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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감 Nov 03. 2021

Humble X

소박한 글, 소박한 일상

리투아니아는 해가 잘 나지 않는 나라였다. 그날도 여전히 하늘은 흐리고 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숙사 맞은편엔 자작나무 숲이 있다. 창문을 열자 휙- 하니 풀향기 내음이 스쳐 지나간다. 여느 일상과 같은 교환학생 생활의 하루였다.


이런 날엔 빗소리 ASMR이지!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타닥타닥 노트북을 두드렸다. 그 소리에 맞춰 나무 캔들이 타들어 소리가 타닥타닥 겹친다. 흐린 하늘을 쳐다보며 공상을 하고 있을 때쯤인가... 휴대폰이 지잉 울린다.


교환학생 친구 K.

해가 떴다고. 얼른 나오라고.


 나를 부르는 연락이었다.


그날의 해는 2주 만이었다. 유럽에 온 지 4개월, 왜 유럽 사람들이 그렇게 일광욕에 열광하는지 절절하게 경험했던 나는 후다닥 노트북을 접고 나갈 채비를 했다. 2주 만에 만나는 햇빛이 무척 반가웠다.


타 다다닥! 자작나무 숲길을 뛰어내려 갔다. 학교 건물이 보일 때쯤 저 멀리서 해가 반짝하고 비친다. 살랑이는 바람이, 코를 스치는 풀향이, 눈앞에 슬그머니 비친 작은 햇빛이 반갑다. 짧은 산책, 그것만으로 하루가 완벽해졌다.

가끔은 그렇게 작은 햇빛, 풀꽃 냄새, 산책 한 번으로 소중해지던 그 시간이 그립다. 아무런 걱정도 없이 한창 빛나는 시간을 물 쓰듯이 써내면서도 웃던 20대 초반의 자유로움이 더 그리운 거겠지.

요즘 들어 더 자주 유럽에서 학교를 다닐 때가 생각난다. 자유롭고 싶은 걸까? 해외를 오랫동안 나가지 못한 탓일까?

가끔 주어지는 주말이면 하루하루가 풍성하고 거대해 감정을 쫓아가기 버거운 날들이 있다. 많은 자극을 느끼며 역시 세상은 크다는 걸 경험하는 날들.

실없이 건넨 농담 하나 와 오가는 따뜻한 말들에 감성이 부풀어서 붕 뜨는 날. 그런 감정들을 고이 언어로 담아내고 풀어내고 싶은 날. 그런 날들이 이어지는 삶을 살고 싶다. 쓰고, 느끼고 다시 쓰고 그게 내가 원하는 글 쓰는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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