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이와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요즘의 생각을 자연스레 공유하게 되었다.'이런 것에 대한 개념 정리가 잘 안돼요. 이것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런 건지 의문이에요. 아직은 잘 와 닿지가 않아요.' 상대는 내가 이야기하는 분야와 관련이 없는 이였기에 그저 마음을 털어놓듯 말을 뱉어내고는 바로 공통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나절의 시간이 흘러갔다.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도 잊은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보는 순간, 무심결에 뱉었던 여러 화두의 답을 알 것 같았다. 아 그게 이런 개념이구나-하고. 스스로 던진 질문에 알아서 답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답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안에 있다는 것, 코칭에서 가장 핵심 철학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러하구나,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 코치는 고객(client)의 답이 이미 고객 안에 있음을 진심으로 믿는다. 이것은 모든 사람은 온전하다(Holistic)는 코칭 철학과도 연결이 된다. 그럼에도 고객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때때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싶어 질 때가 있다. 고객의 삶이 고객이 원하는 바대로 빠르게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고민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면 내가 코칭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홀로 안절부절하고는 한다. 고민을 공유하면 선배 코치들은 말했다. '힘을 빼도 돼요. 코치는 그저 곁에 함께 있어주기만 하면 돼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그렇다면 코치는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이거 너무 무책임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연달아서 올라오고는 했다.
고객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것이 코치의 일이지만, 고객에게 맞는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코치의 몫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왜 빨리 성과가 나지 않느냐고 상대와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도 코치의 오만이라는 것도. 고객의 삶은 코치의 질문 한마디,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될 만큼 결코 가볍지 않다. 코칭은 고객과 코치가 함께 해나가는 파트너십이라고 표현되는 까닭이다. 코치는 코치로서의 몫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봄에 씨앗을 심는 농부처럼 - 고객의 마음에는 어떤 형태로든 그만의 속도로 싹이 돋아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고객의 변화는 코치를 고용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며칠 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질문을 친구와의 일상을 보낸 와중에 답을 얻고 나니 일상 속에도 코칭이 스미고 있는 중이구나, 코치다운 삶을 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구나 싶어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졌다. 고민이 잘 숙성될 수 있도록 내가 나라는 고객을 잘 기다려주고 있었던 것 같아서, 이 여정 속에 사실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와 그들의 마음이 함께 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 저 밑에서부터 행복이 차올랐다.
며칠 전 한 동료 코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보람 코치, 정말 잘하고 싶구나.'라며 나의 욕구(Needs)를 읽어주었던 것이다. 그 한마디 말이 얼마나 그토록 위로가 되었는지, 이것이 바로 코칭의 힘이구나 했다. 동료 코치의 말처럼 잘하고 싶어 하는 그 노력으로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는 더 깊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어서, 누군가의 삶을 함께하고 또 함께 즐거울 수 있어서 기쁘다.
그러고 보면 무엇이든 숙성시키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한 사람에게 던져진 하나의 질문이 싹을 띄워낼 시간. 햇볕도 주고 물도 주고 바람도 쐬어주면서 싹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충분히 기다려주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나는 무엇을 숙성시키고 있을까?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이것 하나만큼은 충분히 기다려주겠다고 다짐해볼 수 있다면, 나는 나의 무엇을 숙성시켜보고 싶은가. 내가 ''이것'만큼은 기다려줘야 한다' 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런 이야기를 당신과 나누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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