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e Yi의 찾아가는 영화관 뒷 이야기 - 지방
찾아가는 영화관은 전국의 영화관이 없거나, 문화 소외지역에 찾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좋은 취지에 더 좋은 점은 국가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3만km가 넘게 전국을 돌며 먹고, 보고, 느낀 여러 가지 점을 공유하려 Brave Yi의 찾아가는 영화관 뒷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아, 제 이름이 ‘이용감’이라 Brave Yi입니다.
리처드 플로리다가 쓴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라는 책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를 도심지 옆에 있는 쇠락한 지역들의 분노라고 언급했습니다. 가령, 언론에 익히 알려진 러스트 벨트 지역 유권자들은 전문직 인구가 거주하는 도심지(샌프란시스코, LA, 뉴욕 등)의 인구들에 대한 분노 때문에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도심지 인구들에게 느끼는 외곽 지역의 ‘분노’입니다. 앞서 1~2탄에서 말했듯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지방’보다는 ‘지역’ 갈등이 큰 편입니다.
그러나 지방 분열에 대한 조짐은 지금도 있습니다. 바로 MGGA(Make 경기도 인천 Great Again)입니다.
또 다시 트럼프. MGGA는 트럼프가 했던 말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을 패러디한 말입니다. 여기서 America 대신 경기도 · 인천이 들어갑니다. 인천 · 시흥 등 서해안 공업지대에서 물건을 생산해 인천항과 평택항을 통해 수출하고, 고양과 부천 그리고 일산 등지에 신도시를 지으며 재산 가치를 증식했던 영광의 시대에 대한 향수입니다.
이제 저런 영광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는 정치인의 발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전 대변인인 정태옥 의원이 2018년 지방선거 직전에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발언을 해 대변인에서 쫓겨났던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한 민원은 MGGA 분노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정확한 예시입니다. 내용은 서울지역 쓰레기는 서울에서 처리하라, 왜 인천 서구 검단 지역에 대체 매립지를 만드냐는 항의입니다.
http://cool.incheon.go.kr/board/3381/1998402?category=#NB_copyURL
심각한 사실은 이런 분열과 분노를 서울 사람들은 모른다는 겁니다. 3개월 전 신지예라는 정치인이 현 정부의 균형 발전을 위한 예비 타당성 면제 조치에 대해 ‘지방 인프라는 충분한데 토건족에 대해 지원한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논란과 비판이 일자 나중에 말을 바꿨습니다. ‘도로를 깔 게 아니라 병원 등의 인적 인프라 지원이 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서 도시 개발 계획 공모전을 할 때 표준으로 삼는 게임이 있습니다. 정부만 아니라 도시공학과 대학 교재로도 활용되니 민관을 초월해 인정받는 게임입니다. 바로, <시티즈 : 스카이라인>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도로’입니다. 도로가 연결되어야 사람들이 살고, 연결된 도로를 바탕으로 인적 교류가 일어나 산업이 형성되고, 산업 지대와 상업 지대가 도로로 이어져야 도시가 번창합니다.
게임이 아니라 실제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번 글에서 언급했듯 서울 – 수도권 주변 촘촘한 도로망과 달리 부산만 가도, 광주를 가면 더 하고, 광역시가 없는 지역에 가면 연결되는 도로망은 현격히 줄어듭니다. 저도 의아했던 이미지인데, 지방에서는 3km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신지예라는 정치인이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 예비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를 한 아주 아주 힙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서울에서 생활했고, 그 이외 지역을 둘러보지 못했을 거라 추측하는 저 정치인이 처음에는 지방에 인프라가 넉넉하다고 주장했던 사실, 그리고 다음에는 지방 인프라가 넉넉한 건 아니지만 인프라 대신 사람이나 시설 건설(병원 등)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첫 주장에 대해서는 단박에 반박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방에 인프라가 넉넉한가요?
두 번째 주장. 만약 신지예 정치인 말처럼 지방에 떡 하니 병원 지어두면 적자라고 병원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겁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홍준표가 있습니다. 그러면 지방에는 적자가 예상되니 의료원이 없어야 하나요? 병이 나는 사람은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는데요? 지방 사람들은 모두 서울로 가면 되나요? 왜 지방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이 지불하지 않는 이동 비용을 강요당해야 할까요?
신지예가 주장한 지방에 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말에 대한 정확한 반론을 홍준표가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속내는 이럴 겁니다.
‘적자가 계속되는 데 이건 시장 원리랑 맞지 않아!!’
