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만 사고 배터리를 구독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은 800V 초급속 충전기에서도 15분은 넘게 걸린다. 많이 빨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시간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긴 시간이다. 이런 단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시도되고 있는 방법으로 배터리 자체를 충전이 완료된 새 배터리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다 쓴 건전지를 교체하듯이 미리 충전해 두었다가 고객이 오면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 배터리를 새로 달아 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회사 NIO에서는 2.5분 만에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해서 바로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다. 이런 방식이 가능하려면 일단 전기차 설계 단계에서 배터리를 쉽게 탈 부착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높은 전압으로 충전되어 있는 1톤 가까운 무게의 배터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탈거하고 새로 장착하기 위해서는 교환하는 설비도 로봇을 통해 자동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이면, 배터리를 누구의 소유로 관리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교환을 하다 보면 자연히 배터리가 이 차 저 차로 옮겨 가게 되는데, 이럴 경우 배터리의 품질을 누가 보증해야 하는지가 모호해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NIO에서는 전기차 구매 시에 배터리를 제외한 비용만 받고, 배터리는 구독을 하는 형태의 사업 모델을 운영 중이다. 마치 리스를 받는 것처럼 자동차 회사에서 공동 관리하는 배터리를 빌려 쓰는 개념이 되면, 전기차의 비싼 찻값을 줄여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이런 배터리 공유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한 수익이 높아야 일상적으로 사용할 때 내야 하는 리스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현재로서는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를 활용하는 비용보다 새로 생산한 배터리가 기술의 발전으로 용량 대비 가격이 좋다 보니, 사업성이 그리 좋지 않다. 앞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여 사용 후 배터리의 가치가 올라가면 전기차와 배터리를 구분해서 관리하는 사업 모델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