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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미 Dec 24. 2021

오늘의 구름




   원하던 커피숍이 생기고, 원하던 유기농 식품 매장이 생겼다. 원하던 빵집까지 동네에 생겼다.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매장들이 하나둘 정말 생겨났다. 원하던 등단을 했고, 원하던 시집을 냈다. 저렴하고 양이 많으며, 쿠폰 도장까지 찍어주는 커피숍에 생각보다 가지 않게 된다. 일부러 옆 동네에 가서 사 올 때마다 우리 동네에도 생겼으면 했던 유기농 식품 매장에도 자주 들르지 않는다. 원하던 빵집이 며칠 전에 오픈했다. 우리 동네에도 생겼으면 했던 빵집. 여기는 이제 얼마나 가게 될까. 물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은 언제나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내 의지만 일어선다면 매장으로 성큼성큼 걸어갈 수 있단 거다. 내가 원하던 것이 내 손안에 있고, 이제 내 손안에 들어온 것을 쥐었다 펼 수 있다. 원하던 등단을 했고, 오래 염원하던 시집을 냈다. 원하던 거다. 내가 원하지 않던 것 중에 원하던 것이 있었던 건 아닐까. 원하지 않아서 쳐냈다고 생각한 것들은 나에게 정말 무용한 것들이었을까. 이제 앞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의 형태는 어떤 것일까. 영화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그는 무대 공포증으로 무대에 서는 일을 힘들어한다. 그는 연주를 취소하고 피아니스트의 삶을 그만두려고 한다. 그는 피아노를 치는 삶을 원할까, 피아노를 들려주는 삶을 원할까. 연주를 그만두는 삶을 원할까, 피아노에게 의지하는 삶에서 도망치고 싶은 걸까.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 마음이 일렁이고 속삭여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둥근 회오리 모양으로 물살이 돌고 자꾸 도는 것. 아주 오랫동안 내 마음이 그랬다. 등단을 원했고, 시집을 원했다. 내 이름은 그대로고, 내 삶도 그대로일 텐데 등단을 하지 못한 경우의 수와 시집을 내지 못한 경험의 수치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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