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플랫폼 원앤온리 포지션, 카피라이터
중학교 2학년 때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된 후 나의 꿈은 변한 적이 없다
종합광고회사 카피라이터에서 플랫폼 내 카피라이터로 전향하며
나의 꿈은 시대와 발맞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2012년 종합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 일을 시작하며 화장품, 차량용 블랙박스, OTT 서비스, 병원, 게임 등 다양한 브랜드들을 경험했습니다. 2016년엔 제작했던 광고가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수상하기도 하는 의미있는 해였지만 아이러니하게 브랜드 사이드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심이 더해졌던 시기이기도 했네요.
우리가 브랜드 활동을 하는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나눈다면, 신규 고객의 유입을 위한 이벤트 특성이 강한 활동과 기존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를 만드는 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시에서는 디테일한 고객 데이터에 접근이 어렵다보니 상대적으로 이벤트 특성이 있는 단발적인 캠페인을 담당할 수 밖엔 없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관리하며 고객 관점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단 생각으로 2016년 부터는 모바일 플랫폼 내 카피라이터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대행사랑 브랜드 사이드는 뭐가 달라?'
'일하기 더 편하지?'
전향 후 광고하던 친구들이 물었던 이야기인데 당시엔 답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모바일 게임사, 모바일 플랫폼사, 그리고 최근의 패션앱 까지. 어쩌다보니 각각의 회사 내 최초의 카피라이터이자 유일한 포지션으로 브랜딩 일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카피라이터나 UX라이터가 앱 내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고 점차 충원하는 분위기지만 과거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일단 대행사랑 앱 내 카피라이터의 업무 차이점은?
가장 큰 차이는 대행사에서는 카피라이터가 해내야 할 일이 명확하지만, 플랫폼 내에서는 카피라이터가 뭐하는 사람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웃기지만 뽑으려는 사람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이 말은 즉, 회사 내 카피라이터와 일 해본 적 없는 사람이 과반수라는 뜻입니다. 보통 회사에선 글을 잘쓰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카피라이터를 충원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레 생존을 위한 카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며, 캠페인을 제안하며,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며 '카피라이터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야'를 말로 규정짓지 않고 일을 하며 상대가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도록 했어요. 그 사람에겐 카피라이터에 대한 첫 번째 경험일 수 있으니 배너 하나를 제안하더라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글만 잘 다듬는 사람이 아닌, 그 이상을 생각하고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브랜드 사이드로 와서 몸은 아주 조금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머리가 복잡한 일이 많았습니다. 대행사에서는 광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에 집중하면 되었지만, 5년 재직 당시 위의 업무는 내가 하는 일의 5%뿐 이었습니다. 브랜드의 장기적인 방향성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브랜드 라이팅 가이드는 물론이고 브랜드 가이드 작업도 진행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범주도 정해져 있지 않았어요. 인앱 홈메인 개선이나 신세계 강남점 매장 컨셉도 동시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바라던 바다!' 마침내 글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모든 고객 접점을 다듬을 수 있게 되었을 땐 즐거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스스로도 큰 틀만 있지 카피라이터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딱히 규정짓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 점이 저의 생존에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모니터 앞에서 생존을 위한 카피라이팅으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