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과 각설탕 그리고 비밀
각설탕은 어느 날 생각했다. 다채롭고 넓은 노을이 되고 싶다고. 나는 왜 한낮에 네모난 각설탕일까.
각설탕은 또 생각했다. '나는 왜 둥그런 둥설탕이 아니지?' 둥그런 노을, 둥설탕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각설탕의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나는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각설탕 하고 노을이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비밀. 아직 엄마, 아빠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믿지 않을 테니까.
각설탕은 노을에게 말했다.
"노을아 노을아. 내가 우리 엄마아빠한테 말하면 엄마 아빠가 믿어줄까?"
그러자 노을이 말했다.
"믿지 않을 수도. 저 아이가 우리가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걸 누가 믿을 수가 있겠어!"
아이는 노을과 각설탕의 대화를 듣고 피식 웃었다.
아이는 익숙하게 식탁으로 가서 엄마, 아빠와 수프를 먹었다. 곧 해가 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잠옷을 입고 또다시 창가로 가 노을과 각설탕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노을과 각설탕의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있고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노을은 아이를 지그시 바라보며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각설탕아, 각설탕아. 너는 소금을 아니?"
각설탕은 아이가 자신이 목소리를 뚜렷이 듣기를 바라며 답했다.
"소금은 짜. 햇빛도 짜. 바닷물도 짜고 번개도 자지."
각설탕이 조금 뜸을 들였다.
"설탕은? 노을아, 노을아 설탕을 아니?"
"아니? 나는 몰라.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인 걸."
아이는 노을이 속마을을 알아채고는, 저도 모르게 각설탕에게 말을 붙였다.
"각설탕아. 나는 설탕을 알아. 설탕은 달콤해. 설탕은 음식에 맛을 더하지. 무엇보다 설탕은 반짝여. 너도 그러니?"
각설탕은 미소를 지었다. 노을은 서서히 밤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