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 공책을 펼친다. 귀여운 디자인의 볼펜을 꽉 쥔 채 생각에 잠긴다. ‘어떤 글을 쓸까…’, 머릿속은 온통 이 생각뿐이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공책에 무언가를 끄적인다. 머릿속을 스치는 것들을 붙잡아 글자로 옮긴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글감으로 정한다. 글감이 한 편의 글이 되도록 노트북을 켜 자료를 찾고, 개요 및 초안을 작성한다. 여러 번의 퇴고 과정까지 거치면 드디어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이렇게 보면 글 쓰는 과정이 간단하게 느껴진다. 생각을 잘 정리해서 글로 표현하면 되는 일이지만 그 과정이 어렵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많다. 온갖 생각들이 쌓여 있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 것 같은데 어쩐지 글로 내뱉어지지 않는 그런 날이 있다. 약간의 백지화가 되는 기분까지 든다면 잠시 글쓰기를 중단한다. 그리고 쉼과 자극을 함께 준다.
쉼, 자연 속을 걷고 또 걷는다.
나는 거의 매일 40분씩 걷는다. 그렇게 걷기 운동을 실천한 지도 몇 년이 흘렀다. 집 앞 공원으로 나가 길을 따라 줄지어 있는 나무들 사이를 걷는다. 울창한 나무들 덕분에 공원 옆 도로를 달리는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온전히 걷기에 집중하기 참 좋다.
덥고, 춥고,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날에도 계속 걷는다. 내가 걷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자연이 주는 회복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쉼과 안정, 재충전을 위해 숲과 산을 찾는다. 자연에서 나오는 쾌청한 공기와 피톤치드를 한껏 마시면 몸과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온다.
나에게 공원이 그런 존재이다. 시멘트 건물들로 가득 찬 도시를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는 작은 자연이다. 딱딱한 아스팔트 길이 아닌 사각사각 흙 밟는 소리가 들리는 흙길을 걷는 게 좋다. 걷는 동안 흘러가는 바람을 맞고, 내리쬐는 햇볕을 고스란히 쬐며, 햇살에 비춰 더욱 푸른빛이 감도는 풀잎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행복하다.
이때 중요한 건 잠시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아직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잠시 그 생각은 접어둔다. 자연 속을 걷는 내 모습에 집중한다.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한다. 그래야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이렇게 글이 써지지 않으면 자연 속을 걸으며 쉼을 얻는다. 글쓰기가 막히는 대부분의 이유가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기 때문이다. 무조건 해야 한다, 이렇게 써야 한다, 쓰면 안 된다 등 나를 압박하는 생각들이 몸에 긴장감을 높인다. 이를 풀어주기 위해 자연을 느끼며 걷는다. 쉼을 통한 환기가 다시 글을 쓰게 하는 힘을 준다.
자극, 느슨한 마음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쉼은 다시 일어설 힘을 주지만 마음을 느슨하게 만든다. 그럴 땐 좋은 자극을 주는 게 필요하다. 먼저, SNS에 동기부여를 이끄는 다양한 콘텐츠를 본다. 마음에 확 들어온 유익한 콘텐츠는 리포스트 하여 차곡차곡 쌓는다.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 글쓰기를 꾸준히 유지하는 습관, 생각의 전환을 도와주는 문장,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 나만의 영감 모음집을 꾸려 나간다.
SNS는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습득하기 좋지만, 때론 방대한 콘텐츠 속에 허우적 대기도 한다. 그래서 한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책을 읽는다. 책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밟아 나간다. 좋은 자극이 마음에 천천히 스며든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 보라고 말해준다. 다시 글 쓸 마음을 갖게 한다.
최근에 좋은 자극을 받아 많은 영감을 얻은 책 2권이 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에디터의 기록법>이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글쓰기 고민과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책이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생각할 법한 질문들을 쫙 펼쳐 놓고 작가가 그에 대한 답변을 해주는 방식이다. 특히 나와 같이 혼자 글 쓰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에디터의 기록법>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에디터의 기록 이야기를 펼쳐낸 책이다. 기록을 주제로 자신만의 생각과 팁을 전한다. 에디터에게 기록은 뗄 수 없는 존재이다. 기록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계속 이어나가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나에게 맞는 기록법을 찾고, 에디터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정한 에디터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처럼 쉼과 자극을 밸런스 있게 유지하여 다시 글을 쓸 동력을 만든다. 환기를 시켜주어 고여있던 생각을 버린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펜을 잡고, 키보드에 손을 올려 글을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