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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by 모래쌤

우리 교회가 소속되었던 황해노회의 서울광염교회(감자탕교회)는 개척 교회를 많이 도와주는 교회로 유명하다. 특히 목회자 부부를 격려해 주시기 위해 초대하는 시간도 많았고, 때때로 교회에 필요한 물품들을 신청받아 나눠주시기도 했다.


몇 년 전에도 개척교회 목회자 부부 초청 제주도 세미나가 있었는데, 말이 세미나지 사실은 목회자 부부를 섬기는 자리였다. 맛있는 식사도 주시고, 여행도 시켜주시고, 올 때는 선물도 주셨었다. 가난한 목회에 이렇게 응원하고 격려해 주는 분들이 계시다니 하면서 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작년, 남편 장례가 끝나자마자 조현삼 목사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다. 세상에. 지금 생각해 보니 대체 내가 누구랑 통화를 그렇게 한 건지...... 그때 워낙 내 정신이 아니어서 무슨 이야길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너무 세세한 것까지 물어보셔서 사실 등에 식은땀이 나기도 하고, 나한테 왜 이래 하는 생각도 했다. -정확히는 우리 집의 상황을 면밀히 조사 검토하셨던 듯- 그러고 나서 큰돈을 보내주셔서 아이들을 위해 쓰라고 하시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한편 부담도 되었다. 이 빚을 다 어떻게 갚아야 하나......



얼마 전에는 복숭아가 한 상자 배달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가만 보니 광염교회 조현삼목사님이 보내신 것이었다. 일 년 반 정도 지나는 시간 동안 나는 이제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건 서운한 일이기도 하고 고마운 일이기도 했다. 가끔 지인들이 연락해서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물으면 어찌 답해야 하나 난감했으니까. 그런데 내 몸은 나를 기억하고 있는 누군가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감사인사를 어떻게 전할까 하다가 메일을 보냈다.



그랬더니...


이번엔 전화가 온다.

모르는 번호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기에 역시 부재중 전화만 두 통이 남겨졌다. 문자가 왔다. 광염교회 최목사님이라고 한다. 부목사님이신가 보다. 시간 되실 때 편하게 전화 주시라고. 전화를 못하겠다. 또 뭔가 도와주시려 하면 어떻게 하냐고. 거기에 대고 내가 혹시라도 징징거리면 어쩌겠냐 싶어 며칠을 전화를 안 드렸더니 또 문자가 온다. 불편하게 생각하시지 마시라고. 조목사님 책이 새로 출간되어 한 권 보내드리려 한다고. 그리고 언제든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 주시라고. 비빌 언덕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냐고.


'비빌 언덕'이라니...

내 생애에 그런 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진짜 그런 생각을 해도 된다는 것인가......

말씀 만으로도 감사했고 큰 위로가 되었다.



책을 받고 읽기 시작하는데 또 연락이 온다.

이번엔 추석을 맞아 텀블러를 하나씩 제작해 보내드리고 있다고. 오늘 받았는데 정말 귀엽고 예쁘고 딱 맘에 든다. 살라고 그러시나 보다. 힘내서 살라고 이렇게 물질로도 마음으로도 돕는 분들을 붙여주시나 보다.




책 리뷰를 좀 하려 했는데 서두가 너무 길었다.


각설하고





홍해대전 (紅海代戰)

이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홍해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대신해 싸워주셨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큰 전쟁이 아니라 대신해주신 전쟁. 이것은 우리의 전쟁 같은 삶에도 그대로 적용가능한 것이라 인상적이었다. 표지의 넘실거리는 파도와 짙은 바다의 푸른빛이 나에겐 무섭게 느껴졌는데 주님이 대신 싸워주실 것이라고 생각하니 제목에서 느껴지는 힘에 압도되어 웅장한 마음마저 들었다.


'입애굽과 출애굽 사이에서

큰 산과 험한 바다 앞에서

하나님이 길을 내시고 대신 싸워 주신다!

내 인생의 홍해대전을 기억하라!'










울림이 컸던 구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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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그네 인생이며,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사는 것이라고 모세는 두 아들의 이름을 통해 우리에게 귀띔 합니다.



"그저 하루하루 버티고 견디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우리에게 "얘야, 애썼다. 수고했다. 그게 사랑이야. 너, 그거 사랑한 거야. 버텨 줘 고맙고, 견뎌 줘 고맙다"며 등을 토닥여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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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그네입니다." 이 세상을 사는 우리, 때로는 이 세상에서 천년만년을 살 것처럼 살지만, 우리는 나그네입니다. 나그네는 떠납니다. 나그네는 돌아갑니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나그네 여정은 우리가 사는 날 동안 계속됩니다. 하나님의 도우심도 계속 있어야 합니다.





여호와 이래, 아브라함이 한 네이밍입니다. 여호와 닛시, 모세가 한 네이밍입니다. 복 있는 사람, 예수님이 우리를 두고 하신 네이밍입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인생 네이밍부터 시작해 봐요.











내 생각


내 인생은 나그네 인생이다. 여기가 종착지가 아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따로 있으니까. 나그네로 살다가 먼저 가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가는 사람도 있는 법인 것이지. 원망할 일도 불평할 일도 아니다. 다만.... 새롭게 네이밍이 필요한데 그걸 못하겠어서 아직은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 부르면 주님께서 대신 싸워주시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니, 내 인생의 모든 문제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지만 하나님의 섭리 아래 인생길을 가는 나그네임을 잊지 말고, 맡기자. 맡기고 나아가자. 돌아갈 수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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