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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some Mar 09. 2021

[아빠도 처음이야] 육아휴직 3일 차 오랜만에 효자 모

오랜만에 효자 모드로 돌아왔다. 효자 모드라는 게 별 건 아니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그건 것 아니겠나.

 어린이집에서 잘 놀고 와서 3시간을 내리 푹 잤다. 열심히 놀아서 피곤했나 보다. 그 덕분에 점심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는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낮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보행기를 태우는 것도 길어야 1시간일 텐데 어쩌지...

 일어나서 분유 먹이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바깥에 나가야겠다는 욕구가 분출됐다. 나는 사실 혼자 카페에 잘 안 간다. 커피를 혼자 카페에서 사 먹는다는 건 사치에 가깝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아내는 "얼마나 힐링인데~"라고 조언했다. "집에 캡슐커피 머신까지 들여놓았구먼 무슨."

 그런데 유모차 태우고 돌아다녀보니 막상 갈 곳이 없었다. 밖을 전전하기엔 살짝 날씨가 쌀쌀해서 아들이 감기 걸리지 않을지 걱정도 됐다. 하는 수 없이 집 근처 투썸에 갔다. 작년 생일 때 받은 쿠폰도 아직 남아있으니.

 유모차 안에서 졸던 아들은 카페에 들어서니 눈을 껌벅였다.  아뿔싸... 이러면 온 의미가 없는데... 한 발은 유모차에 걸쳐놓고 앞뒤로 흔들었다. 칭얼대는 아이 달래는데 요게 최고다. 손에는 챙겨 온 아이패드를 펼쳤다. 논문을 10여 페이지 읽자 다시 아들은 잠들었다. 논문 읽는 와중에도 단체 카톡방은 쉴 새 없이 울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고 청와대 민정수석도 교체됐다. 대선 1년 앞두고 정말 급박하게 돌아간다. 뉴스와 거리를 두고 현실 육아에 집중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직업병이다.

 카페에서 1시간 조금 안 되게 머물렀을쯤 아들은 다시 일어났다. 오후 적당히 밖에서 콧바람을 쏘였으니 이만한 힐링도 없구나 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일찍 잠들고 이유식도 잘 먹고 효자 모드 덕분에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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