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어그로를 좀 끌어보겠다는 제목으로 시작했지만(그렇다. 사실 관심이 고프다), 투자를 좀 하거나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대부분 알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기본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시 한번 빠뜨리고 있는 것은 없는지 점검해 볼 겸, 기본적으로 체크해야 할 경제지표들을 한번 더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런데 원래 경제지표 같은 것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이 글을 보고 나면 기억이 날까?
그래서 한 달 주기의 주간 단위 루틴 방식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마치 '태정태세문단세'와 같이 어떤 흐름을 만들어서 기억하면 그래도 좀 더 잊혀지는 속도가 늦춰지지 않을까. 선택한 지표들 또한 실제 기관 투자자들이 매주마다 짚고 넘어가는 항목들이니 신뢰도는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
소개함에 있어 알아두어 할 용어가 나오는데, MoM과 YoY이다. MoM은 전월 대비 증가율, YoY는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이다. 예를 들어 8월 수치이면, MoM은 올해 7월 대비 증가율(즉, 한 달 동안의 변화)이고, YoY는 작년 8월 대비 증가율(즉, 1년 동안의 변화)이다. 다른 곳에서도 많이 쓰니 기억해 두자.
서론이 길었다. 일단 시작해 보자.
[1주 차]
전월 경기동향에 대해 가장 선행성이 높고 중요한 지수들이 후두둑 발표되는 시기이다. 만약 다 볼 수 없고 딱 한주만 봐야 한다면 그게 바로 첫 주다. 흐름은 이렇다. 주 초반엔 아시아의 경기 동향이 주로 나오고, 미국의 경기 동향 지표가 나온 뒤, 너무나도 중요한 미국 고용지표가 주 중~후반에 나온다.
- 한국 수출입 동향 : YoY 기준. 매월 1일 발표. 글로벌 교역량의 Proxy.
- 한국 소비자물가 동향 : YoY/MoM 기준. 매월 2 영업일 발표.
- 중국 차이신 제조업 PMI : 중국 수출 관련 기업 동향 체크. 국가통계국 PMI보다 더 실물 경기 반영이 잘 된다고 보는 편. 포인트 기준. 50이 기준선.
-미국 ISM 제조업/서비스업 지수 : 미국의 심리지표 중 가장 먼저 나오는 지표. 세부지표들 또한 중요. 포인트 기준. 50이 기준선.
- 미국 JOLTs : 주로 미국의 구인건수를 본다. 중요도는 조금 떨어짐. 건수 기준. 매 첫 주 수요일 저녁(한국시간) 발표
- 미국 Non-Farm Payroll(비농업고용자수) 증감 : 건수 기준. 농업 제외한 분야의 고용자수 증감 발표. 첫 주의 가장 중요한 지표. 매 첫 주 금요일 저녁(한국시간) 발표
-미국 실업률과 경제활동참가율 : % 기준. 미국 노동시장의 상태를 나타내는 중요 지표. 매 첫 주 금요일 저녁(한국시간) 발표
- 미국 시간당 임금 상승률 : YoY/MoM 기준. 임금 상승률을 통해 인플레이션과 향후 노동시장의 방향을 추정. 매 첫 주 금요일 저녁(한국시간) 발표
- 영국, 독일, EU 제조업/서비스업/합성 PMI : 유로존 관련 경기동향을 알아보는 주요 지수. 포인트 기준. 50이 기준선.
첫 주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미국 고용시장 지표들이다. 그런데 이 지표들은 예측이 어렵다. 그래서 첫 주 금요일을 전후하여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이 확대될 수 있다.
[2주 차]
1주 차에 경기 동향에 대한 지표가 위주였다면, 2주 차는 소비자 수요 관련, 그리고 인플레이션 관련한 지표 중심이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미국 CPI이다.
- 중국 수출입 동향 : YoY 기준. 중국 수입과 한국 수출의 상관성이 매우 높은 편.
- 중국 CPI/PPI 동향 : YoY/MoM 기준. 특히 PPI 동향은 글로벌 경기 및 위험자산 전망에 중요한 역할.
- 미국 CPI/CoreCPI 동향 : YoY/MoM 기준. 2주 차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세부 디테일도 같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기대인플레이션 : 수요 관련 주요 선행적 지표. 기대인플레이션은 %로 발표.
- 미국 PPI 동향 : YoY/MoM 기준. CPI 보다는 중요성이 떨어진다.
- 독일, 프랑스 CPI 동향 : YoY/MoM 기준. 유로존은 일반적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CPI만 체크해도 OK.
인플레이션과 밀접하게 연관된 지표가 중심이 되다 보니, 최근에는 오히려 1주 차보다 더 중요한 주간으로 꼽히기도 한다.
[3주 차]
3주 차에는 실물지표 확인의 시간. 주 초반에는 중국 실물 경기와 미국 소매판매 동향을 확인하고, 주 중반 이후에는 미국 부동산 시장 지표를 점검 시작.
