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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imjiy Jan 17. 2023

3년 차 개발자의 늦은 2022년 회고

주니어 개발자는 올해도 혼란했다

항상 연초가 되면 하루하루를 소중히 아끼며 살자고 다짐하지만, 늘 그렇듯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연말만 되면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좀 많이 늦긴 했지만 그래도 회고를 써야 미련 없이 묵은해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 썼다 지운 문장들을 어떻게든 그러모아 정리했습니다.



있으셨는데요, 없어지셨습니다.

올해 회사에서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입사 이래 가장 가까이 계시던 사수님의 퇴사였습니다. 입사 초부터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런 사수님의 부재로 올해는 프로젝트의 방향성이나 라이브러리 도입 등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협업을 위해 타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일도 잦아졌고요. 처음 접하는 일들이 많아 혼란스러운 때도 있었지만 다른 팀원분들의 도움으로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팀원을 뽑기 위한 채용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귀한 경험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보고, 코딩 테스트 문제를 고르고, 면접을 보면서 과거의 지원자였던 내 모습을 돌이켜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차가 쌓이고 책임이 주어지다 보니, 이제는 단순 구현을 넘어 잘 만들고 잘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테스팅과 자동화 방법도 알아보고, 작은 라이브러리 하나를 도입할 때에도 '왜' 이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실천보다 고민이 더 많지만 내년에는 좀 더 실행으로 옮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진을 잊지 말자

올해 유독 실무에서 서버 개발이 필요한 일이 많아지며, 프런트엔드 개발자이지만 한동안은 서버 개발이나 인프라 세팅 같은 업무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HTML 코드보다 AWS 콘솔 창이 더 익숙해질 무렵 활동하고 있던  IT 동아리의 소속을 노드팀에서 웹팀으로 이전하며 잃어버렸던 프런트엔드 개발의 감을 다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키텍처를 발표하고, 또 중간에 기술 토론을 하는 시간도 가지며 세상에는 역시 개발을 잘하는 사람이 많구나 하는 놀라움과 더불어 새삼 내가 한동안 프런트엔드 개발에 관심이 없었구나 하는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올해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작업한 서비스는 뮤즐리라는 음악 공유 서비스로, 일전에 포스팅을 한 바가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원 없이 리액트 코드를 만지면서 아무리 서버 개발이 괜찮다 하더라도 결국 본진이 제일 재밌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공유하고, 남기는 일

연말에 모교의 전공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진로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말이 멘토링이지 '나는 이렇게 개발자가 됐다!'라는 주제의 발표와 약간의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예전에 제가 취업 준비를 할 때만 하더라도 주변에 개발자에 관심이 있는 동기나 선후배는 전무했었는데,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뀐 까닭인지 생각보다 많은 후배님들이 멘토링에 참여해 주셔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래도 제일 충격이었던 것은 20학번이 벌써 졸업을 준비한다는 점이었지요.

처음 멘토링 제안을 받았을 때에는 과연 내가 도움이 될까? 하는 우려가 많았는데, 사소한 경험이라도 조금이나마 진로를 잡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책 집필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브런치에서 연재하던 해치지 않는 웹 네트워크 시리즈를 좋게 봐주신 출판사에서 출간을 제안해 주셨고, 덕분에 올 한 해는 퇴근 이후 원고 쓰기에 대부분의 여유 시간을 쏟았습니다.

나름 매일 열심히 쓰고 있다고 생각해도 일주일에 겨우 A4용지 2~3장 정도 늘어나는 것을 보며, 우리가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읽고 있는 책들은 사실 굉장히 큰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책 한 장 한 장을 더 소중히 읽게 되었지요.

신경을 많이 쓴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책을 쓰는 일은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기에 더 의미 있는 해가 되었습니다.




2022 일기장을  훑어보니 '피곤하다' 문장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만큼  해는 여러모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해였습니다. 연차는 쌓여가는데 나는 여전히 신입 같고, 해야  일은 많으니 계속 서두르고 있는데 과연 맞는 방향인가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도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번아웃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연말에는 부러  여유시간을 가지며 여행도 다니고, 책도 읽고, 잃어버렸던 취미를 찾는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뜨개질에 재미가 붙어 이것저것 뜨며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귀여운 것을 보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각박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생이 24시간이라면 아직 오전 7시밖에 되지 않았으니 조급해지지 말자고, 벌써 지치지 말자고 위로하면서 말이죠.

여러분의 2022년은 어떠셨나요? 또 앞으로의 2023년은 어떤 다짐으로 시작하셨나요? 다시 예전의 일상이 회복되는 것처럼 새해에는 아쉬움 없이 기쁜 일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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