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4학년 무렵부터 나랑 수업했던 아이가 갑자기 연락을 해 왔다.
세상에나. 충격
이 아이는 중3 졸업까지 수업하던 친군데 서울 캠프도 같이 갔었는데 내가 잊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걸까.
다른 아이들도 내가 다 잊었을 거라 생각하는걸까? 때때로 보고싶은 얼굴들이 있다면 그건 나한테 와서 마음을 나누다가 떠난 자기들인데 그걸 모르나보다싶다. 이쯤되면 내가 막 연락해보고 그래야하나....
원래도 예뻤던 녀석이 대학생이 되고 나니 더 예뻐졌다
책을 사랑하는 어른으로 컸다
대학에서 친구들과 독서모임도 하고 있단다.
과외를 하고 있는데 가르치는 중학생들 안타깝다고. 책을 좀 읽어야 하는데 너무 안읽는다고.
나도 마음에 맞는 이야기라 물 만난 고기마냥 신나게 펄떡펄떡 떠들었다.
책 열심히 읽고 성실하고 강단이 있는 친구라 잘 될 줄 알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은 돌아돌아 들었었는데 벌써 3학년이라고 복수전공까지 한다니 대단하다.
남동생은 우리 둘째랑 동갑. 어릴때 거의 매일 우리집으로 하교하고 간식먹고 공부하고 그랬었는데. 울기도 잘하던 얼굴이 하얗고 가늘하고 깔깔 대며 잘 웃던 녀석이 키가 180이 넘는 장신이 되고 우렁우렁 울림소리를 내며 나를 송구한 얼굴로 내려다 보네. 신기하다.
보고만 있어도 좋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다. 별 이야길 나누지 않아도 좋다. 아이들은 눈빛으로 나에게 위로와 안녕의 인사를 전했다.
책을 좀 미리 골라놨다가 줄걸 급하게 골라주고 아쉽다. 다음엔 좀 더 심사숙고 해서ㅎ.
아이들이 돌아가고 나서 잠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나뿐 아니라 그이에게도 안녕을 전하려 애쓴 아이들의 마음을 그이에게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