- 중국 광공업 생산/소매판매/고정자본투자 : YoY 기준. 중국은 춘절 등으로 인해 단순히 YoY만 보면 크게 왜곡이 생길 수 있어서, YTD(연초 이후 누적) YoY를 더 의미 있게 봄. 투자에서는 부동산 투자 중심.
- 미국 소매판매/Core소매판매 : YoY/MoM 기준. 미국은 소비가 지탱하는 국가이므로 소매판매 추이 중요. 휘발유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Core 소매판매 추이 중심.
-미국 NAHB 주택시장지수: 미국 주택시장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대표지수. 포인트 기준. 50이 기준.
- 미국 주택착공/허가건수 : 미국의 주택공급에 있어 선행성을 가지고 있는 지수. 건수 기준.
1~2주 차가 심리지표, 수요 중심이었다면, 3주 차부터는 이제 실물 지표 확인이 들어간다. 중국의 투자는 부동산 중심이고 3주 차 중반부터 4주 차 초반까지 미국 부동산 지표가 확인되므로 3주 차는 부동산 지표 확인 시간이 시작이라고 봐도 되겠다.
[4주 차]
4주 차에는 최종 실물지표를 확인하고, 마무리하는 주간이다. 특히 미국 PCE와 GDP 관련 지표는 실물의 끝판왕이다. PCE 가격지표는 미 연준이 고용지표와 함께 가장 중요시하는 가격 지표라는 점을 잊지 말자. 또한 한국에서 투자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국 산업생산은 빼먹을 수 없는 지표다.
- 미국 신규주택/기존주택판매 : 건수 기준. 주택시장 활성화 정도를 측정. 기존주택시장 규모가 훨씬 큼.
- 미국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 : NAHB와 더불어 미국 주택시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지수.
- 미국 PCE/CorePCE 물가지수 : YoY/MoM 기준. 연준이 인플레이션 관련해서 가장 주시하고 있는 지표.
- 미국 GDP 속보치/잠정치/확정치 : QoQ 연율화 기준. 전분기에 대해 매월 속보치/잠정치/확정치로 수정해 나간다.
- 한국 산업생산 : YoY/MoM 기준. 한국의 실물경기지표는 여기서 종합적으로 다 판단 가능. 광공업 및 서비스업 생산을 비롯하여 소매판매, 투자 관련지표까지 같이 발표.
한국 산업생산은 한 달 동안 발표되는 지표 중 한국에 관계되는 몇 안 되는 중요지표 중 하나이다. 물론 국내 여러 기관에서 지표들을 발표하지만 CPI, 수출, 산업생산 이외에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생산이라 생각한다. 꼭 챙겨보자(GDP가 최중요 지표이나 국내 GDP는 월간 단위로 발표하진 않는다. 특이 케이스로 빼두자).
대략 주간 단위로 돌아가는 지표의 흐름을 정리해 보았다. 크게는 월초의 심리지표와 같은 선행적 성격이 짙고, 데이터 수집이 쉬운 항목이 먼저 나오고, 월 중반 이후부터 실물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주간 단위로 성격을 나누면 1주에 고용과 심리 / 2주에 CPI / 3주에 부동산 / 4주에 실물의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주로 한국과 미국의 경제지표만 정리했는데, 유럽, 영국, 일본 및 아세안, 남미 등 기타 국가들의 지표는 일상적으로 체크하는 범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어차피 해외의 데이터는 미국 지표가 발표되면 다 묻힌다. 다만, 브렉시트라든가 일본의 통화정책 변경 이슈와 같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당연히 체크리스트에 포함시켜 보자.
또한 한 가지 더 생각해 두어야 할 것은 통화정책 이벤트는 제외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FOMC 회의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금통위, 일본의 금정위, 유로존의 통화정책회의, 호주 RBA나 영국 BOE의 기준금리 결정회의 등 주요 중앙은행 관련 이벤트는 물론, 미 연준 위원들의 연설 일정이나 통화정책 회의록 공개 일정 등도 사실 체크하는 부분이다. 다만 일정하게 나오는 부분이 아니니 매번 점검하긴 어렵다. 최소한 한국은행이나 FRB 사이트에 들어가서 주요 일정을 체크해 보자. 처음에는 익숙지 않지만, 하다 보면 금방 익숙해진다.
FRB 홈페이지에 연설 일정이 자세히 나온다. / 출처 : federalreserve.gov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밥 먹고 이 일만 하는 사람들은 이 정도는 항상 보고, 거기에 더해 관련해서 세미나도 듣고, 분석자료도 더 보고, 심지어 중요 연설은 라이브로 들으면서 한다. 그런 사람들이 판치는 바닥에서 최소한 호구 잡히지 않기 위한 하나의 보험 활동 정도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이러저러한 것들을 점검해 보고, 확인하고, 생각하다 보면 결국에는 매번 보지 않아도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혜안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그럼 정말 다른 의미에서 '저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는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