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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 Mar 15. 2019

Say the movie #1 우아한 스릴러

세븐 (Seven): 데이빗핀처: 브래드피트, 모건프리먼

 얼마 전에 다시 본 영화 ‘세븐’은 전혀 다른 영화로 나에게 다가왔다. 워낙 명작이라 내 기억 속에서 '세븐'은 ‘양들의 침묵’과 함께 여러 의미에서 충격적인 영화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거실에 누워 엄마와 함께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세븐’을 보는데 이 영화는 더 이상 스릴러가 아닌 판타지로 다가왔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판타지가 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렇게 섹시한 영화였다니'를 거듭 생각했다. 내가 명작 스릴러 영화인 '세븐'에서 이런 기분을 처음 느낀 것은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범행과 관련된 도서의 대여자 리스트를 찾는 순간이었다. 세상에. 너도나도 완벽한 수사를 하겠다는 온갖 과학수사물들이 판을 치는 지금, 이 얼마나 미련하고 구시대적인 수사 방법인가. 하지만 똘똘해보이는 젊은 남자가 클릭 몇번만으로 얻어지는 데이터와 CCTV로 범죄자의 행적을 알아내는 지금과 달리 도서관을 찾아가 책을 펼치는 형사라니. 이 얼마나 우아하고 동시대적인가. 그 외에도 화이트보드가 아닌 칠판에 흰 분필로 적힌 단서와 분필가루의 흔적, 용의자의 집에 울리는 전화를 받기위해 끌어당기는 유선전화기의 짧은 끈, 방안에 쌓여있는 용의자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수백권의 노트와 이들을 다 읽고 단서를 찾아내려면 몇 날 며칠이 걸릴거라는 모건 프리먼의 대사까지... 낡고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영화는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는 보물창고였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섹시함까지 느끼게 된 것은 지금의 발달된 기술과 내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이 영화에서는 전혀 기능하지 않지만 형사들의 추리는 기능하고 있다는데 있다.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져서 이미 본 영화라는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정자세로 앉아 끝까지 본 영화는 다시 봐도 스릴러의 클래식일만하고, 지금의 스릴러 영화들과 붙어도 손색없는 스토리라인이었다. 하지만 ‘세븐’은 이제 내게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다. 지금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는 '세븐'이 ‘팅커테일러솔저스파이’보다 훨씬 더 우아하고,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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