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여행을 가기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것은 피크닉이었다. 예쁜 돗자리를 가져가고 싶어서 쿠팡과 당근마켓을 엄청 검색했다. 가볍고, 잔디밭에 올려놨을 때 예쁘고, 크지 않은 돗자리를 가져가고 싶었으나 캐리어의 무게로 인해 결국 포기했다. 대신 공원에서 읽을 책은 챙겼다.
1년 전, 프랑스 여행 중 파리 시내 투어를 통해 보쥬광장에서 잠깐 시간을 보낸 적 있다. 보쥬광장에 본 프랑스 사람들은 잔디 위에서 책을 읽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누워서 잠을 자기도 했다. 사람들이 공원에서 머무는 모습은 다음에 또 파리에 온다면 피크닉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만들었다.
보쥬광장은 파리 시내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네모난 공원 가운데 동상을 기준으로 가로 세로 길이 있어서 잔디가 4개의 구역으로 나뉘었다. 보쥬광장은 공원 주위로 나무가 둘러싸고 있고 그 바깥으로 파리 특유의 건물이(노란색 벽에 지붕은 남색) 둘러져있다. 어떤 잔디에는 분수도 있고, 공원을 둘러싼 건물에는 레스토랑, 카페가 있으며 빅토르 위고 저택이 있기도 하다.
피크닉 낭만을 찾아서 삼만리
피크닉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날, 아침부터 분주했다. 피크닉을 처음 하다 보니 무엇을 챙겨야 할지 몰랐다. 돗자리 대신 잔디에 깔 담요를 챙기고, 공원에 가서 읽기 위해 챙겨 온 책도 챙기고, 와인은 혼자 마시기엔 양이 많으니까 가는 길에 맥주를 사기로 했다. 가는 길에 사과와 체리정도 사서 가면 될 것 같다. 액션캠도 챙기고, 여권도 챙기고, 선글라스도 챙기고... 다 챙기고 보니 보쥬광장까지 이 모든 것을 가져갈 보조가방이 없다. 임시방편으로 슬리퍼를 담아 온 다소 작은 비닐 가방에 꾸역꾸역 담았다. 피크닉을 하기 전에 나는 가방을 먼저 사야 했다.
메르시 매장으로 에코백을 사러 가는 길, 시장을 만났다.
세상에!! 럭키! 시장이라니!! 낭만이다 낭만! 시장에서 오렌지를 시식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래서 오렌지도 사고, 사과도 3개에 1유로라고 하니 사과도 담고, 체리도 한 팩 담고, 미니 흑토마토도 한 팩 담았다. 수박도 시식했는데 진짜 맛있었다. 수박은 1/8 크기로 팔았는데 너무 커서 차마 살 수 없었다. 진짜.. 너무 아쉬웠다.
시장 구경하면서 정신을 놓다 보니 과일을 너무 많이 샀다. 한 손에는 피크닉 준비물이 담긴 비닐가방이, 한 손에는 과일로 가득했다. 손이 끊어질 것 같다.
이 모든 짐을 다 들고 메르시 매장에 겨우 도착했다. 에코백 색상을 하늘색으로 골랐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파리 여행을 하면서 하늘색 메르시 가방을 메고 다녔다. 엄청 만족스러웠다.
크기도 컸고, 사진에도 잘 나오고. 메르시 에코백에 책, 담요, 액션캠, 탭, 사과, 체리, 흑토마토, 오렌지 모두 담겼다. 메르시 가방의 크기가 2배로 늘어났다. 내 몸의 2배는 됐으리라 생각된다.
덕분에 내 손은 자유로워졌고, 내 어깨는 무거워졌다. 나의 낭만의 무게는 꽤 무거웠다.
보쥬광장에서의 피크닉
드디어 피크닉 하러 보쥬광장에 도착했다. 역시나 보쥬광장은 아름다웠다. 싱그러운 나무가 있고, 초록초록한 잔디밭까지. 동상 기준으로 가로로 난 길에는 모래밭이 있었다. 그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모래를 파며 놀고 있었다. 모래밭 근처 벤치에는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앉아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잔디밭 위에서 돗자리를 펴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 맨 몸으로 누워서 자는 사람, 엎드려서 책을 읽는 사람도 보인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자유롭게 즐기는 여유로운 삶의 모습이 눈부셨다.
어디에 앉을까?
나는 네 개의 잔디 중 분수가 있는 잔디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갖고 온 담요를 펼쳤다. 그 위로 가방을 풀었다. 책도 꺼내고, 과일도 꺼냈다. 가방이 무거워서 맥주나 와인을 사는 걸 잊어버렸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낭만을 즐기기 위해 담요 위로 예쁘게 플레이팅을 했다. 혹여나 누가 여권과 돈이 들어있는 작은 가방을 가져가지 않을까 신경 쓰면서-
사진을 찍고, 액션캠으로 영상도 담았다. 오렌지를 하나 먹었는데 역시나 달콤하다. 사길 잘했다. 오렌지를 하나 먹고 보니 손이 끈적였다. 물티슈나 티슈를 챙겨 오지 않아서 사과도 먹고 싶었고, 오렌지도 하나 더 먹고 싶었는데 먹지 못했다.
담요 위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다들 피크닉 와서 뭐 하나 싶어서 주변을 구경하기도 했다. 데미안 책을 가져왔는데 예전에 밑줄 그은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와서 그 문장만 여러 번 읽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이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
-데미안-
내가 지금 낭만을 찾아서 하는 피크닉도 나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는 행동 중 하나겠구나. 생각하면서 누워서도 몇 장 읽고, 엎드려서도 읽었다.
치마를 입고 와서 눕거나 엎드리는 건 생각보다 불편했다. 그 와중에 작은 가방을 소매치기당할까 봐 가슴에 끌어안고 있었다.
40분가량 시간이 지났을까,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이 모든 피크닉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 이제야 적응해서 마음 편히 즐기나 했더니. 혼자 여행 오면 이런 부분이 불편하다. 짐을 맡기고 갈 수 없으니 말이다.
버킷리스트 완료, 낭만을 현실로.
2시간 준비하고, 1시간 플레이팅하고 사진 찍고, 영상을 남기고 난 후 온전히 즐긴 시간은 40분이었다. 겨우 40분을 위해서 프랑스 여행 가기 전부터 돗자리를 검색하고, 하루종일 고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들처럼 온전히 즐기려면 2-3번은 더 피크닉을 하거나, 평소에 캠핑이나 피크닉을 취미로 갖고 있어야 한다. 나는 처음 피크닉을 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한 시간을 즐긴 거나 다름없다. 기대한 만큼 좋았고, 기대이상으로 좋았다.
캠핑에도 관심 없고, 피크닉도 안 다니는데 이번 여름에는 열심히 산으로, 바다로 캠핑이나 피크닉을 다녀야겠다. 프랑스에서 찾던 낭만을 현실에서도 느껴야지!!!낭만 찾아서 여행만 다니면 1년 중 한 번만 느낄 수 있으니 너무 아쉽지 않은가. 낭만을 멀리서 찾지말고, 가까이에서 찾아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