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자동차를 만드는 일의 절반 가까운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성능 좋은 자동차라고 하면 큰 엔진의 스포츠카가 먼저 생각난다. 엔진이 크면 클수록 한 번에 태워서 낼 수 있는 힘이 좋아지니까, 흔히 말하는 슈퍼카는 엔진 기통 수도 여러 개다. 그래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심장은 엔진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전기차로 가면 관점이 조금 달라진다. 엔진은 기술력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메이커들마다의 고유한 특징이 있지만 전기차의 출력을 만들어 내는 모터는 자동차 외에도 많은 산업 분야에서 쓰이고, 구조도 단순해서 브랜드별로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전기차에서는 힘을 내는 모터보다 에너지를 보관하는 배터리로 더 무게 중심이 쏠린다.
전기차를 선택하는데 소비자들이 가장 신경이 쓰이는 충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충전할 수 있고 한번 충전하면 멀리 가야 한다. 이런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을 누가 확보하느냐가 전기차에서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거기에 차값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배터리 생산에는 수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기차 수요가 한창 늘던 2020~22년까지는 배터리 회사들이 오히려 자동차 회사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었다. 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지 않으면 차를 생산할 수 있는 배터리 공급을 약속받을 수 없었다.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최근에는 다시 관계가 뒤바뀌면서 경제적이고 성능 좋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배터리 회사들 간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