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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Dec 20. 2023

걷는 여행_다낭 호이안

3박 5일 베트남 다낭 호이안 여행

다낭 시내를 벗어난 한적한 리조트

  일찌감치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해 둔 베트남 다낭 여행을 3박 5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늘 그렇듯 어디에 가볼 것인가는 출발 하루 전이 되어서야 살펴본다. 숙소는 다낭 시내에서 벗어난 조용한 곳으로 잡았다. 오래된 건물이라 리뷰에 호불호가 갈렸던 곳이다. 한밤중에 도착해 룸 안내를 받고 들어섰을 때 뭔가 황량한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 커튼을 열고 테라스로 나서니 야자수 나무가 가득한 잘 가꾸어진 정원 너머로 바다가 펼쳐진다. 와~ 좋다! 지난밤 룸 컨디션은 별로였는데 아침에 일어나 마주한 이 풍경이 반전을 일으켰다.



  정원을 거닐며 식당으로 갔다. 규모가 큰 식당의 천장은 높고 정원이 바라보이는 곳은 탁 트여 있다. 마치 정원에서 식사하는 기분이 든다. 풍부한 열대 과일과 다양한 음식이 입맛에 맞아 매일 아침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정원과 바로 앞 비치를 산책했다. 굳이 여기저기 다닐 것도 없이 이곳에서만 푹 쉬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둘째 날부터는 룸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고 하루하루 머물수록 내 집처럼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저녁에 들어서면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고 물과 수건 일회용품들을 채워 놓았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걸어서 오행산 오르기

  날씨운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다낭은 12월까지가 우기에 들어간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갔던 그 주만 비가 내리지 않았다. 늦은 밤에 도착해 다음날은 피곤하기도 해서 굳이 어딜 다녀오기보다는 리조트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 푹 쉬고 오후엔 숙소에서 약 1.7km 떨어진 오행산이나 걸어서 다녀오기로 했다. 오행산은 베트남의 민간신앙을 대표하는 성지로 마블 마운틴 이라고도 불린다. 마을에 우뚝 솟아 있어 주변 어디서나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갈 때는 거리 구구경하며 마을길을 천천히 걸어서 도착했다. 입구에서 코코넛 야자수 하나 사 먹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서 올랐다. 천연 동굴과 상징적인 조각들을 보며 오르다 보니 어느 사이  360도 뷰가 펼쳐지는 정상이다. 바위들로 이루어진 좁은 정상이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시원하다. 정상에서 땀을 식히고 내려온다.


  오행산에 갈 때는 계단이 가파르고 미끄러워 신발은 트레킹화나 운동화를 신는 게 안전하다. 돌아오는 길은 해안으로 들어서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었다. 초승달 같은 모양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비치, 고운 모래 백사장이 물가 쪽은 단단해서 오토바이가 다닐 정도다. 파도가 밀려와 발을 적셔도 무심한 듯 먼바다를 바라보며 걷다 보니 묵고 있는 리조트에 이르렀다.


오행산 정상에서 다낭 시내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뷰


  다낭 시내에서 떨어진 곳이라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도 없으니 이 주변 리조트를 이용하는 사람  대부분은 바로 앞이 프라이빗 비치가 된다. 한적하고 고요한 이곳에 놓인 야자수 나무로 만든 전통 파라솔과 비치베드도 따로 요금을 내지 않고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다낭 시내는 자동차, 매연을 뿜어내는 트럭, 오토바이가 뒤엉켜 달리는 차도 양옆으로 고층 빌딩들이 솟아있다. 대부분 호텔인데 소음이 없을 수 없다. 시내와 비교하면 조금 떨어진 이곳에 숙소 예약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더욱 만족스러웠다.


  이번 다낭과 호이안 여행에서는 그랩 택시를 편리하게 이용했다. 출발 전 그랩 앱에 트래블 월렛을 등록하고 갔더니 그랩을 부르면 1~3분 안에 도착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다. 앱에서 차량을 선택하면 곧바로 택시 기사 사진과 차량 번호를 알려주고 정해진 요금이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니 그랩 택시는 미터기가 필요 없다. 택시 요금 바가지 쓸 일도 없고 어디서 부르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이용자가 많아서인지 버스를 보기 힘들다. 다행히 택시비가 저렴하다. 30분 정도 이동해도 우리나라 돈으로 만 원 정도면 된다. 일행이 있다면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두 발로 다낭 시내 여행

  첫날을 여유롭게 보내고 다음날은 시내까지 나가는 리조트 셔틀을 예약했다. 오전 오후 하루 두 차례 운행하며 편도 1인 5만 동(한화 약 2,500원)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10시 출발이라 느긋하게 해안 산책에 나섰다.


