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날씨가 어머니가 돌아가셨구나,
이러니까 북극곰이 멸종하지, 진짜 더워서 사람이 죽을 수 있겠구나. 싶었던 날이었다.
문자로 폭염경보라고 왔으나 폭염경보ㅋ더워봤자 얼마나 덥다고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러 길을 나섰는데 진짜 너무 더웠다.
육교에서 시내로 내려가는 길에 귀에 익은 찬송이 들렸다.
이런 날에 전도를 하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싶어서 보니
다리가 없는 사람이 땅에 엎드려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더운데 땡볕에 땅바닥에 엎드려있으면 화상을 입을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뭔가 바닥에 깔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달지 구걸 바구니는 비어 있었다. 요즘 누가 현금을 들고 다녀.
예전에는 이렇게 구걸을 하는 사람을 봐도 아무런 생각이 안 들었지만,
오늘은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마태볶음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다.
주님이 의인들을 보고 "너희는 내게 착한 일을 했으니 상 받아라"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받으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라는 말씀을 하신다.
이에 의인들이 어리둥절해서 주님한테 대답하는데,
"엥 주님, 우리가 언제요?"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음식을 대접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어느 때에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옷 입혔나이까 어느 때에 병드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가서 뵈었나이까 하리니)
주님은 이렇게 대답하신다.
"너희한테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 한 게 나한테 한 것이란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그렇다면...지금 저기 엎드려서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을 돕는게 주님을 돕는 일이란 말인가?
물을 한 잔 주는 것이 주님께 물을 한 잔 드리는 일이란 말인가?
예전에 불쌍한 사람을 보면 마음속으로 안쓰러워하면서 지나갔으나 오늘은 도울 여건이 되는 날이다.
오늘은 회사를 안 가므로 시간에 쫓길 일이 없고, 현금이 없으나 은행이 많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있는 은행에서 얼마를 뽑아서 줄지 고민했다.
처음에는 만원만 줘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저 사람의 일일 목표가 1만원이라면 3만원을 주면 3일동안 땡볕에 고생을 안해도 될게아닌가?
3만원을 뽑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자 했으나 오늘 도서관은 휴관일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짜증이 났겠으나(진짜 미친 날씨였음) 오늘은 주님의 깊은 뜻을 알아들었다.
불평하지 않고 근처 편의점에서 이온음료를 같이 사서 3만원과 음료를 바구니에 넣고 지나왔다.
예전에는 보고도 아무 생각 없었을 사람을 위해 안 가도 될 길을 가서 돈을 뽑고 음료를 놓고 온다...
흥. 나는 상 받으려고 한거니까. 따...딱히 안쓰럽거나 불쌍했던 건 아냐.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마 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