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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May 30. 2021

원래 무기는 軍에서 만들었다(1)

방산업체 따라잡기

원래 무기는 군(軍)에서 만들었다

   

“그런데 팀장님! 정부가 무기를 직접 만들 수는 없나요?”

“왜요? 왜, 그런 생각을 하지요?”

“아까 방산비리를 말씀하셨잖아요. 제 생각엔 정부가 직접 만들면 그런 비리가 없어질 것 같은데요.”

“물론 가능하지요. 국방과학연구소가 실제로 무기를 직접 개발하기도 하니까요. 그렇다고 과연 비리가 없어질까요?”

“하여간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네요. 사실 요즘 특수 목적의 공기업이나 법인들도 많잖아요.”

“그렇지요. 무기도 방위산업 초창기엔 정부가 직접 만들었어요. 다만 공기업이 아니라 군대라는 게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아니! 군대요. 군대에서 무기를 만들었다고요?”

“자, 놀라지 말고 차근차근 설명해 줄 테니까 내 애기를 들어봐요.”    


방위산업은 출발은 탄약과 화력분야에서 시작되었다. 전략적으로 육지에서의 국가안보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삼팔선 너머에 외부의 적(북한)이 국가안보의 최대의 위협요소로 작용한 결과다. 육지에서 국가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무기 구매도 대부분 육군이 필요로 하는 탄약과 화포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땅에서 땅으로 쏘는 포탄이나 미사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했으니까 말이다. 한때 국방부를 육방부로, 육방부를 포방부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 그렇다면 당시에는 무기를 어떻게 조달했을까? 처음에는 조병창(造兵廠)이라는 특수 기관에서 필요한 무기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조병창이란 무기, 탄약 등의 설계, 제조, 유지관리, 수리, 저장, 보급 등을 담당하기 위해 군대가 직접 운용하는 공장이나 기관을 말한다. 지금에는 많이 생소한 개념이지만 과거에는 실제로 운영된 조직이었다. 왜냐하면 국가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무기를 구입할 돈도 부족하고 변변한 방산 관련 업체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몇몇 동남아 국가에서는 조병창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소총의 역사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군이 1948년 창군 초에 사용한 소총은 미제 M-1 소총이었다. M-1 소총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그 성능의 우수성을 인정받았지만, 우리 군이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서양 체형인 미군용으로 제작된 나머지, 동양 사람에게는 너무 크고 무겁고 길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쓸 만한 총이라고는 그것 밖에는 없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중후반, 미국과 필리핀 등 주요 참전국 가운데 M-1 소총을 개인화기로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군뿐이었다. 파월 한국군이 이런 구식 소총을 들고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자, 이에 감동한 미국은 한국군을 높게 평가하며 각종 군용 물자를 미군과 같은 수준으로 지원해 주었다. M16 소총도 이때 지원받게 된 것이다. 너무 슬프지만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존슨에서 닉슨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하게 된다. 1969년 닉슨 대통령이 베트남을 포함한 모든 아시아 국가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열(?) 받은 박정희 대통령이 그때서야 비로소 기본 화기의 국산화 계획을 서두르게 된다. 미국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존슨 집권기인 1968년부터 미군의 최신 주력이던 M16 소총을 국내에서 생산하기로 이미 한미 정부 간에 합의가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콜트사로부터 총기 생산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장비를 지원받아 소총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약속되었지만 닉슨 독트린 이후, 미국이 군사원조를 계속해서 미룬 탓에 1971년 3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콜트사와 계약이 체결되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부산 조병창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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