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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ful Ruru Aug 03. 2023

25살 신입사원 생존기

사람들은 생각보다 신입사원에게 관심이 많다. 

사람들은 신입사원에게 관심이 엄청나게 많다.


회사생활은 루틴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뉴페이스 등장은 회사생활에 소소한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다들 자기 업무가 말고 다른 것에 신경 쓰기도 싫다곤 하지만 내가 속한 부서나, 내 친한 동료의 팀원, 혹은 나의 가까운 자리에 직원이 들어오면 한 번이라도 눈길이 더 가곤 한다.


보통 회사에 입사한 첫 주 신입사원은 …
'막상 회사에 들어왔는데 자리도 사람들도 다 낯설고 다들 바빠 보이잖아 ?…’

‘나는…뭘 해야 하지…투명 인간이 된 것 같은데…’

눈치만 열심히 보면서 사람들이 일을 알려주거나 혹은 말이라도 걸어주길 기다리면서
회사 자료들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무도 신입사원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하나하나 다 보고 있다.
’쟤 지금 뭐 보고 있지? 말이라도 한번 붙여볼까? 첫날이라고 신경 쓰고 왔네? ‘ 등등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신입을 파악하려고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 입사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심부름 겸 업무 관련 문의를 하러 다른 층에 간 적이 있는데  그 층에는 여러 부서와 많은 사람이 있다 보니 내가 찾는 사람이 어디 앉아있는지 몰라서 헤매고 있었다.

겨우 물어물어 내가 찾던 사람을 찾아서 내 용건에 대해 용기 내어 여쭤봤다.

“안녕하세요 ..! 저 9층 00팀에서 왔습니다! 아까 저희 주임님이 000관련 업무를 유선상으로 요청하였다고 하는데 혹시 확인할 수 있을까요 ?” 

”아 000팀 신입이에요? 아 그거? 잠깐만요 팀장님한테 확인해 볼게요”


잠깐 담당자가 팀장님에게 확인하고 알려줄 테니 잠깐 기다리라고 해서
이 층 분위기는 어떤가 하고 슥 ~ 둘러보는데 그분 모니터에 뜬 메신저 창 하나

“쟤 새로 들어온 신입 아니야? 쟤 어때?”

연달아 한 번 더 뜬 채팅창에는  “쟤 25살이라며? 남자친구도 있다던데?”


메신저 창을 우연히 본 순간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이 하는 내 얘기를 보고 얼굴이 순식간에 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여차저차 담당자에게 설명을 듣고 내 자리로 내려가는 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해서 들었다.


‘나는 이 사람들을 처음 보고 심지어는 여기 부서는 처음 왔는데 나에 대해 이 사람들은 알고 있구나?

버젓이 내가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메신저로 물어보는 게 당연한 건가?

내가 남자친구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난 얘기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 날 봤나?

내가 무슨 행동을 잘못했는가? 어제 입었던 옷이 좀 튀었나?’


순간적으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생각해 보니 지나가듯이 팀장님에게 남자친구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신입아, 너 남자친구 있니? “

“아…. 네..!”

“그래? 좋게 얼마나 만났어?”

“저…. 음 최근에 생겼습니다!”

“그래 연애 잘해봐, 한창 연애 많이 할 때지~”


팀장님에게 얘기했을 때도.. ‘ 아 괜히 얘기했나… 연애한다고 회사생활에 지장 있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고 생각이 많아져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 사생활과 관련된 얘기를 일체 한 적이 없는데 지나가는 사람마다 내 남자친구 여부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


”루루님! 남자친구 있다면서요 ~”

“네 …? 어떻게 아셨어요 ?….”

“어휴 팀장님이 루루님 남자친구 있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던데 ? “

“????????”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어린 여자 직원이 들어와서 우리 팀장님이 꽤나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알고 보니 회사 내에는 사내 커플도 많고 남자 직원의 비율도 높은 편이고 또 말도 많은 회사라 괜히 쓸데없이 구설에 오르고 집적거리는 직원들이 있을까 봐 팀장님이 애초에 내가 들어오자마자 동료분들이랑 담배 타임을 가지시며 “우리 신입 남자친구 있어. 보기 좋더라”라는 얘기를 흘렸던 거다.


그때 당시는 당황하며 ‘아 그걸 왜 팀장님이 말씀하시지?,,, 회사생활이란 이런 건가? 이것도 적응해야 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른 직원들에게 들어보니 오랜만에 신입 받았다고 우리 팀 막내라고 공공연하게 건들지 말라고 신입 아끼는 표시를 내시는 거라고 하더라 (팀장님은 40대 딸 둘 아빠다) 그 후에 팀장님이 어떤 성격인지 파악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불편했었다.
(뭐 이미 충분히 친해진 지금은 팀장님 나름 아끼는 방식이라는 걸 안다)




이렇듯 다들 티는 안 내지만, 기존 사원들은 루틴하게 흘러가는 회사생활 속에 새로운  신입이 들어오면 눈길을 한 번 더 주고, 내 부서 사람이 아닐지라도 이미 친해진 동료들끼리 잡담을 하며 괜히 슬쩍  물어본다.


“그 부서 신입 새로 들어왔잖아, 어때? 괜찮아 ?”

신입 입장에서야 당연히 부담스럽겠지만 5년 차 직장인이 된 지금,
새로운 신입사원은 지루한 회사생활에서 잡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신입사원에게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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