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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미 Sep 24. 2021

오늘의 구름




   저녁 6시에 하는 <세상의 모든 음악>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한다.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난 후 새벽에 다시 재방송을 듣는다. 주방에서 벗어나 온전히 음악에 집중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면서도 이 시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가사를 모르면서 사랑하게 된 음악들이 있다.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 불린 노래들이다. 리듬이 좋고 멜로디가 좋고 목소리가 좋다. 그저 귀에 안착하게 된다. 시도 그렇다. 오래 시를 읽어왔지만, 시인이 선택한 모든 언어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저 시인이 빚어놓은 언어들이 품고 있는 분위기와 뉘앙스에서 리듬과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시인의 목소리를 느낄 뿐이다. 시인이 시를 쓰는 동안 몰고 갔을 감정의 결을 짐작해본다. 낯설고 엉뚱하고 말이 되지 않는 것에서 오는 극한의 마음을 즐길 뿐이다. 시인은 어쩌면 정신 나간 소리를 대놓고 하는 사람일 수 있다. 그래도 시가 엉뚱한 낙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시는 추한 일을 가장 빈약한 이미지로 만들고, 가장 빈곤한 일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인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할 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뜨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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