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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무 Oct 06. 2019

마음 쓰임


  며칠 내내 손상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에서 마주쳤는데,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사용된 단어가 아닌데도 묵직하게 다가와 떠나질 않았다.

  그러지 않으려고 애써도 우리 모두 조금씩 손상되어 가고 있다. 나처럼 긍정을 먹이로 살아가는 사람도, 자신의 우울을 동력으로 하는 누군가도 마찬가지다.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야 말로 행복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말에 왠지 뜨끔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에게 마음을 쓴다는 건 회복이면서 동시에 손상이다. 나는 지나치리만큼 다정에 취약한 사람이다. 타인이 나에게 주는 다정이든 내가 타인에게 기울이는 다정이든, 그 감정은 나를 무르게 한다. 무른 열매가 풍기는 단내를 못내 사랑하지만서도, 손 쓰지 못할 상태가 되었다고 느끼면 푹 상해버린다.

  결국 모든 사람들은 엇비슷한 이유로 기뻐하고 슬퍼한다. 그 속도가 다를 뿐이겠지. 그러니 굳이 원망할 필요는 없겠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는 전부 시시한 방식으로 손상되었다가 또 회복되었다가 하는 사람들 아니겠어요. 비슷한 영혼끼리 가혹하게 굴지는 맙시다.

  이렇게 말하는 건 당신을 손상시키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 불가능성에 도전하는 행위가 두 사람 전부를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그건 다음에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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