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생각보다 신입사원에게 관심이 많다.
회사생활은 루틴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뉴페이스 등장은 회사생활에 소소한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다들 자기 업무가 말고 다른 것에 신경 쓰기도 싫다곤 하지만 내가 속한 부서나, 내 친한 동료의 팀원, 혹은 나의 가까운 자리에 직원이 들어오면 한 번이라도 눈길이 더 가곤 한다.
보통 회사에 입사한 첫 주 신입사원은 …
'막상 회사에 들어왔는데 자리도 사람들도 다 낯설고 다들 바빠 보이잖아 ?…’
‘나는…뭘 해야 하지…투명 인간이 된 것 같은데…’
눈치만 열심히 보면서 사람들이 일을 알려주거나 혹은 말이라도 걸어주길 기다리면서
회사 자료들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무도 신입사원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하나하나 다 보고 있다.
’쟤 지금 뭐 보고 있지? 말이라도 한번 붙여볼까? 첫날이라고 신경 쓰고 왔네? ‘ 등등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신입을 파악하려고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 입사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심부름 겸 업무 관련 문의를 하러 다른 층에 간 적이 있는데 그 층에는 여러 부서와 많은 사람이 있다 보니 내가 찾는 사람이 어디 앉아있는지 몰라서 헤매고 있었다.
겨우 물어물어 내가 찾던 사람을 찾아서 내 용건에 대해 용기 내어 여쭤봤다.
“안녕하세요 ..! 저 9층 00팀에서 왔습니다! 아까 저희 주임님이 000관련 업무를 유선상으로 요청하였다고 하는데 혹시 확인할 수 있을까요 ?”
”아 000팀 신입이에요? 아 그거? 잠깐만요 팀장님한테 확인해 볼게요”
잠깐 담당자가 팀장님에게 확인하고 알려줄 테니 잠깐 기다리라고 해서
이 층 분위기는 어떤가 하고 슥 ~ 둘러보는데 그분 모니터에 뜬 메신저 창 하나
“쟤 새로 들어온 신입 아니야? 쟤 어때?”
연달아 한 번 더 뜬 채팅창에는 “쟤 25살이라며? 남자친구도 있다던데?”
메신저 창을 우연히 본 순간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이 하는 내 얘기를 보고 얼굴이 순식간에 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여차저차 담당자에게 설명을 듣고 내 자리로 내려가는 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해서 들었다.
‘나는 이 사람들을 처음 보고 심지어는 여기 부서는 처음 왔는데 나에 대해 이 사람들은 알고 있구나?
버젓이 내가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메신저로 물어보는 게 당연한 건가?
내가 남자친구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난 얘기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 날 봤나?
내가 무슨 행동을 잘못했는가? 어제 입었던 옷이 좀 튀었나?’
순간적으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생각해 보니 지나가듯이 팀장님에게 남자친구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신입아, 너 남자친구 있니? “
“아…. 네..!”
“그래? 좋게 얼마나 만났어?”
“저…. 음 최근에 생겼습니다!”
“그래 연애 잘해봐, 한창 연애 많이 할 때지~”
팀장님에게 얘기했을 때도.. ‘ 아 괜히 얘기했나… 연애한다고 회사생활에 지장 있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고 생각이 많아져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 사생활과 관련된 얘기를 일체 한 적이 없는데 지나가는 사람마다 내 남자친구 여부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
”루루님! 남자친구 있다면서요 ~”
“네 …? 어떻게 아셨어요 ?….”
“어휴 팀장님이 루루님 남자친구 있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던데 ? “
“????????”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어린 여자 직원이 들어와서 우리 팀장님이 꽤나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알고 보니 회사 내에는 사내 커플도 많고 남자 직원의 비율도 높은 편이고 또 말도 많은 회사라 괜히 쓸데없이 구설에 오르고 집적거리는 직원들이 있을까 봐 팀장님이 애초에 내가 들어오자마자 동료분들이랑 담배 타임을 가지시며 “우리 신입 남자친구 있어. 보기 좋더라”라는 얘기를 흘렸던 거다.
그때 당시는 당황하며 ‘아 그걸 왜 팀장님이 말씀하시지?,,, 회사생활이란 이런 건가? 이것도 적응해야 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른 직원들에게 들어보니 오랜만에 신입 받았다고 우리 팀 막내라고 공공연하게 건들지 말라고 신입 아끼는 표시를 내시는 거라고 하더라 (팀장님은 40대 딸 둘 아빠다) 그 후에 팀장님이 어떤 성격인지 파악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불편했었다.
(뭐 이미 충분히 친해진 지금은 팀장님 나름 아끼는 방식이라는 걸 안다)
이렇듯 다들 티는 안 내지만, 기존 사원들은 루틴하게 흘러가는 회사생활 속에 새로운 신입이 들어오면 눈길을 한 번 더 주고, 내 부서 사람이 아닐지라도 이미 친해진 동료들끼리 잡담을 하며 괜히 슬쩍 물어본다.
“그 부서 신입 새로 들어왔잖아, 어때? 괜찮아 ?”
신입 입장에서야 당연히 부담스럽겠지만 5년 차 직장인이 된 지금,
새로운 신입사원은 지루한 회사생활에서 잡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신입사원에게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