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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우 Jan 28. 2020

우리가 그때,
거기 함께 있었다는 기억

4_여행의 좋은 점

누군가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여행'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나에게 여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시공간에 머무르는 일입니다. 우리가 그때 거기 함께 있었다는 기억은 우리의 뇌리에 어떤 식으로든 각인됩니다. 그것은 하나의 추억이 되어 우리 사이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이어주는 연대의 고리가 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에서 살다보면 가족인데도 좀처럼 얼굴 보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마음을 여는 대화는 커녕 서로의 일상에 대해서도 무심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면 여기가 아닌 어떤 곳으로 훌쩍 떠나는 상상을 합니다. 번거로운 세상사에서 놓여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어집니다. 그럴 때면 주저하지 말고 떠나시기를 바랍니다. 단 며칠이라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상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해 여름에, 그 낯선 곳에, 우리가 함께 있었잖아. 그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데, 그거 기억나?"


기억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이 남긴 흔적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억은 한 사람의 내면에 새겨져 추억이 되고, 감정이 되고, 그 사람의 일부가 됩니다. 


"그래. 그때 우리 그 택시 안에 9명이나 탔잖아. 그 정도면 기네스북에 올라야 하는 거 아냐!"


당신과 내가 사랑한다면,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 함께 간직할 수 있는 시공간의 체험이 필요합니다. 대도시의 번잡한 일상이 우리로부터 앗아간 공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여행은 필수적입니다. 여행은 그래서 가도 되고, 가지 않아도 되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것으로 나에게 다가옵니다. 


멀리 떠난 본 적이 없다고요? 혹여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냐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의 돌발변수야말로 훗날 우리가 함께 간직할 수 있는 기억을 빚어내는, 가장 강력한 요인입니다. 멀리 떠났다가 돌아오면 알게 됩니다. 우리를 둘러싼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던, 서로를 향한 사랑이 여전히 거기에 있다는 걸. 


이 자잘한 깨달음이야말로 여행의 좋은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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