  한참을 걷다 보니 동그란 바구니 배가 보인다. 호이안에 가면 대부분 여행 필수 코스로 코코넛 보트(바구니 배) 타는 곳을 찾는다. 검색하며 눈에 익은 배를 아침 해안 산책길에서 만난 것이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출렁이는 파도 사이로 마치 서핑하듯 배가 보였다 사라졌다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다. 잠시 후 동그란 배는 모래사장으로 올라왔다. 배 안에는 어부가 그물망을 쳐서 잡아 온 물고기들이 담겨 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눈짓 몸짓으로 사진을 담아도 되는지 물어보니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오케이 신호를 보낸다. 물고기 이름도 물어보며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다. 잠시 후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그들이 오라는 손짓을 한다. 다시 가보니 물고기 몇 마리를 따로 꺼내놓고 가져가라며 주려고 한다. 하! 이 순수하고 정감 가는 어부들로 인해 그 아침의 바다는 더욱더 아름답게 빛났다. 걸어야 만날 수 있는 뜻밖의 기쁨 중 하나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셔틀을 타고 다낭 시내 빈컴(대형 쇼핑몰 건물) 앞에서 내렸다. 이날도 우리의 스케줄은 걸어서 다낭 시내 여행 하기다.


  다낭에도 서울처럼 남과 북을 가르며 흐르는 한강이 있다. 예전에는 배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했지만 도로가 생기며 이제는 강 주변이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여행객들을 맞이하는 곳이 되었다. 강변을 잇는 다섯 개의 다리가 있고 그중 다낭의 독립 38주년을 기념해 1000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황금색 용이 드러누운 형상의 다리도 있다. 용의 입에서 물과 불을 뿜어내는 쇼가 펼쳐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시장을 가기 위해 까오숑 다리를 건너다보니 왼쪽으로 그 황금색 용 다리가 보였다.



  20여분 정도를 걸어서 한시장에 도착했다. 2층 건물 내부로 들어서니 1층은 식품 등 먹거리 상점이 빼곡하게 들어섰고 2층은 가방 의류 등 잡화를 판매하는 곳이다. 한시장은 다낭 여행에서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좁은 통로 사이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시장과 그 주변 카페나 레스토랑은 대부분 한국인들로 가득하다. 우리나라 물가가 워낙 비싸서인지 별로 흥정도 하지 않고 쇼핑을 한다. 저렴하긴 하지만 베트남 화폐 가치나 물가 수준으로 보면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니 호갱님이 되지 않으려면 흥정은 해야 하는 곳이다.


  우리는 기내용 여행구 하나와 망고 건과일 젤리 정도를 구매하고 혼잡한 시장통을 빠르게 벗어났다. 잠시 쉬어갈 겸 주변 카페에 들어섰다. 우연히 눈에 띄어 들어갔는데  이곳도 한국인에게 알려진 유명 콩카페인지 2층 규모의 작지 않은 카페를 한국인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물건도 사람도 빼곡했던 다낭 한시장

  현금으로 쓸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아  현금(베트남동)을 조금만 준비해 갔더니 금방 바닥이 났다. 마침 한시장 주변에 있는 은행 ATM 기기에서 트래블 월렛에 있는 돈을 찾을 수 있어 잠시 은행에 들렀다.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고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며 평소 잘 쓰는 번호로 입력을 했지만, 기기는 현금 대신 카드를 자꾸 토해낸다. 결국 비밀번호 입력 오류 초과로 더 이상 시도할 수도 없게 됐다.


  그곳에도 우리처럼 현금 인출하러 오는 한국인들이 많았다. 순간 옆지기가 송금은 가능한지 한 번 시도해 보더니 송금은 된다고 한다. 상대 전화번호와 이름만 들어가면 간단하게 송금이 가능했다. 염치 불고하고 그중 한 사람한테 부탁해  송금시켜 드리고 그분들이 사용하려고 출금 한 현금 일부를 우리가 받았다. 불편을 감수하고 배려해 준 그분들이 한없이 고마웠다. 또한 해외여행하며 트래블 월렛을 처음 사용해 본 우리는 편리한 그 기능이 놀랍기만 했다.



  다시 길을 나서 다낭 대성당으로 향하다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만났다. 그다지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아이스크림 간판을 보니 달달한 유혹을 떨칠 수 없었다.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현지인처럼 가게 앞 거리에 내놓은 의자에 앉았다. 앉고 보니 아이스크림가게는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오가는 차량과 오토바이 행렬, 연신 지나가는 다국적 깃발부대(가이드를 동반한 단체 여행객)를 지켜보며 거리구경하는 재미에 빠졌다. 저 깃발 부대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맞춰보기도 하며...,


  

  한시장에서 다낭 대성당까지는 65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다낭에 지어진 유일한 성당이다. 연분홍으로 칠해져 예쁜 성당으로도 알려졌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외부벽 페인트 칠 공사 중이었다. 철문이 굳게 닫힌 사이로 외관만 보고 돌아서야 했다.


