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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Aug 29. 2020

단상들

Rue Paul Bert의 사랑했던 어느 곳

비가 오는 날 생각했다. 햇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른하게 그 속에 쉴 수 있는. 노랗게 바랜 블라인드 사이로 스며들어 오는, 그 안에 누워 쉴 수 있는 그런.


사랑스러운 작은 나의 털 뭉치가 숨을 쉬고, 내가 숨죽여 울 때 가만히 내 눈을 바라봐주는 그 순간, 나는 또 사랑에 빠지고 또 울음을 터뜨리게 되는 것이다. 이 작은 심장 고동 소리가, 나보다 훨씬 빠르게 뛰는 그 작은 심장의 소리가 나에게 얼마나 작은 온기가 되는지 모른다. 그 작은 온기를 사랑해.


내 이마를 향해 겨누어진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건 남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트리거가 되는 것은 여러 가지다. 얄팍한 자존심, 숨을 죄어오는 감옥과도 같은 질투라는 감정, 보잘것없는 후회, 늪처럼 빠지게 되는 무기력 같은 것. 총구를 밑으로 내리자, 이제는. 손에서 총을 놓을 때다. 누구에게도 그 총구를 향하게 하지 말고 이제 그 총을 놓아야 할 때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갇혀 현재만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은 인간에게 축복인지 저주인지, 나는 아직도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내가 아는 것은 후회는 하지 않되 성찰은 해야 한다는 것과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은 당연하지만 거기에는 (인간의 유한함 때문에 생겨나는) 무한한 한계가 있다는 것과 내가 현재를 사랑할 만큼의 힘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 삶이 비록 비렁뱅이 길 같을 지라도 나는 묵묵히 그 길을 걸어야 하며, 그 길에서 나는 군데군데서 기쁨의 샘물을 만나게 될 것이고, 더 큰 것을 바라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그를 통해 더 큰 계획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 나는 노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할지라도, 라는 말을 좋아해. 어긋나는 내용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울림이 좋아. 반대되는 두 가지 내용이 저 말들로 인해서 하나로 묶이는 그 순간이 좋아, 때로는 눈물이 날 만큼 좋아. 

그럴 수도 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넓은 포용력을 가진 사람을 좋아해. 내가 가지지 못한 그 호수 같은 포용력을 보노라면 나도 그렇게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겨. 나도 언젠가는 눈물짓지 않고 저 말을 내뱉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돼. 

삶에 있어 융통성을 가지고 통제권을 내려놓는 것이 나에게 필요해. 나는 미래를 내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펼치려고 하지만 이제 펼친 양탄자에 때로는 곰팡이가 슬어있거나 쥐가 파먹은 구멍이 크게 나 있어도 고개를 끄덕이며 세탁하고 천을 덧댈 마음을 가지자. 


음악을 들으며 나를 구성하는 말들을 내뱉어 버리는 순간 나는 행복감에 겨워 춤을 춘다. 몸을 움직이며 타자를 치는 통에 오타가 나도 그저 마음은 웃으면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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