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변수가 많으니 예측하거나 단정하기 어렵다." 이 얼마나 침착한 말인가!
새옹지마란 직역으로 "변방노인의 말"이란 뜻인데, 이 말의 운명이 참 흥미롭다. 어느 날 노인의 말이 아무런 까닭도 없이 도망쳐 오랑캐의 땅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안타까운 상황에 모두 그를 위로했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나 이 상황은 복이 되었다. 곧 말이 준마를 데리고 돌아오니 사람들이 모두 축하했다. 그러나 이 상황은 곧 불행을 가져온다. 집에 좋은 말들이 많아 아들이 말 타길 좋아하다가 떨어져 다리뼈가 부러졌다. 이에 사람들이 모두 위로했다. 이런 상황은 갑작스레 복이 되었다. 일 년이 지나 오랑캐가 변방에 침입하여 장정들은 모두 전쟁에 나가 10명 중 9명이 죽었지만 아들은 홀로 절름발이였기 때문에 부자가 서로 목숨을 구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의 끝은 복은 재앙이 되고 재앙은 복이 되어, 단정 짓기가 어렵다는 교훈을 준다.
요즘 새옹지마를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 신기하리만큼 하루하루가 행복과 불행의 반복이다. 최근 새로운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데, 출근 첫날은 사내 노트북으로 와이파이 연결도 힘들어서 잔뜩 긴장하고 애를 먹었다. 다음 날은 카피 작성 업무를 받았는데, 생각보다 잘 써져 사수님에게 칭찬을 받고 신이 났다. 다음날은 알림톡을 발송하는 새로운 업무를 받았는데, 사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적용하기까지 엄청 헤매서 업무를 다 끝내느라 2시간이나 야근을 했다. 다음날은 숏폼 광고를 기획하고 직접 제작을 하는데, 영상 편집이 재밌어서 근무 내내 몰입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업무를 진행했다. 이렇듯 회사를 다니며 매일매일 좋은 날과 힘든 날이 반복된다. 이러한 날이 반복되니 이제는 불행한 날도 행복한 날도 의미부여를 하지 않게 됐으며, 큰 심정의 변화도 없이 잔잔하게 일주일을 지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렇게 잔잔한 내가 되기까지 많은 감정의 격동을 겪었다.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생각은 때때로 날 깊이 있는 세계로 인도한다. 하지만, 행동이 없는 생각만 꾸준히 하다 보면 걱정만 많아진다. 실수했던 일이나, 잘못 선택했던 과거의 일에 집착하게 될 때는 과거에 갇혀버린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나의 현재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미래까지도 불안함은 뻗어가 버린다.
그렇게 작은 일에도 쉽게 쓰러지고, 무력함을 느끼던 어느 날 "이렇게까지 심각할 필요가 있나?" 생각이 스쳤다. 실수를 하고 잘못을 했을지언정, 이는 나의 일부분이다. 나라는 존재는 그 한 번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니 지나간 일에 몰두하기보다 현재 잘못이 있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실수를 줄이고 더 잘해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훨씬 올바른 선택이다.
이제는 칭찬을 받아도, 꾸지람을 받아도 마음의 동요를 받지 않는다. 들뜨다 보면 언젠가 일을 그르칠 것이 뻔하고 다. 결국은 또 바뀌게 될 테니까. 안정을 가지니 남이 아니라 나를 볼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되면 다음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해야 할 일이 보인다.
가끔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도 소진이 되는 날이 있기도 한데, 영혼이 한없이 밑으로 가라앉으려 할 때가 있다.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감쌀 때마다 유체이탈을 해서 타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 3자의 시선으로 나를 보려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 하는 생각이자 판단은 나만의 생각일 뿐이지, 실질적으로 내가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생각으로 나를 더 끌고 내려갈 필요는 없다. 이런 나도 나다. 인정하고 노력하면 된다.
이제는 안다. 일희일비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것을. 생각이 많아지며, 때론 심각해지기라도 하면 그때마다 새옹지마를 떠올린다. 오늘 힘들었으면 내일 즐거운 일이 있겠지. 그러면 그다음 날은 또 힘든 일이 찾아온다.
불행과 행복은 세트다. 그렇게 돌고 도는 모든 일에 집착을 버리고, 그저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해나가며 살아가고 있다. 고통스럽고 행복한 순간들은 모두 나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의 강점을 발견하고 약점을 보완하고, 이 모든 순간은 성장하고 있는 순간이라고 믿고 있다.
앞으로 인생에 정말 큰 행복과 불행이 닥칠 텐데, 그때를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할 일은 내게 주어진 것들을 해나가는 것이다. 매사에 심각하며 의미부여를 하기보다, 그럴 수 있지 생각하고 넘어가려 한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여행을 하고 있고, 매일매일 새로운 탐험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 생각하면 어려움이 닥쳐도 하나의 성장판 에피소드로 추억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