‘왜 세금 가지고 적자를 계속 만드는 거야!’.
지방에 대해 무지한 진보 정치인이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지방 개발이 필요 없다고 한다면 지방민들은 분노합니다. 실지로 신지예의 저 말이 나가고, 트윗에서는 수도권 제외 7도의 사람들이 연합해서 욕을 퍼부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홍준표가 적자가 난다며 무지막지하게 진주의료원을 폐쇄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아직까지도 경상남도에는 마산의료원 한 곳을 제외하고서는 공공의료원이 없습니다.
국가로서는 정부로서는 짜증이 날 겁니다.
수도권에서는 지방 토건사업에 대해 토건족에 이익을 문제 삼고, 지방에서는 수도권 집중 지원에 따른 지방 소외를 문제 삼습니다.
이러니저러니 문제라면 국가가 모든 개입을 멈추면 될 것 같아 보입니다. 소멸 할 지역은 소멸하게 두고, 병원이 필요한 사람들은 서울로 올라오고. 이래저래 해결이 안 되는 문제는 가만히 있으면 국가가 욕을 들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근데 저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교육이 평등하면 사회 전체가 평등해질까요? 어느 교육학 대학원생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회가 평등하지 않은 데 교육에 대해서 유독 평등을 강조하는 게 맞나요?”.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불평등한데 교육에서 평등을 강요해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위에 예시와 비슷하게 큰 대도심 집중과 젠트리피케이션이 자연적인 현상이라면 국가에서 인위적으로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세종시에 행정 수도를 건설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비효율을 세금으로 국가에서 지원한다고요? 이건 정말 쓸데없는 짓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쓸데없는 짓을 국가라면 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도심 집중이 진실이고, 균형 발전이 허상이라도, 비효율적이라도, 국가라면... 적어도 국민 전체의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대리자 역할을 맡은 입법, 행정, 사법부라면 말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질병은 발생하는 데 적자 때문에 진주 의료원을 폐쇄했던 홍준표 의원이 있다고 한다면... 서울의 사람들에게는 병이 걸려도 갈 만한 거리에 병원이 있고, 지방에는 적자 때문에 없으면 서울로의 집중이 더 심각해질 겁니다. 결국은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SF 영화에서 나오는 커다란 타워 안 사람들과 타워 바깥 빈민들이 생겨나겠죠.
근대 국가가 성립이 될 수 있던 이유는 사람의 기본적인 ‘천부 인권’을 국가가 대리했기 때문입니다. 서울 사람 인권도 지방 사람 인권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비효율이 발생한다 한들, 서울과 지방 사람들의 인권의 무게를 짓누를 정도의 비효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500만명의 사람들이 서울에서 살 수 없듯 적어도 국가라면, 정부라면, 어느 정도의 비효율이 발생하더라도 인권의 무게가 다름을 증명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계속해서 지방에서 적자를 내고, 수도권에서 적자를 메꾸는 방법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정부에서 손을 놓는 건 최악입니다.
이 글을 통해서 제가 알리고 싶은 건, 저도 몰랐던 수도권 · 대도시 <--> 지방 격차를 많은 사람들, 특히 Lived in 서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제일 위에 언급한 MGGA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분열에 따른 분노입니다. 분노 때문에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국경장벽, 인종 차별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상도 – 전라도 지역 감정의 시작을 만든 이들이 나쁜 놈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일베 혹은 일베를 따르는 정치인들의 지역 감정 조장 발언이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Lived in 서울이 엄청나게 큰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지방에 대한 해법을 정부에서 제시했을 때 지지하거나 비판하지, 비난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찾아가는 영화관 일하기 전까지는 지방이 어떤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알고 나서는 무섭습니다. 소외되고 차별받는 지방, ‘배후지’의 역습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MGGA가 그렇고, 강남구 독립선언이 그렇고, 조금 더 나아가 바로셀로나 투쟁이나 브렉시트가 그렇습니다.
배후지의 역습, 그건 분노이고, 분노는 정치적 급진화로 연결 될 겁니다. 급진화된 정치는 곧 분열을 일구어 낼 것입니다.
모든 문제의 해법은 이해이고, 이해를 위해서는 먼저 서로를 알아야 합니다.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반경은 100km가 넘지 않고, 서울 시내 국회의원 의석은 40석이 되지 않습니다. 100km가 넘는 지역, 40석을 제외한 260석을 배출하는 지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상 지방차별에 대한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