높이 솟은 뒷 건물이 다낭 대성당의 건축미를 삼켜 버렸다

  이제 Go!(Big C)라는 대형 슈퍼마켓과 미케 비치가 남았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Go!(Big C) supermarket Da Nang으로 뜬다. 도착해 보면 대형 건물 간판은 Go! VINH TRUNG PLAZA라고 쓰여있다. 이 건물 2층과 3층은 웬만한 물건들을 다 갖추고 다. 한시장과 달리 쾌적하고 시원한 공간에서 가격 흥정도 필요 없이 다양한 상품과 먹거리, 간단한 선물용품, 주류 등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이날 예정에 있던 미케 해변은 가지 않고 이곳에서 저녁 먹거리까지 준비해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마지막 하루가 남겨졌다. 밤 12시 45분 비행기를 타야 하니 온전히 하루를 여행하고 떠나도 되는 마지막 날이다.


호이안 구시가 골목길 걷기

  다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호이안을 가보기로 했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은 리조트에 맡기고 그랩 택시를 불러 30여분 만에 도착했다.


  투본강 하구에 자리 잡은 호이안은 한 때 동남아 최대무역항으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이 무역항은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다양한 문화가 교류했던 도시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강 주변으로 형성된 구시가, 야간등불축제, 코코넛보트, 명물 먹거리 등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이 드나드는 여행지로 지금은 제2의 번성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는 강을 건너 구시가의 좁은 골목골목을 천천히 걸어 보기로 했다. 순서도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한참을 다니다 보니 따로 찾아가 보려 했던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을 자연스럽게 만났다. 좌판이 펼쳐진 규모가 예사롭지 않아 위치를 확인해 보니 어느 사이 중앙시장에 이른 것이다.


  시장 안 대형 건물 안에는 간이식당들이 즐비하다. 나는 워낙 어딜 가든 재래시장 구경하기를 좋아해서 참을만했다. 하지만 향신료에 유난히 취약한 옆지기는 시장에서 나는 강한 냄새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은 눈치다. 다니다 보면 이렇게 서로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조금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시장을 벗어나 다시 골목길로 들어섰다.



  길거리에서 바나나 팬케익과 망고 과일도 사 먹어 보고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리저리 한참을 걸어 다녔건만 고가 古屋 몇 곳을 제외하면 1층은 전부 카페나 상점들이 늘어선 비슷한 모습이다. 별다름을 느끼지 못했고 차 한잔 마시며 좀 쉬려고 해도 연신 상인들이 다가와 물건을 권하니 불편했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호이안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자전거를 타고 다녀볼까 했지만, 오토바이 차량 자전거 사람들이 뒤섞인 도로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아 포기했다. 코코넛 배를 타러 가는 것도 내키지 않게 되었고 그곳에서 더 이상 시간을 보낼 의미를 찾지 못했다. 명물 음식이라도 맛보고 왔으면 했지만 주전부리를 했더니 배도 고프지 않다. 차라리 빨리 리조트로 돌아가 정원이나 비치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조트가 마치 내 집인 양 돌아오니 편안하다. 곧바로 해변으로 나가 전통 파라솔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비치베드에 누웠다. 한적한 해변, 시원한 파도소리,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눈을 뜨고 보니 연인 한 커플만이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다.


해변 따라 맨발로 걸어 미케 비치로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약 7.5km 떨어진 미케 비치까지 맨발로 걸어보기로 했다. 길게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변 따라 걷는 것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해변가는 대부분 리조트나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중간중간 짓다가 건축물 뼈대들만 흉물스럽게 남아 있는 들이 자주 보였다. 관광수입에 의존해 짓다가 멈추게 된 코로나19의 상흔이 아닐까 싶다. 


  맨발로 모래 위를 원 없이 걸었다. 다리에 피로감이 생길 때쯤 미케 비치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우리가 머무는 리조트 앞 비치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낭 시내에서 가까운 미케 비치

  왔던 길을 다시 맨발로 걸어 되돌아가기에는 무리였다. 번화한 곳이니 식당을 찾아 저녁으로 해산물을 먹고 그랩 택시를 불렀다. 맡겨놓은 짐만 찾으면 되니 택시를 부를 때 리조트에 들러 공항까지 가는 경유지를 선택했다. 공항은 혼잡했고  넉넉하게 도착하기를 잘했다. 기내에서 꿀잠을 자고 일어나 인천공항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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