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정 May 26. 2018

기업의 CEO [10. CJ 제일제당 : 이병철]

말단 직원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였던 CEO

  1953년 무역업으로 자본을 축적한 삼성의 이병철 전 회장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제조업 진출을 결심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불안정한 정세 탓에 급격한 환율변동에 따른 재무적인 위험이 컸는데, 제조업에 진출하면 이러한 환위험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인 기업운영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직원들과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를 놓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설탕을 제조해 판매해 보기로 했다. 당시 설탕은 국내에 제조공장이 없어 국제 가격의 3배에 이를 정도로 가격이 치솟은 인기 있는 식자재였기 때문이다. 만약 국내에서 설탕을 생산해 판매한다면 큰 수익을 얻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는 일본에서 기계를 들어와 설탕제조 공장을 세우고자 하였으나 기계부품을 들여오는 것에서 부터 난관에 부딪치고 말았다. 광복을 맞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라 당시 국내에는 반일정서가 팽배했는데, 이러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일본인 기술자의 입국을 제한하였던 것이다. 만약 기계부품을 들여와도 전문가 없이 설명서에만 의지하여 기계를 조립해야할 판이었다.

  몇몇 직원들이 이러한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었지만, 설탕제조를 향한 그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일본에서 설탕제조에 필요한 기계부품을 들여와 기계를 조립할 것을 지시했고, 그의 지시에 따라 국내 최초의 설탕공장이 건설되었다. 그러나 시험생산에 들어간 기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설명서대로 조립된 기계는 완벽해 보였지만, 작동된 기계는 설탕 대신 검은색 액체만을 쏟아낼 뿐이었다. 몇 번이나 검토하고 기계를 다시 돌려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전문가도 없이 기계를 조립하겠다고 욕심을 부린 탓에 망하게 되었다며 그를 비웃었다.

  그는 몇날 며칠을 공장에 머물며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였지만, 기계는 여전히 검은색 액체만 쏟아낼 뿐이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설탕 생산에 성공하지 못하면 파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 앞을 지나던 그는 우연히 다음과 같은 대화를 듣게 되었다. "무슨 원료를 저렇게 많이 넣는지 모르겠네. 저렇게 많이 넣으니 기계가 오작동 하는 게 아닌가?" "자네가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가뜩이나 분위기 안 좋은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게."

  평소 같으면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대화였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원료의 양을 대폭 줄여 기계를 돌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계가 그토록 고대하던 설탕을 쏟아낸 것이다. 국내 최초로 설탕을 제조하겠다는 그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설탕제조에 성공한 그는 제일제당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고, 설탕제조에 성공한 1953년 11월 5일은 제일제당의 창립기념일이 되었다.


[참고 기사]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설탕… 제일제당 설립(2013.06.09), 우은식, 뉴시스

매거진의 이전글 기업의 CEO [09. 현대건설 : 정주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