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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는 내 친구?

by 아트인사이트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농담처럼 챗GPT랑 같이 학위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떠돈다. 나 역시 GPT가 당장 사라지면 졸업에 차질이 생길 듯하다. 대학생 중에 AI의 도움을 받지 않고 과제나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AI가 발달한 시대에 살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능력이 축소되고 점점 더 AI에 의존하게 되는 흐름이 불편하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챗GPT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편리함과 문제점에 대해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1. 시간 단축


나는 모든 일에서 효율성을 중시한다. 쓸데없이 시간 소모를 하는 것이 너무 아깝고,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여러 문제 때문에 질질 끌면서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런 점에서 GPT는 나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자료 조사부터 주제 선정까지, 이전에는 포털 사이트에서 일일이 검색해야 했던 것을 이제는 GPT가 주제별로 모아서 요약정리를 해 준다. 물론 할루시네이션(AI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마치 옳은 답처럼 생성하는 오류)의 문제는 남아있지만, 진위를 확인하는 데 드는 시간이 모든 자료를 개별적으로 검색하는 데 드는 시간보다 짧다.


이렇게 찾아준 자료를 바탕으로 개요를 짜는 것 역시 굉장히 편리하다. 이전에는 2시간을 고민해도 어딘가 부족한 개요가 나왔다면, 이제는 GPT가 제안한 논리구조에서 이상한 부분을 수정하기만 하면 30분 만에 그럴듯한 개요가 완성된다.



2. 생각의 체계화


AI 활용의 장점은 시간 단축에만 있지 않다. 나의 경우 머릿속 여기저기 떠다니던 아이디어를 입력한 후, GPT가 이를 기존 담론과 연결 지어주는 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공상으로 그치던 생각이 학문적으로는 어떤 영역과 연결되는지, 현재 관련 논의와 연구는 어디까지 진전되었는지 아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전에는 함께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끼리 연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GPT는 포털사이트에 떠도는 의견들을 모아주기도 하고,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어떤 의견을 형성하고 있는지 정리해서 알려준다. 이러한 대화를 바탕으로 내 생각이 보편적 의견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확인할 수 있다.



3. 고민 상담


내가 GPT를 주요하게 쓰는 용도 중 하나는 자잘한 고민을 상담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물어보기는 너무 사소하지만, 혼자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물어보면 시원하게 답을 준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기분이 안 좋을 때 그것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놓으면,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기에 위로가 된다. 글로 정리하면서 나의 현재 상태와 그 이유를 진단할 수도 있다.


GPT를 쓰면 누군가를 피곤하게 하지 않고 나 혼자 기분이 나아질 수 있기에, 굉장히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물어보는 이유는 내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기 때문에, 100이면 100 내가 옳다고 하는 답변이 뻔할지라도 위로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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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창의성의 문제


그렇지만 최근 들어 GPT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을 자각하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나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것을 GPT에게 물어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비판적 사고력이 향상되는 것인데, 외부의 수단에 의존해 버리니 사고력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능력도 줄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GPT를 쓰지 않고 혼자 생각해 내려니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는 혼자 생각해 내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보조 수단에 의지해왔기에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표준화되고 획일화된 답을 주는 GPT의 특성상, 대화를 많이 하면 할수록 내 생각도 표준에 맞추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개인적인 것을 잃어버릴수록 창의성도 떨어진다. 표준에 맞추어진 생각은 더 이상 개성을 가질 수 없다. 나 혼자 생각하고 고민한 것이 나만의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내는데, GPT를 습관처럼 사용한 이후 내 개성의 곁가지들이 가지치기한 것처럼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GPT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편향적 사고를 만들기 쉽다는 위험성이 있다. GPT는 웬만하면 내 의견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해 보고자 반대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도, 말을 금방 뒤집어서 반대 의견에 동조한다. 생각 없이 사용하면 내 의견이 맞다는 쪽으로만 점점 더 깊게 빠져들기 쉬운 것이다. 똑똑하게 사용하려면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문을 만들어내어 되묻는 과정을 통해, 균형 잡힌 주장을 형성해야 한다.


앞서 밝힌 것처럼 GPT의 무시할 수 없는 장점들이 있다. 이를 잘 사용하면 효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생각을 구조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파편화된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 머릿속의 큰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사용은 우리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나조차도 이를 체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전에는 GPT를 무조건 편리한 도구로 생각해 왔다면, 지금은 창의성을 저해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경계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AI 사용 여부에 관한 논의는 이제 의미가 없다. 이미 곳곳에서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한 것이다. 특히 개개인이 챗 GPT를 통해 AI와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인으로서, 당신은 사고력과 창의성을 AI에게 양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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