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한다. 사진 찍으러 여행 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아한다. 사촌여동생이 나에게 남프랑스 여행 같이 가자고 했을 때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언니, 사진 최선을 다해서 찍어줄게"
프랑스 14일 동안 나는 2,000여 장의 사진을 찍었고, 500여 개의 영상을 찍었다. 오고 가는 날을 제외해도 하루에 150여 장의 사진을 찍은 셈이다.
사진에 진심인 사람
나는 사진에 진심인 사람이다. 비키니를 챙겨가도, 옷을 가져갈 때도 선택의 기준은 '사진에 잘 나오는가'였다. 그래서 검은색 옷이나 어두운 계열의 옷은 절대 가져가지 않는다. 평소에 잘 입지 않는 노란색, 핑크색, 하얀색 등 밝은 색 또는 튀는 색의 옷을 챙겨간다. 긴팔, 긴바지도 제외한다. 살이 보여야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프랑스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프랑스 일정표를 보고 각 도시를 검색해 보면서 그 배경과 사진을 찍었을 때 잘 나올만한 옷으로 골랐다.
비키니를 구매했는데 형광레몬색을 골랐다. 추워서 수영을 못하더라도 사진용으로 챙겼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영장에 간 적이 손에 꼽을 만큼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수영장에서 재미있게 수영하며 놀았는데 형광레몬색 비키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실물로도 예뻤고, 사진 또한 기가 막히게 나왔다.
모나코에서 자동차가 예뻐서 찍은 사진
프로방스의 한 골목길
남프랑스 숙소의 수영장
호텔 창문으로 바라 본 모습
여행 가기 전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잘 찍는 강의를 들었다. 보정하는 방법도 배웠더니 강사가 만든 필터를 줬다. 카페 가서 배운 대로 사진도 찍어보고, 필터를 넣어서 보정 연습도 했다.
예전에는 여행 갈 때 디지털카메라를 챙겨갔다. 아무리 가벼운 걸로 바꿔도 오래 들고 다니면 카메라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모든 걸 핸드폰으로만 찍기로 결정했고, 그래서 이런 강의도 들은 거다.
사진작가도 아니고 모델도 아닌데 늘 이렇게 열심히 준비를 했다. (이 글에 첨부한 사진은 거의 보정 안 한 사진들이다)
가장 듣기 싫은 말
여행의 모든 기준이 '사진'에 있다 보니 잘 나오는 사진을 건질 때까지 찍는 편이다. 자주 하는 말 '다시 한번 찍어줘', '이렇게 찍어줘'.
일본 여행을 갔을 때 한 친구와 싸운 적이 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찍히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친구인데 여러 번 찍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찍는 걸 좋아하는 줄 몰랐다'라고. 이 이후로 사진 찍어달라고 하는 말을 하는 게 불편해졌다.
그래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또?', '사진 찍으려고 이렇게까지 해?'이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거나 뉘앙스를 풍기면 기분이 상한다. 처음엔 내 입장에서도 화가 났다. 사진 찍으려고 옷도 챙겨 오고, 어떻게 사진 찍을지 다 찾아보고 왔는데 '또'라니. 사진 한 장은 건져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엔 서로의 여행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로는 과하게 사진을 요청하지 않는다.
남프랑스의 조식타임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도 '이렇게까지 사진을 찍는다'라는 말을 들을까 두려웠다. 그 말을 듣고 움츠러들어서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 봐.
남프랑스 패키지여행에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 요구르트, 바게트, 크루아상, 잼, 과일, 햄, 치즈 등 브런치가 차려진다.
아침 8시에 먹는데 하루는 늦게 챙기는 바람에 8시를 놓쳤다. 그래서 내일 사진 찍고 오늘은 늦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챙기고 있었다. 그런데 패키지에 같이 온 어머니가 우리 방으로 찾아왔다. "사진 찍어야지! 왜 안 와? 기다리고 있어 다들~" 사진 찍으라고 나를 부르러 온 것이다. 나는 달려가서 사진을 찍었다.
또 하루는 조식을 먹는데 바깥 배경이 너무 예쁜 게 아닌가. 그래서 내게 차려진 그릇들을 하나하나 밖의 테이블로 옮겼다. 접시에 빵도 담아서 옮기고, 커피잔도 옮기고, 주스도 옮겼다. 잼과 버터도 잠깐 빌린다며 들고나갔다. 플레이팅을 하는 모습을 보더니 "지금 아니면 이렇게 열정적으로 사진 못 찍어~ 열심히 찍어~"라고 말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내가 플레이팅 한 자리에 한 분씩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으셨다. 어머니들도 찍고, 같이 온 딸들도 한 번씩 앉아서 사진을 남겼다. 포토존을 만들면서 괜히 유난인가 싶었는데 함께 즐겨주니까 기분이 좋았다. 사진과 관련해서 처음으로 경험한, 좋은 순간이었다.
이렇게 유난히 사진을 찍는 나를 이해해 준 사람들을 만나서 여행하는 내내 불편함 없이 사진을 남겼다. 사촌동생도 귀찮은 내색 없이 가는 곳마다 찍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