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토네이션과 강세
영어 면접 시 누구도 신경 쓰지 않지만, 면접관이 한국 악센트에 약한 외국인 실무진일 때, 혹은 본사의 임원급이 될 때는 인토네이션과 강세가 커뮤니케이션의 아킬레스건이 될 만큼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얼마나 정확하고 수려한 문장을 구사하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가이다. 영어를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UN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총장의 예로 들어보자면, 인토네이션과 악센트는 정확하게 올라갈 곳, 강조해야 할 곳, 구가 끊어지는 곳에서 정확하게 사용된다. 그래서 발음이 한국특유의 발음이 되더라도 사람들이 국제무대에서 이해할 수 있는, 더더군다나 수려한 문장, 정확한 표현의 문장을 쓴다. 그렇다면, 국제 협회의 수장이 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영어 수준은 과연 어떤 수준일까? 일례로 반기문의 영어 인터뷰를 그대로 옮겨 쓰기만 해도 바로 별도의 에디팅 없이 ‘신문기고’를 할 수 있을 정도이며, 그의 인터뷰를 실제로 봐도 신문기재가 가능한 수준의 오피셜 하고 포멀 한 영어를 구사한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는 street English 혹은 pup English라고 하는 펍이나 길거리에서 쓰이는 케쥬얼 하고 편한 형태의 영어를 구사한다. 이때는 구어적인 표현보다는 문어적인 표현으로 바꾸어서 써서 신문사설을 꾸려야 하는데, 반기문 영어의 경우는 그런 깔끔하고 오피셜 한 표현, 정확하게 군더더기가 없으되 디테일이 상당히 반영된 영어를 쓴다.
디테일이라 하면 관계 대명사나, 분사구, 혹은 부정사, 부사구 같은 경우의 문법을 써서 정확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쓰는 화법을 말한다. 그럼에도 이분의 영어의 발음은 한국적이다. 그러나 그 한국적인 발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인토네이션과 악센트이다. 그 점에서 반기문 전 총장의 영어는 한국적 영어발음의 한계를 넘겨버릴 만큼 정확한 인토네이션과 악센트를 구사하여 쓰는 고급 영어이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영국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교포로서 아는 바는, 영어는 발음보다 올라가고 내려가고의 피치를 정확하게 그려내는 ‘인토네이션’ 혹은 단어의 ‘강세’가 훨씬 더 중요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영어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다 쓴다. Th가 d로 발음되는 나라도 있고, r이 r의 프랑스나 이태리 발음은 특유의 r의 바이브레이션을 가진다. 그럼에도 그들의 영어는 이해되고 통용된다. 인도 영어나 동남아 영어 역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의 발음이 각기 다르더라 할지라도 그들의 인토네이션의 맥락에서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토네이션의 예를 들면, 대부분의 전치사, 의미가 없는 be 동사나 have 동사, 즉 be동사가 존재하다는 의미를 가지지 않고, 단지 형용사나 ing와 ed 구문을 보충하기 위해서 문법적으로 문장에 씌어야 하는 경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관사, 즉, 정관사, 부정관사인, the 나 a의 경우 역시도 이 인토네이션의 강조해야 할 부분에서 제외된다. 그러니, 흘려 쓰는 발음 특, connected sound 연음으로 연결되어 쓰고, 이 때문에 듣기가 안 되거나, 자신이 직접 발음할 때도 원어민 같은 인토네이션을 쓸 수 없는 것이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높낮이, 그리고 중요도, 그리고 구를 끊어서 말을 연결하는 순서에 따라서 이 인토네이션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이는 연습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말을 익히면서 같이 자동으로 익혀져야 하는 것이다. 인토네이션의 연습은 무조건 많이 듣고, 많이 익숙해지기 밖에 답이 없는 듯하다. 한 예를 가져와본다.
What do you want?
의 문장을 읽어보자. 천천히 what을 강조하면 말 그대로 무엇을 원하는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 되지만, do you를 강조하면 정말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이는 애인에게 스위트하게 물어보는 톤도 된다. 자기야 뭐해줄까? Darling, what do you want? 혹은 what do you want? 너 진짜 나한테 바라는 게 뭐야? 가 될 수도 있다. 이때 what이 강조되는가 혹은 do you
가 강조되는가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 이것이 인토네이션을 기반한 영어다. 그런데 이렇게 인토네이션을 외울 수 있을까? 같은 말이라도 위의 예처럼 상황 따라 다르게 쓸 수 있다.
Excuse me.
Excuse me?
앞의 아래를 내려서 쓰는 excuse me는 실례합니다가 되지만 excuse me? 뒤를 올려쓰면 ‘너 뭐라고 했니? 가 된다. 이렇게 인토네이션이 다를 때 의미도 달라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면접관 앞에서 정확한 영어를 구사할 때 알아듣기 쉽게 말하는 기본적인 장치가 바로 인토네이션에 있다는 말이다. 피치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고, 각각의 악센트와 강세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게 되면 이 문제는 연습만이 답이 될 수 있다.
강세의 예로 들어보자. 이를테면 면접에서 은행의 일의 중요성을 피력하려고 I notice the Importance of swift transaction and try to do my best to respond to clients promptly.라는 문장을 말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importance의 강세를 1음절인 im에 가져다 놓지 못하고 tance에 쓰면 대부분의 원어민, 그리고 한국악센트에 적응하지 못한 외국인의 경우는 tence에 강세가 있는 impotence, 즉 발기부전으로 듣는다. 민망한 일이기도 하지만,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아주 가벼운 실수이나 피할 수 있고, 하지 않아야 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작은 강세 실수들이 모여서 한 단락, 그리고 면접 전체가 될 때는 아무리 유려하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한다 할지라도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의사소통을 못하게 된다. 이를테면 아이가 옹알이를 할 때의 말처럼, 말을 듣고 있는 면접관의 이해의 피로도를 올리게 되고, 그에 따라서 면접이 얼마나 준비가 잘 되었건, 내용이 얼마나 설득력 있고, 이력이 얼마나 훌륭하던지에 상관없이 ‘영어기반으로 근무’ 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도 힘들뿐더러, 면접 자체가 성공적이지 못하게 된다. 면접관이 당신이 말하는 것의 20-30프로를 이해하고 나머지를 가정해서 스스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면, 아마 면접의 당락은 이미 말하는 순간 정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벼운 문제가 더 이상 큰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원어민이 직접 발표하고 말하는 영상, 오디오를 시청 하거나 청취하는 것으로 감을 익히는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따라서 인토네이션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또한 강세는 영어로 의사전달함에 있어서 발음만큼 중요하고 때에 따라서는 발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물론 좋은 스크립트로 가장 홀륭한 인터뷰를 마쳤음에도 면접관의 피드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는 언급을 들었다면, 당신이 고쳐야 할 문제는 바로 ‘인토네이션’과 ‘악센트’에 있다는 것을 알고 교정을 해나가야 한다. 단지 면접이 아니라, 영어로 행해지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