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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Nov 24. 2023

농막 이전하고 중단된 토목공사 마무리

지난 5월에 중단했던 토목 공사도 마무리하고 농막도 이전했다. 6개월을 기다려도 주변에서 저렴하게 흙을 구할 수 없어 성토 대신 절토로 방향을 틀었다. 추운 지역이라 10월에도 기온은 영하로 떨어진다. 마음이 급해졌다. 이번에 토목공사를 해놓지 않으면 내년 봄에도 집을 지을 수 없으니 애를 태우다 생각해 낸 방법이다. 흙을 깎아 집터를 낮추다 보니 이웃과 경계 부분에 또 다른 공사를 추가해야 하는 문제도 생겼다. 이 문제는 일단 내년 봄 기초공사 때 해결하는 거로 미루었다.

 농막 있던 자리에 집을 지을 예정이라 농막도 이전해야 했다. 작은 집 한 채를 째로 들어 옮기는 작업이다 보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굴삭기 지게차 수도 전기 설비까지 다섯 개 업체를 불렀다. 서로 협조하며 일이 잘 맞물려 진행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전부 업체가 다르니 그럴 리 없다. 결국 일하는 시간은 지연되고 비용을 치러야 하는 건 우리다.

처음부터 좀 더 신중하게 집터를 비켜 농막 놓을 자리를 생각했더라면 좋았을 걸, 토목 설계도 선뜻 먼저 하지 않아도 될걸 등 모든 게 비싼 대가를 치르고 부딪쳐 깨지며 깨닫게 된다. 처음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돌이켜보니 뭐든 우리 생각만 가지고 절대 서두를 일이 아니었다. 남편과 우리 두 사람이  예상하고 진행하려 했던 일들이 때맞추어 그대로 성사된 건 거의 없었다.


얼마 전 귀농귀촌 지원센터에서 현장달인 농장 투어 교육을 진행했다. 크고 작은 농장에서 다양한 작물로 성공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서 농작물 잘 키우고 성공하는 것만 배우는 게 아니었다. 슬기로운 시골 생활 정착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도움도 되었고 위안도 받았다. 한결같이 하는 말씀이 5년은 지나야 자리를 잡는다고 했다. 시골살이 2년 차를 보내며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 보니 충분히 공감할 수 었다.


어쨌든 대충이라도 토목공사를 해놓고 나니 또 한 고비를 넘긴 것 같다.

아직 집도 짓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만으로도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시골살이 준비하며 들어가는 비용을 재테크로 따지면 이런 형편없고 어리석은 투자도 없다. 부가가치 제로는 물론 원금 손실 수준이다. 거기다 마음고생까지.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건 재테크가 아닌 내 삶의 질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봄이 부르자 달려가 씨앗을 뿌리고 분주히 도시와 시골을 오가다 보니 어느 사이 겨울의 품으로 들어섰다. 올 한 해도 도시보다 그곳에서 많은 일이 있었고 새롭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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