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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룻강아지 Sep 01. 2019

시련은 무기가 된다

돌고 돌아서

오늘도 '왜'를 찾는 과정을 진행했다. 이제 세 명째다. 기왕이면 20명정도 이 '왜'를 찾아주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예전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대표님이라 딱 한번 뵈었지만 마치 오래 본 사이 같았다.

사람이 결이 비슷하면 그럴 수 있는 것 같다.

대표님의 왜를 찾으면서 처음에는 조금 공통점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저번 한번 진행해본 경험을 토대로 최선을 다했다. 대표님도 과정과 결과를 모두 흥미있게 진행하신 것 같아 기뻤고,

나도 최선을 다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 '왜' 발견 과정이 특히 흥미로운 것이, 처음엔 사건들이 난잡하게 흩어져있고, 맞지 않는 조각들처럼 보인다.

그런데 점점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그 조각들이 맞물리고, 빈 곳에 새로운 조각이 등장해서 채워주는 것처럼, 이야기들이 공통된 테마로 관통되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몹시 흥미롭다. 아주 재밌다. 희열이 올라온다.

역시 나는 다른 사람들을 지지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과정이 끝나고는 여러가지 기법들에 사주를 결합한 재밌는 걸 대표님이 갖고계셔서ㅋㅋ해봤다.

재미있는 것이, 그 도구가 내가 그동안 부정해왔던 것들을 정확하게 잡아낸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6-7월쯤 다시 자신을 추스른 다음, 나는 지난 몇개월간을 통째로 부정했다.


그것들은 절대로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게 선물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집어쳐. 그게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웃기지마.

절대 그럴 수 없어.


라고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래서 내 안의 신을 죽였지.


그런데 '왜' 발견 과정을 두차례 진행하니, 오히려 가장 상처가 깊은 영역에서 자신의 '왜'가 솟아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는 집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한다. 부모님과 나는 겉으로 화목해보이지만, 내게 가장 지지가 필요했을 때 그들은 그 지지를 보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남들을 지지해주고, 지지받기를 원하는 일관된 성향을 갖게 되었다. 나도 남들을 그냥 믿어주고, 그들도 나를 그냥 믿어주기를 원하게 되었다.

나는 내 성장의 과정에서 내가 열심히 했던 것들을 부정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성장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열망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병원을 다녀왔는데 40대에 허리에 철심박고 싶지 않으면 관리 똑바로 하라는 경고를 들었고, 그래서 비싸서 망설이던 재활을 하려 한다.


내가 싫어하고 피하던 모든 것들이 나를 구성하는 가장 강력한 성분들이 되는 걸 보았고,

남들도 나처럼 자신이 피하고 싶던 것, 해결하려고 발악했던 것, 오랜 상처들이 그들을 구성하는 강력한 성분들이 되는 것을 보았다.


내가 나의 명확한 '왜'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맞게 된다면, 억압받은 나의 환경은 선물일 것이다.

성장을 공유하고 나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을 만들게 된다면 그 결핍 역시 선물일 것이다.

재활해서 결국 이전보다 더 강하고 나은 몸을 만들게 된다면, 나의 망가진 허리는 선물일 것이다.


나는 내가 부정했던 과거를, 그리고 그 상처가 이어져 내려오는 현재를 받아들이겠다.

이 상처들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실패만 거듭했다고 생각해 혐오했던 내 인생을 받아들이겠다.


그 결과가 어찌되었건 나는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었다.

그건 그 당시의 최선이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난 분명히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아니까.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모든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어떻게 성공해야할지 모르겠고, 내 소망들을 이뤄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모든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해도, 나는 안전하다는 것을 믿겠다.

나는 어차피 앞으로의 모든 과정에 최선을 다할 거고, 결과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왜'를 찾으며 돌아보면,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스스로를 평가했을 때 나는 내가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제 더 이상은 내가 가장 싫어하고 어이없어했던 질문인 '실패하면 어떡하죠?' 가 지난 1년처럼 나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겠다.


나의 모든 상처가 내게 주어진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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