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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Dec 12. 2021

과거의 관상, 현대의 인상

관상과 인상

과거의 관상, 현대의 인상  

   

“솔직히 저도 사람의 얼굴을 통해 미래를 예언한다는 점이 무척 호기심이 가거든요?”

“그게 바로 관상이지요. 과거 봉건시대 계급사회에서나 가능했던 이론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잖아요? 그게 왜 그렇지요?”

“생각해 보면 간단해요. 계급사회라는 게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구분되고, 지배층인 왕족과 귀족들은 크게 땀을 흘릴 일이 없을 것 아니에요. 반면에 평민이나 노비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녀야 했겠지요. 이게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수백 년간 작동한다고 생각해 봐요.”

“그래서 그런 생활습관이나 방식이 얼굴에 투영되어 나타났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아요. 당시의 관상가들은 그런 왕족과 귀족, 평민과 노비의 얼굴을 보고 왕이 상이니 백정의 상이니, 하는 주장을 했던 거지요.”

“그러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 아닌가요?”

“우선 비과학적인 요소가 가장 커요. 무엇보다도 이런 관상이니까 부귀영화를 누릴 왕의 상이다, 이런 게 아니라는 거지요. 왕족이나 귀족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런 관상이 만들어진 거예요. 물론 관상이 얼굴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나 풍습 등으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끼친 것은 무시할 수는 없어요.”

“문화나 풍습뿐만이 아니라 신화나 전설, 문학 작품 등에도 관상의 신비로움이 많이 등장하던데요.”

“그렇지요. 특히나 서구보다는 동양권에서 그런 경향이 강해요.”     


동양의 고전이라는 삼국지에는 그 시대의 역사적 환경에 살아남기 위한 수많은 군상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풍부한 개성을 지닌 여러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시공을 초월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인간사의 단면도를 통해 처세에 관한 지혜를 배우게도 만든다. 혼돈과 혼란의 시대에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또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인물들은 누구인지를 안다는 것은 생존과도 직결된 매우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관상술이 뛰어난 인물들이 관상을 보고 그 사람의 미래를 알아맞히는 이야기가 삼국지 여기저기에 많이 보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허소가 조조의 얼굴을 보고 "그대는 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고 이야기했던 일화는 유명한 사례이다. 이때에는 허소만이 아니라 비범한 관찰력과 뛰어난 직감으로 인물들을 알아보는 관상학자들이 많이 있었다. 형주의 사마휘도 유비에게 당시 무명의 선비인 제갈공명을 추천하였는데, 이는 그가 인물을 보는 능력이 출중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로 소개된다.      


 그런데 당시의 관상을 본다는 것은 인물의 외모적 특징에서 그 사람의 정신적 내면을 파악하고, 나아가 향후 도래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능력이다. 그러나 대체로 사람의 얼굴이나 겉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그 정도까지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이 지니지 못한 직감력과 집중력, 추리력 등 많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해만야 한다.      


이처럼 동양의 관상학은 서양의 그리스적 합리주의와는 달리, 얼굴이나 용모 등 구체적인 외적 형상을 실마리로 하여 현상의 이면에 담겨있는 추상적 원리를 연구하고자 하는 형이상학적인 개념이다. 관상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자칫 뜬구름 잡는 애기로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여기에 노장사상과 유교 사상 그리고 불교사상까지 일부 포함되어 발전되었다. 단순히 외모만을 보고 틀에 박힌 교과서적 해석에 매달리거나, 신비주의적 사상과 결부된 어설픈 미신적 풀이로 관상학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관상보다는 인상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 것 같던데요?”

“아직도 일부에서는 관상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이 인상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지요.”

“서로 무슨 차이가 있나요?”

“간단히 말하면 관상은 미래의 운수나 운명을 예언하는 것이고, 인상은 성격이나 성향을 유추하는 거예요. K가 지금 알고 싶은 것도 인상에 가깝죠.”

“인상학이 훨씬 현실적이네요.”

“현실적이면서 사회적이지요. 관상학이 자신의 입신양명이나 부귀영화의 가능성 여부를 점치는 거라면, 인상학은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니까요.”

“맞아요. 그래서 저도 거래업체 사장님들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요.” 

“당연하지요. 그게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관상과 인상을 완전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이브리드(hybrid) 시대에서 그런지, 요즘에는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아요.”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이 숙명적으로 공동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상대방을 알고자 하는 욕망과 타인에게 자신을 좋게 보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크든 작든 상대방을 알지 못해서 입게 되는 피해나 기회의 상실은 관상학(또는 인상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특히 죽음과 삶이 치열한 생존 시대였던 고대에는 상대방의 얼굴에서 나에게 유익한 동료인지 나를 해롭게 하는 적군인지를 재빨리 파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에서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되었던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얼굴은 중요한 정보자료였다.      


오늘날도 그 원리는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사람을 소개받고 나서 느끼는 갖가지 표현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순박하게 보이더라’ ‘얼굴이 되게 복스럽더라’ ‘ 되게 응큼하게 보이던데’ 등은 모두가 얼굴(인상)이 주는 느낌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는 남녀 간의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라든지, 기업체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위한 ‘면접’으로까지 응용되기도 한다. 또한, 직장생활을 통해 접하게 되는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얼굴(인상)이 갖는 의미는 크다. 매일 만나게 되는 상사나 부하의 심리 상태도 얼굴로 우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굴빛이 어둡다든지 표정이 일그러져 있다면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흔히 하는 말(들) 중 ‘요즘 안색이 좋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구먼’ 등은 그만큼 얼굴(인상)의 중요성이 오랫동안 우리 생활에 영향을 끼쳐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함께 생활하는 부부 사이나 가족관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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