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 이제?
뭔가 하고 싶은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예체능 계열의 전공을 했지만, 내가 평생 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왔다.
남들 다하는 경영학을 복수전공을 하면서 그 안에서 재미를 붙이며 전문직 시험을 꿈꾸기도 했지만
본전공도 아닌 데다가 워낙 쟁쟁한 경쟁상대가 많다는 생각에 그냥 생각만으로 지나갔다.
당시 본전공과 관련된 인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과 경영학을 연계시켜서 대학원에 들어가서 좀 더 공부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점계산을 잘못해서 마지막 학기에 5학점 정도가 부족했다.
남들이 졸업할 때 같이 못하고 결국 한 학기를 더 다니며 여름에 졸업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러던 와중에도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나가는데 졸업이 조금 늦어진 나로서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취업을 해야 할까? 대학원에 가야 할까? 아직 대학원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서 몇몇 회사에 취업 도전 해보자
사실 당시 취업이 그렇게 간절하지는 않았기에 그냥 있던 자소서를 조금씩 수정해서 5~6개 회사에 지원해 봤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 공기업부터 중견, 중소기업도 있었다. 어차피 방학 기간이었기 때문에 면접 경험을 쌓아본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임했던 것 같다.
운이 좋게 서류는 다 붙었는데 대기업과 공기업은 인·적성에서 떨어졌고, 다른 몇몇 기업에 면접도 보러 다니고 합격 소식을 들은 곳도 있었고 불합격 소식을 들은 곳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 한 중견기업에 1차 합격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회사와 직무였는데 면접 때 꽤 매끄러운 분위기로 1차 면접을 잘 봤던 것 같다. 면접 때 회사에 가보니 생각보다 회사가 너무 좋았다. 음, 그래. 내가 생각한 회사의 모습과 거의 일치하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다 사원증을 매고 정장 입고 출퇴근하고, 1층에 카페도 있는데 너무 멋진 것 아닌가.
심지어 면접 전에 화장실에 갔는데 청소 아주머니도 너무 친절하셨다. 나한테 면접 잘 보라고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며 칭찬해 주시는데 아주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면접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이런 회사라면 한 번쯤 다녀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나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취업난이라고 하지 않은가, 대학원은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으니까,
꽤 괜찮은 회사에서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2019년 3월 그렇게 회사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