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룻강아지 May 01. 2021

득음하고 깨달은 것

득음을 했다.

나는 중3 이후로 계속 노래를 하고싶었는데, 그게 16살 때였으니까

무려 13년이나 지나서야 원하는 수준의 첫 단계를 밟게 되었다.


물론 득음은 그냥 노래의 시작일 뿐이며, 그냥 천상계의 입장권일 뿐이다.

그냥 음이 듣기좋게 높이 올라가는 것 뿐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더 잘 다루기 위한 연습은 반드시 필요하며

오를 수록 더 많이 보인다고, 득음을 했다 해도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매우 많다.


그렇지만...천상계 입장권을 아무나 얻는 건 아니다.

애초에 이걸 목표로 하는 사람은 극소수고,

여기에 도전했다가 때와 스승을 만나지 못해 좌절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새로 레슨받기 시작한 게 벌써 열한 달이 지났는데,

그동안 나오다가 그만 나오는 사람도 매우 많았었다.


물론 모든 과제가 끝난 것이 아니지만

이 순간 나는 내가 매우 자랑스럽다.

왜냐면 나는 이 목표를 13년간이나 지켜왔으며, 

결국 모든 상황과 여건이 내게 비우호적일 때조차도 마음 한켠에는 언젠가 하겠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리고 인생에서 이것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선생님들을 찾아다녔었지.


약간의 작업이 더 남았지만, 나는 나만의 소원을 인생에서 한가지 성취한 것이다.


이번 경험에서 깨달은 것은 세가지다.


먼저, 실패한다고 0이 아니라는 것.

미국의 억만장자가 어린 딸에게 전화영업을 가르칠 때 이런 말을 했다.

딸이 22명의 잠재고객에게 전화해 세미나 티켓 하나를 팔자, 그는

"440달러를 22명으로 나누면 20달러지. 

너는 한 명에게 전화할때마다 20달러를 벌고 있었던 거였단다." 라고 말했다.

그 모든 실패가 돈을 벌어다주고 있었다는 거다.


나는 모든 실패가 경험치를 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그 경험치가 쓸데가 있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으며

내 인생에서 어떤 연속성을 가지는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끝난 건 끝난 거지. 라고만 생각했다.


이런 마음의 습관은 연습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연습이 뜻대로 되지 않은 날에는

매우 심각하게 좌절하기도 부지기수였다.

그렇지만 결국 그 모든 시행착오와 잘못된 소리를 내는 경험이

내가 목표하는 길로 나를 이끌었던 것이다. 소리를 한번 낼 때마다

변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던 것이었다.


둘째, 몰라서 그렇지 지름길은 있다.

어떤 분야든 결국 내가 원하는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번 노래 선생님이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구간에서는 이런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계기가 터지는 것 같다.

삶에는 지름길이 없다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하다.

제자가 준비되면 스승이 나타나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 삽질의 절대적인 양은 있을 수 있고,

동시에 답을 아는 스승을 만나면 그때부터는 그냥 지름길이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전혀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답' 을 마주했기 때문이 크다.


셋째, 어쩌면 사람은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3년 전에 내가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거부당한 경험만 놓고 보면,

오늘에 이르기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결국 나는 어떤 때는 물러나고 어떤 때는 도전하면서 이 소망을 지켜왔고,

결국 내가 원하는 수준의 입장권을 얻었다.


이런 나의 경험에 한 획을 더해준게,

노래 선생님과 이야기하다 씬에 진입하는 법을 알게 된 일이었다.

그전까지는 '나도 언젠가 뭔가를 하겠지' 정도로만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특정한 경연에 나가서 우승하면, 락 페스티벌에 서는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경연이 전국에 여러 개가 있다.

그러면서 예전에 다른 우승팀들 영상을 보여줬는데,

드는 생각은 '저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 그러면 저도 저런 곳에 나가서 우승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라고 물었고,

선생님은 '할 수 있죠. 원래 다들 그렇게 씬에 들어오니까.' 라고 대답했다.


어쩌면 세상에는 더 많은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내가 모르는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업도 노래도 계속해보자.

언젠가는 정말로 내가 원하는 지점에 다다를지도 모르니.



문이 얼마나 좁은지

아무리 많은 형벌이 날 기다릴지라도 중요치 않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 invictus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것을 피워낼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