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건 써야지
돈이 먼저야 사람이 먼저지
처음 개척할 때 우리가 가진 얼마 안 되는 돈을 교회에 탈탈 털어 넣고 나니
수중에 몇백만 원 밖에 남은 게 없었다.
부동산 사장님은 교회 바로 앞에 있던 대단지 아파트를 한 칸 사라고 했다.
당시 그 아파트 1층이 8000만 원.
2천 정도만 있으면 은행에서 나머지는 융자를 해 주니까 사면된다고.
여기 지금 오르고 있다고.
무슨 말인지 얼른 감이 안 왔다.
15년도 더 된 일인데 그때 우리 부부는 부린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바보천치 수준이었다.
그래도 남편이 나보다는 나아서 어디서 돈을 좀 빌려 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암만 봐도 뻔한 곳인 데다가 (어머님이나 형제들이겠지..)
우리는 지금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는 방법대로만 살자고 내가 결사반대했다.
그래서 우리는 빌라 투룸 1층을 월세로 계약했다.
2년쯤 후였나 아파트를 알아보게 되었다.
하나님 주시는대로만 산다는 건 다시 말하면 주변에 폐를 끼치는 것과 같았다.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사람들에게 계속하는 게 참 힘들었다.
민폐가족이 된 기분.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일까.
나는 그 모든 형편을 참아내기 어려웠고,
결국 일을 다시 하게 되었다.
학부모들도 만나고 아이들도 만나 전도에도 도움이 되고
생계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 여겨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다 접었던
독서논술 지도를 다시 시작했고, 그러기 위해 아파트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아파트를 보니 글쎄 8000만 원 하던 아파트 가격이 1억 얼마가 되어 있었다.
지하철 역이 생기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그때 생각났다. 부동산 사장님이 당시에 지하철 어쩌고 이야기를 하셨던 것이...
문외한이었던 우리가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는 동안 이 동네 집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이제는 신축 아파트까지 어마어마하게 들어와 내 집을 갖는다는 건 꿈이 되었다.
모든 재정 관리를 하던 남편이 떠나고 보니
교회에 빚이 처음보다 더 늘어있었다.
사느라 사느라 우리는 그냥 열심히 살아온 것뿐인데 그렇게 되었기에
그 점에 대해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내가 일을 한다고 했어도, 알뜰살뜰하지 못하고, 엄마 아버지 일이며
아이들 일이며 써야 할 곳이 생기면 먼저 썼으니까...
교회는 건물에 한 칸인데, 거기도 반은 빚을 지고 산 거였고, 사느라 그동안 더 빚을 져서
사실은 그 건물이 우리 거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데다 건물이 지어진지가 벌써
50년을 향해 가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중단된 예배로
전날의 주보가 그대로 놓여있는 예배당을 우리는 어쩌지 못해서.
이런저런 비용이 계속 나가는 중에도 넋을 놓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가장으로서의 불안감이 발동하던
어느 날
결심을 하고 부동산 사장님께 부탁을 했다.
"사장님, 이번엔 정말 내놓을게요. 임대든 매매든. 알아봐 주세요."
"사모님. 지난번에도 그 사람 얼마나 짜증 내면서 갔다고요. 보여주신다고 해놓고 또
그러면 진짜 안됩니데이."
"네네. 죄송해요."
계약을 했다.
보증금 없이. 연세를 한 번에 받는 걸로 해야 한단다. 빚 때문에.
계약하고 났는데
기분이 안 좋다.
아이들은 파는 게 아니라 괜찮다고 한다.
나는 누군가 와서 거기를 건드린다는 것이 싫다.
내가 붙여놓은 교회 장식들도 다 떼야할 것 아닌가.
피아노는 어떻게 하지?
페인트칠도, 바닥도 다 새로 했었는데...
이제 정말 모든 게 사라지는 것인가.
여보 미안해.
어떻게 해...
언제까지 징징거릴 거냐고 그런 음성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다.
그래 출발할 거다. 할 거야.
그런데 나는 결국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아
어디에다 퍼부어야 할지 모를 원망이
눈물이 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