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과 인상
‘송혜교’의 이미지 VS ‘샤를리즈 테론’의 밸런스
“교수님! 지난주에 관상과 인상에 대한 차이까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늘 배우는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그랬나요. 그렇다면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관상(인상)을 말해 봅시다.”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니까, 벌써 기대가 되는데요. 드디어 개론에서 각론으로 들어가는 거군요.”
“굳이, 그렇게 따로 구분할 필요는 없어요. 어쨌든 K가 편한 대로 하세요. 우선 관상(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가 2개 있는데, 이들 개념이 관상(인상) 전체를 관통해요.”
“두 가지 핵심 키워드? 그게 뭡니까?”
“이미지와 밸런스, 이 두 가지가 관상(인상)을 지배하는 핵심이에요.”
먼저 이미지(Image)다. 이미지는 상대방 얼굴에서 느끼는 나의 주관적 감정이다. 예를 들어 상대의 눈과 얼굴이 둥글고, 볼은 통통하고 몸집마저 넉넉(?)한 사람이라면 두려움보다는 친밀한 감정을 갖게 된다. 이는 동물적 본성이 문화라는 포장을 쓴 채로, 여전히 인간 유전자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신에게 위험이 될 것 같은 날카로운 도구나 뾰족한 물체에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표출하지만, 완만하고 두툼한 물건에는 심리적인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얼굴도 마찬가지다. 곡선의 원형이나 타원형은 일단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다양한 교육과 학습을 통해 관습이나 문화로 우리 의식 속에 차곡차곡 축적되어왔다.
말이 나온 김에 세모 이미지도 알아보자. 세모는 원형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느낌을 풍긴다. 즉 세모는 뾰족하고 날카로움을 연상시킨다. 이는 생리적으로 인간의 불안감을 호출하는데, 근육이 긴장하거나 입(안)이 마르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다. 심할 경우, 손에 땀이 멈추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얼굴 유형도 비슷하다. 이마가 넓고 턱으로 내려오면서 좁아지는 역삼각형의 얼굴은 타인에게 까칠함을 선사한다. 왠지 쉽게 다가가 말 걸기도 쉽지 않거니와, 잘못 접근했다가 괜히 나만 상처 입을 것 같은 예감을 준다. 그래서 마주하기보다는 피하고 싶어지는 얼굴형이다. 이미지가 주는 효과(?)가 이렇게 크다.
“교수님, 얼굴형을 원형이나 세모형으로 나누는 것은 턱의 모양이 결정하나요?”
“그렇지요. 대체로 턱의 생김새가 얼굴 전체의 느낌을 결정지어요. 턱이 완만하면 원형이고 뾰족하면 세모형, 이런 식으로.”
“그러면 네모형은 어떻습니까?”
“네모형의 경우, 얼굴 모양이 정사각형인 경우는 없어요. 얼굴의 위아래가 긴 장방형이 많은데 턱 모양이 넓게 각을 이루지요.”
“원형은 부드럽고 세모는 까칠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네모는 어떻습니까?”
“강인함, 우직함, 듬직함, 강직함 등을 보여주지요. 그래서 TV나 영화에서도 장군이나 장남 등의 역할에 네모형 배우들이 주로 캐스팅 돼지요. 최근에는 이런 공식이 종종 파괴되고 있지만 그래도 기본 이미지는 무시할 수는 없어요.”
이미지는 대상의 생김새에 대한 반응으로, 이는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즉 얼굴 모양새에 따라 나도 모르게 행동하게 된다. 자신의 이미지 공장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무심코 지나간 행인을 마주할 때조차도 이미지 공장은 가동된다. 사람들이 낯선 거리에서 길을 물어보는 경우, 각진 얼굴보다는 둥근 얼굴형의 소유자를 찾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타인의 얼굴을 봤을 때 느낌이 수반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간이 아닌 로봇(?)임이 틀림없다.
둘째 밸런스(Balance)다. 밸런스는 얼굴의 균형과 조화를 말한다. 눈, 코, 입 하나하나는 예쁜데, 전체로 보면 매력이 떨어지는 얼굴이 있다. 반면에 눈, 코, 입 하나하나는 별로인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표정도 있다. 이른바 밸런스가 잡힌 얼굴이다. 관상(인상)에서는 이런 얼굴, 즉 균형과 조화를 이룬 얼굴을 최고의 관상으로 평가한다. 특히 얼굴 좌우 균형의 중요성은 과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인류 역사에서 배우자(또는 파트너)를 선택할 때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얼굴의 좌우대칭이었다. 이는 얼굴 좌우가 대칭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건강미와 매력을 끊임없이 발산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이 법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 공작새의 화려한 꼬리와 대칭적 아름다움은, 수컷의 건강성을 상징하기에 짝짓기의 조건으로 매우 중시되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배우자의 얼굴을 까다롭게 따지는 인간의 문화도, 얼굴(외모)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한 합리적 기준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즉 얼굴의 좌우대칭은 건강성의 표현이자 매력적 상징이라는 것이다.
몇 가지 관련 연구결과도 있다. 먼저 영국의 리버풀대 안소니 리틀 교수팀의 실험이다. 리틀 교수는 실험 대상자를 상대로, 원래 얼굴 사진과 대칭이 되도록 수정한 사진으로 이루어진 이미지 30쌍을 보여줬다. 그리고 어떤 얼굴이 매력적인지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대칭인 얼굴에 호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한, 얼굴 대칭에 관한 전문가인 미국 뉴멕시코대의 랜디 손힐 박사도, 남녀 모두 대칭형 얼굴을 가진 이성을 매력적이고 건강한 상대로 평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함으로써 리틀 교수의 연구결과에 힘을 실었다. 이런 연구논문에 대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의 그레고리 리브시츠 교수는, 얼굴이 좌우대칭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 우수한 자손을 갖기 때문에,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대칭형 얼굴의 이성을 선호하게 됐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얼굴 좌우대칭에는 상당한 의미가 담겨있군요.”
“얼굴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지요. K는 혹시 ‘얼굴 좌우대칭 놀이’라고 들어봤어요?”
“아니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그게 무슨 놀이입니까?”
“얼굴의 한쪽 면, 즉 왼쪽이나 오른쪽을 반대편으로 대칭 시켜 하나의 완성된 얼굴을 만드는 놀이에요. 그러면 본인 얼굴의 좌우대칭 정도를 알 수 있거든요.”
“아~ 기억납니다. 그래서 당시 대칭이 완벽한 연예인으로 누군가 거론되기도 했었는데?”
“맞아요. 신문에 완벽한 미인으로 우리나라 탤런트 송혜교씨와 할리우드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보도되기도 했어요. 좌우 어느 쪽을 대칭 시켜도 원래 얼굴과 비슷했으니까. 또 이미지도 완벽하고. 그래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미인이라고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