index UXer의 팀원들이에요. 팀을 모으면서 다짐했던 것이 2가지가 있는데요. 시청각으로 즐길 수 있는 강연을 만들고, 미후각으로 느낄 수 있는 먹거리를 준비하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강연자 섭외와 먹거리에 힘을 쓰고 있어요.
4. 강연자 섭외는 전적으로 제가 영업을 뛰고 있는데요. 좋은 취지에 따라 모두들 즐겁고 반갑게 요청에 응해 주세요. 덕분에 비영리 운영이 이어지고 있답니다.
5. 먹거리는 담당 PM을 정해요. 적어도 3개월 동안 공을 들여서 참가자분들께 최고의 먹거리를 전달하기 위한 거죠. 3개월 동안 진행하는 이유는 간단한데요. 예산이 너무 적고, 그 예산에 맞춰서 고퀄리티의 음식과 음료 등을 함께 준비하기 때문이에요.
6. 먹거리만 관리하면 되느냐, 그건 아니에요. 먹거리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다른 예산과 함께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 측면에서 먹거리 PM이 컨퍼런스 진행까지 큰 틀을 관리해요. 말 그대로 PM이죠.
7. 힘들어요. 힘든 자리예요. 그만큼 품이 많이 들어서요. 그런데 또 우리는 힘을 많이 쏟지 않아요. 각자 본업이 있으니,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게 목적이거든요. 컨퍼런스 준비하는 6개월 동안 1번도 안 만나요. 화상 미팅도 안해요. 카톡으로 틈날 때, 생각날 때, 잡담하면서 다 정하죠.
8. 그럼에도 문제가 불거지지 않아요. 각자 문제가 있으면 바로 이야기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죠. 나름 잘 굴러간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다들 각자의 고충이 있을 거예요. 저도 있으니까요.(?)
9. 잡설이 길어졌는데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4번째 컨퍼런스도 무사히 마쳤어요. 우리 컨퍼런스 특징이 있는데, 연사로 참여한 분들이 다음 행사에서는 노동력으로 전환된다는 거예요. 그만큼 락인(낙인효과)이 된다는 사실인데,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하고, 맛도 좋은 먹거리가 가득하다는 거죠.
10. 4회 동안 참가자는 24시간 내에 마감이 되고 있는데요. 항상 저희가 생각하는 시간보다 빠르게 인원이 차서 놀라고 있어요. 이번에도 폼을 닫지 못해, 예상 인원보다 더 받았을 정도거든요.
11. 여기서부터 다음 고민이 시작돼요. 바로 '공간의 문제'인 거죠. 사실 3회는 120명을 받았는데, 운영이 효율적이지 않아 4회는 다시 80명으로 줄였거든요. 3회 때는 공간은 넓었으나, 참가자들이 편하지 않았다는 만족도 조사가 많았어요. 그렇다고 인력도 늘릴 수 없고, 참가비도 늘릴 수 없어요. 그러면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을테니까요.
12.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측면으로 접근해 보면, 고정된 공간이며 동시에 저렴한 공간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협업'을 하게 될텐데, 이 또한 마뜩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언가 개입되면 본질이 흐려지기 때문이죠.
13. 저희가 머리를 맞대고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요. 여전히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요. 참 골치아픈 일이죠. 한편으로 사업과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스케일업을 할 시점이 온 건데,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그대로 망해버리는 그런 케이스 말이에요.
14. 그러면 스케일을 유지할 것이냐 키울 것이냐인데, 우리는 보수적인 입장을 택하게 될 것 같아요. 컨퍼런스는 본업이 아닌, 사이드이기 때문이죠. 사이드는 사이드로 남기는 것이 우리 각자에게 좋은 결과를 줄 거예요. 그래야 즐겁게 할 수 있으니까요.
15. 어쩌다보니 회고가 됐는데요. 이번에도 우리 행사에 힘써주신 분들 모두 감사해요. 강연자, 운영진분들 뿐만 아니라, 참가자분들 모두 말이에요. 여러분들이 있기에 우리 컨퍼런스가 있는 거니까요.
16. 다음 컨퍼런스는 내년 봄이에요. 오래된 친구가 문을 두드리는 듯한 따스한 느낌으로 여러분을 다시 찾아갈게요. 국내 유일무이한 UX라이팅 컨퍼런스로써, 봄의 햇살이 우리를 감싸안는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웃으며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