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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Jun 23. 2023

출산율 정책의 목표부터 세워라!


합계출산율 0.78명,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이 수치로 인해 대한민국이 충격에 빠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말한다. 보통 남자와 여자가 만나 부부가 되면서 아이를 낳게 되니, 2명이 만나 1명의 아이도 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1970년부터 이 통계를 작성해 왔는데 역대 최저치다. 2018년부터 0.98명을 기록하더니 끝도 없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층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출산을 하지 않거나. 출산을 하더라도 한 명 이상은 낳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수치다. 


함께 발표된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출생아는 25만 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는데 사망자 수는 37만 명으로 가장 많다. 한 해에 자연 감소되는 인구가 12만명을 기록한 것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 인구는 늘어가는데, 출산을 하지 않으니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십여년째 계속되는 급격한 인구 감소 현상을 두고 사회학에서는 ‘인구절벽’이라는 용어를 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진퇴양난에 빠져 절벽 끝에 서 있는 위기를 맞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 같은 위기를 감지한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민간의 부위원장 주도 아래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응하는 범정부 정책을 조정하는 곳이다. 인구 정책의 컨트롤타워라고는 하지만 존재감은 미미하다. 현 정부 초대 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은 당내 권력다툼의 와중에 사임인지 해임인지 모르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위원장은) 비상근이라 국회의원 하셨던 분들이 겸직하면서 1년에 몇 번 회의하는 자리”라는게 나 전 의원의 평가다. 


예산과 조직이 없으니 정책 추진의 동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도 위원회 출범식에 한번 참석했을 뿐, 직접 회의를 주재한 적이 없다. 위원장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회의에 굳이 관심을 가질 정부/민간 위원도 없어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기구가 되고 말았다. 정부는 2006년부터 16년간 저출산 대책에 약 280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 지금의 인구 위기까지 이르게 됐다. 


인구의 감소는 사회 곳곳에서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장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는 경제 성장률을 둔화시킨다. 노령인구의 부양을 위해 청년층의 희생이 강요되면서 세대간의 갈등을 야기한다.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국방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운용할 군인은 점차 줄고 있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은 망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지방 소멸, 양극화, 복지 재정, 과학기술 인력  등 인구 감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영역은 대한민국 전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인구 감소는 교육, 조세, 연금, 국방, 지역산업 등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며 "모든 분야에서 인구를 중심에 두고 심도 있는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구 위기를 누가, 어떻게 나서서 해결할 것인가 하는 거버넌스 확립이다. 국회에는 인구위기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활동에 들어갔고, 기존의 정부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강화해 위상을 높이고 예산을 충분히 투입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장관급 기관으로 인구정책부를 신설하자는 주장도 눈에 띈다. 정부 재정 투입을 대폭 확대해 국내총생산의 5% 정도는 투입해야 정책 효과가 발휘될 것이라고 견해도 있다. 10만 원, 20만 원 지원해준다고 아이를 더 낳을 가구는 없을테니 ‘큰 거 한 방’으로 지원하자는 대안이 힘을 얻고 있다. 


헝가리가 2018년부터 시행한 정책은 결혼하면 우리 돈으로 약 3400만 원을 대출해주고 첫 아이 출산 시 무이자 전환,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 원금 전액을 탕감해준다. 합계출산율 1.79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프랑스의 경우 3만유로(약 4000만 원)의 출산 수당과 20~60만 원대의 보육 보조금을 매월 지급하고 있다. 포퓰리즘 논란은 뒤로 하고 충격적인 위기 상황에는 충격적인 정책 대안이 해법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안목의 목표 설정이다. 인구가 줄어서 문제라고 느낀다면 언제까지 인구를 몇 명으로 유지하겠다던지, 합계출산율을 얼마까지 끌어올리겠다던지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 수단을 가동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역대 정부 모두에서 이 같은 가시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한 적이 없이 막연하게 예산만 쏟아부은 결과가 오늘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국회 등 인구 위기를 걱정하는 사회 각계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인구통계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실천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당장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지 몰라도 10년 후 대한민국의 모습이 조금은 달라져있을 것을 기대하고 말이다. 


(2023년 3월 6일, 베이비뉴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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